“해외에서 천대 받으며 살아온 역사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통일을 바라는 동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정치용어로 말하면 ‘남북해외가 우리민족끼리 이념으로 통일하자는 것’이고, 이것을 가극으로 풀어낸 것이다” - 김철 금강산 가극단 부단장

6.15선언 6주년을 맞아 북측 유일의 해외예술단 ‘금강산 가극단’의 특별공연이 지난 4일 저녁 수원 경기도 문화의 전당 대 공연장에서 열렸다.

▲ 군무 <십오야 밝은 달아>     ⓒ 금강산 가극단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공연은 ‘사회주의 예술’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을 주었다. 공연 형식상으로는 전통문화와 현대문화가 어우러지는 이른바 ‘퓨전’의 모습이었고, 내용면에서는 민중의 노동과 삶, 그리고 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노래와 몸짓, 음악으로 보여주었다. 가장 큰 특징은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민요 공연에 민족 악기와 양악기를 결합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퓨전’이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를 현대에 맞게 해석하는 것으로 주체사상에 입각한 현대적 발전으로 풀이된다. 북측은 악기개량도 민족 악기의 고유 특성을 되살려 현대의 미감에 맞게 해야 한다는 민족 악기 개량 정책을 일관되게 펼치고 있다.

귀에 익은 흥겨운 가락에 박수로 장단을

공연 첫 시작은 경상도 지방 민요인 ‘옹헤야’를 개량악기인 ‘장세납’과 거문고, 꽹과리 그리고 신디사이저와 드럼, 기타 등으로 연주하며 막이 올랐다. 전통악기와 양악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귀에 익은 가락은 관객들을 저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고 박수로 장단을 맞추게 했다.

‘바다의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 ‘강원도 아리랑’, ‘십오야 밝은 달아’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이 독창과 가야금 연주 그리고 무용으로 공연됐다. 또 이날 공연에는 남측 가야금 연주가인 조문영 씨와 금강산 가극단 민족관현악단의 협연도 이뤄졌다.

1부 기악연주와 노래 공연에 이어 2부에서는 무용공연이 이어졌다. 민족 악기와 양악기, 민족관현악단이 ‘십오야 밝은 달아’를 연주하는 가운데 ‘연등’을 든 아홉 명의 무용수들이 구름위로 미끄러지듯 나타났다.

치마 속으로 살짝살짝 보이는 잰 발걸음이 아니라면 바퀴가 달렸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운데 연등하나가 무용 중에 꺼지자 여기저기서 아쉬움의 탄성이 나왔다. 마치 무대 뒤에서 속상해할 여인의 모습이 손에 잡히는 듯.

민중의 삶, 통일을 지향하는 마음을 표현한 무용이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키춤’과 ‘하나’였다. ‘키춤’은 12명의 젊은 처녀들의 키질 장면을 그대로 무용으로 승화시켜 주었다.

이 ‘키춤’은 항일운동을 배경으로 한 혁명가극 ‘피바다’의 물방앗간 장면에 가무를 무용 소품으로 만든 작품으로, 대중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북측 예술창작의 기본 원리에 충실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세 명이 나와 큰 ‘한반도 단일기’를 중심으로 무용을 펼친 ‘하나’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남북 해외 동포들이 겪은 분단의 비극과 통일을 지향하는 마음이 잘 드러났다. 노래 ‘우리는 하나’와 함께 진행된 삼인무 ‘하나’에 관객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공연에 나섰던 30여명이 나와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며 손을 흔드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1,300여명의 관객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 손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막이 반쯤 내려오는 순간 가극단 단원 몇 사람이 아쉬운 듯 다시 앞에 나서 손을 흔들었고, 다시 막이 올라 손을 흔들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문화예술로 통일에 이바지할 것

김철 금강산 가극단 부단장은 이에 대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 부르는 관중을 보면서 우리 공연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민족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에 있으면서도 민족교육을 하고, 우리의 얼을 지키며 애국하는 마음을 가지고 통일조국을 위해 이바지하려는 문화 활동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려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 사회를 봤던 김영희 성악부장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사랑하는 조국은 둘이었고, 우리민족은 오갈 수 없었다”며 “55년에 시작한 가극단이 이제 세월이 지나 3·4대까지 이르렀지만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부장은 “6.15시대인 지금 통일은 꿈이 아니며 바로 눈앞에 닥친 현실이며, 문화예술로 희망의 길 애국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강산 가극단은 55년 일본 도쿄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소속 ‘재일조선중앙예술단’으로 창립되어 74년 북측에서 ‘김일성 훈장’을 받은 바 있으며, 74년 북측에서 가극 ‘금강산의 노러를 연수받아 일본에서 공연한 것을 계기로 ‘금강산 가극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금강산 가극단은 창립당시 18명의 단원으로 출발해, 지금은 사무극, 기획국, 민족 경음악밴드 ‘향’, 기악부, 무용부, 성악부 등 70여명에 이르며, 일본 각지에서 7,000여 회 공연을 펼친 바 있다.

한편 이날 공연장에는 금강산가극단 50주년 기념앨범 ‘비약’이 선을 보이기도 했다. 이 앨범에는 장세납 독주 ‘회양닐리리’, ‘열풍’, 관악 4중주 ‘새봄이 왔네’ 등과 성악 ‘아리랑’, ‘도라지’, ‘심장에 남는 사람’, ‘아, 내 사랑’ 등 12곡이 실려 있다. 이들은 오는 7일과 8일, 서울 올림픽 홀에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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