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목회자 40일 릴레이 금식기도회’에 지난 18일 오후 3시부터 19일 오후 3시까지 참여했다. 비록 목회 일선에서 은퇴하였지만, 생명선교연대에서 진행하는 것이고 주일을 준비해야 하는 목회자 후배들을 위해 아무런 주저함이 없이 함께 하기로 하였다. 날씨는 차갑지만 하루를 금식하는 것이라 물을 먹지 않고 소금도 취하지 않기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광화문 광장에서 노숙을 하는 것이라 밤을 위해 두툼한 내복을 준비하였고, 겨울용 침낭이 준비되어 있다고 해서 별다른 염려를 하지 않았다.

▲ 한국염, 최의팔 목사 부부

10시가 넘어 농성장 주위가 조용해져서 농성장 천막 안에 텐트를 치고 침낭 안에서 잠을 청했다. 주위에 지나가는 차들이 굉음을 내서 텐트가 들썩 거리면서 소음 때문에 잠을 들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단식농성을 43일 동안 한 김홍술 목사와 41일간 한 방인성 목사를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 분들이 단식하는 동안 함께 하기 위해 주일날에 이곳에서 있었고,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에 참석하고, 청운동에 노숙 농성하는 세월호 가족들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도 국회의사당에서 텐트도 치지 못하고 침낭 하나로 노숙농성을 하는 가족들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피곤한 몸으로 잠시 눈을 부쳤으나 새벽이 되니 추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낮에 광화문 농성장 바로 건너편에서 십자가가 그려진 커다란 현수막을 걸고 큰 확성기로 농성반대시위를 하던 이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세월호 유족들이 죽은 자식들을 벌모로 나라의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웬 말이냐?”면서 전 국민이 특별법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유족과 농성자들을 소위 ‘좌경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종북세력은 북한으로 가라”고 선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과연 기독교인이라면 나는 기독교인이 아닐까? 그 분들의 얼굴이나 음성을 보면 정상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속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장기간 공공장소에서 벌이는 그들의 행태를 침묵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아니 조장하거나 뒷받침하는 소위 ‘기독교인’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맞는 추위에 몸이 떨린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았으니 더 심하게 떨린다. 커다란 트럭이 굉음을 지르면서 질주하니 텐트가 들썩거린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특별법 제정을 합의하였다고 하는데, 내가 이렇게 금식하며 노숙농성을 해야만 되는 가를 자문하게 된다.  아무런 힘도 없는 내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되묻게 된다.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반년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데도, 두 명의 목회자가 목숨을 걸고 40일 넘게 금식기도를 했는데도, 5백만 명이 수사권,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했는데도, 왜 여당과 청와대는 완고하게 반대하고 있을까…….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원인을 분석하는 글들이 있다. “세월호의 진실, 누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는가?”라는 글이 책으로 발간될 정도로 다양한 설들이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설들이 유언비어라고 단속하려고 하지만, 정부와 수사기관들의 행태들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설명은커녕 오히려 이러한 설들이 더 그럴듯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어가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특별법 제정을 해서 이러한 설들의 진위여부를 명확히 가려지도록 해야 하겠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추적하는 본격탐사보도방송인 ‘국민정보원’이 9월 26일 방영한 주권방송에 의하면 왜 정부와 여당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그렇게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지를 유추하게 되었다. 

이 방송에서 KAL 858기 폭파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신성국 신부는 “대한항공 858사건이 대선개입용으로 안기부에서 기획 실행한 북풍조작사건인 것과 같이 이번 세월호참사도 국정원이 정국반전을 위해 기획 실행한 해상사건이라는 의혹을 갖는다”고 주장하면서 실제 국정원이 개입한 문건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하에서 정권유지를 위해서 수많은 목숨을 희생하는 사건을 조작한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지만, 실상 국가 정보기관이 해방 후 지속적으로 벌인 간첩사건 등 수많은 조작사건은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KAL 858 여객기의 115명 탑승객, 그리고 이번 세월호의 304명의 죽은 넋들이 이번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서 위로를 받고 더 이상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 방송을 다 듣고 나서 기독교인 나로서는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일제 말기부터 해방 후까지 기독교는 친일에 앞장을 섰고, 이승만 정권하에서 정권에 기승하여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가! 친일세력을 온전히 청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친일세력에 기승하여 기독교 세력 확장에만 몰두해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기독교성장이라고 자만하지 않았는가? 역사청산을 하지 않아서 아직도 독립운동을 한 자녀들은 민중으로 고통을 받아야 하고 일제에 친일하거나 군인, 경찰로 행패를 부렸던 이들이 그대로 권력집단으로 승계되어 대통령부터 사법부까지 점령하고 있으니…. 그런 결과로 기독교 이름으로 세월호 농성자들을  ‘종북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현수막과 거리방송을 공공연히 하게 되었지 않은가 묻고 싶다.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 햇빛이 비추기 시작하니 언제 추웠느냐고 추위가 가버렸다. 새벽을 맞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싸움은 결코 쉽고 빨리 해결될 싸움이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싸움이다. 단순히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싸움이 아니다. 역사청산을 하여 민중이 권력유지의 희생양으로 삼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악마의 세력을 두려워하지 말고 선한 싸움을 해야 한다.” 생명선교연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40일 릴레이 금식기도를 통해, 생명을 걸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새벽이 올 때까지 함께 투쟁하는 길을 가기를 희망한다.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

최의팔 목사  euip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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