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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과 목숨의 탈바꿈<박재순 칼럼>
박재순(씨알사상연구소 소장) | 승인 2014.12.30 18:20

씨알은

씨알은 식물의 씨와 동물의 알이 결합된 말로서 생명의 본성과 속알맹이를 나타낸다. 씨알은 개체의 삶을 넘어서 생명을 이어가는 매체이며 주체이다. 육체에서는 유전자와 세포, 신경체계이고, 정신에서는 영원한 신적 생명의 불씨인 사랑과 의, 말씀과 진리이다. 씨알은 작은 개체이면서 전체를 품고, 전체 안에 있으면서 고유한 개체이다. 씨알은 한 생명체 속에서 생겨난 것이면서 그 생명체를 낳고 자라게 하고 널리 퍼뜨린다.
씨알은 민들레 씨앗처럼 흩어져서 어디나 주어진 자리에서 생명을 꽃피운다. 재물과 세력을 쌓으려는 사람은 뭉쳐야 살고 뭉쳐야 힘이 난다고 하지만 씨알은 흩어져야 산다. 흩어진 씨알은 “인류를 하나로 모으잔 디딤돌”이다. “나라 나라 뭉치어서 열 스물에 찢어지는 이 지구, 교회 교회 뭉치어서 일여덟 번 넘어지는 하늘나라, 우리는 흩어지자! 흩어져 하나로 살리어내자!”(함석헌)
씨알은 작은 것이지만 생명의 무한한 과거와 영원한 미래를 품고 있다. 씨는 땅 위의 한 점을 차지할 뿐이고 알은 세상의 지극히 작은 공간을 가질 뿐이지만, 우주 전체의 생명과 이어져 있다. 씨알은 미약하게 생명의 숨을 쉰다. 깊은 산 속에 홀로 싹을 트고 꽃을 피우는 씨알은 우주 전체의 생명과 감응하고 공명한다. 씨알은 흩어져 있지만 우주만물과 그물처럼 이어져 있다. 씨알은 지극히 작은 개체이면서 우주 생명 전체를 품고 그 전체를 나타낸다. 우주 생명 전체가 씨알 하나 속에서 생명창조활동을 벌인다. 씨알은 개체이면서 전체이다.
씨알은 홀로 바닥에 선다. 남을 밟고 올라가지 않고, 자신을 돋보이려고 꾸미거나 치장하지 않는다. 자신밖에 가진 게 없다. 오직 속 알맹이로 바닥에 선다. 씨알은 속 알맹이 바닥사람이다. 체면이나 지위, 명예나 돈을 앞세우지 않고 몸과 맘을 스스로 움직여 생각하고 말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 참과 사랑으로 정의와 평화를 위해 스스로 움직인다.
씨알에게는 살려는 원초적 의지와 욕망이 있다. 들꽃의 씨앗은 어디서나 지성으로 생명활동을 펼친다. 뱀은 생존을 위해서 바닥을 기고 호랑이는 살기 위해서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다. 사람에게는 들꽃과 같은 지극한 생명의지, 뱀과 같은 교활한 생존 본능, 호랑이 같은 사나운 생존 욕구가 있다. 사람에게는 우주 생명진화 과정이 압축되어 있다.
그러나 사람은 생명진화 과정의 일부만은 아니다. 사람은 생명진화의 끝에 나온 존재이고 생명진화의 목적이다. 뱀이 생존을 위해 땅 바닥을 긴다면 사람은 참된 삶, 영원한 삶을 위해 하늘과 땅 사이에 곧게 선다. 사람은 생명진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하늘을 향해 일어섰다. 하늘을 그리워하고 하늘과 소통함으로써 사람은 영원한 생명의 씨알이 된다.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나타내는 하늘의 씨알, 하나님의 씨알이다. 하나님의 씨알은 하나님의 자녀이다.

목숨의 탈바꿈

사람은 우주 생명의 씨알이다. 씨알이 깨지고 죽어서 탈바꿈할 때 꽃과 열매가 될 수 있다. 씨알은 탈바꿈하는 것이다. 작은 씨알 하나가 꽃과 열매로 탈바꿈하듯이 우주 대자연 생명의 씨알인 사람도 생명의 탈바꿈을 해야 한다. 사람의 목숨의 탈바꿈은 우주적인 대생명의 큰 사건이다.

“누에는 애벌레, 고치, 나비로 탈바꿈의 변형을 한다. 죽음을 고치로 보면 이제 나비가 되어 날기 위해서 고치가 되는 것이다. 죽음이란 나비가 되기 위한 준비다. 그러므로 죽어야 한다. 얼의 자유를 위해 몸은 죽어야 한다. 몸의 죽음이 없으면 얼의 자유도 없다. 거짓나인 몸이 부정될 때 참 나인 얼 나를 깨닫는다.” (다석 유영모 어록 106쪽.)

씨알이 꽃과 열매로 탈바꿈하듯이, 누에가 애벌레, 고치, 나비로 탈바꿈 하듯이, 다석은 사람의 목숨도 몸 생명에서 얼 생명으로 탈바꿈 해야 한다고 말한다. 탈바꿈하려면 죽어야 한다. 사람의 몸이 죽는 것은 고치가 되는 것이다. 누에의 애벌레가 고치 속에 들어갔다가 나비가 되어 날아가듯이, 사람의 목숨도 죽음을 거쳐서 얼 생명으로 살아난다. 종교도 철학도 죽음을 연습하는 것이다. 생명진화 과정에서 씨알이 왜 생겨났을까? 생명은 죽음을 통해 진화하는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개체의 몸 생명이 죽지 않고는 생명은 진화할 수 없었다. 인생은 죽음을 통해 사는 길을 가는 존재다. 그것이 생명의 진리이고 씨알이 보여주는 진리다.

하나님의 씨알인 사람들은 하나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한다. 하늘과 땅을 아울러서 생명활동을 벌이는 씨앗의 사명이 사람에게서 비로소 완성된다. 사람은 몸과 맘, 물질과 정신을 통합하고 하늘과 땅과 인간, 인간과 하나님을 하나로 아우름으로써 우주 생명 전체의 자리에서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사명을 완수한다.
사람에게서 그리고 사람 안에서 비로소 우주만물과 뭇 생명들이 보람을 찾고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게 된다. 사람이 하늘의 사람,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허무와 죽음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참된 자유에 이르면 우주만물도 영원한 생명의 자유에 참여할 수 있다. 성경에 따르면 사람이 하늘의 씨알,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우주만물이 “함께 신음하며 해산의 고통을 함께 겪고 있다.”(로마 8,22) 사람이 사람의 사명을 다하려면, 하나님의 자녀가 되려면 옛 사람이 죽고 새 사람이 되는 목숨의 탈바꿈을 해야 한다. 사람이 목숨의 탈바꿈을 하면 우주만물이 기뻐하며 보람을 얻는다.

한 해가 지나간다. 인생의 사명은 목숨의 탈바꿈을 이루는 것이고 신앙의 목적은 새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우주는 영원한 보람과 생명을 얻게 된다.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얼 생명에 이르는 것이 우주의 목적이고 사명이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데 우리 목숨의 탈바꿈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목숨을 말숨으로, 말숨을 얼숨으로 바꾸어 죽음을 넘어 영원한 삶에 들어가야 한다. 목숨이 얼숨으로 바뀔 때 우주도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게 된다.
작은 나가 큰 나가 되고 몸나가 얼나가 되기 위해서 씨알사상과 정신을 익히도록 씨알사상 카페를 만들었다. 씨알사상 카페를 통해서 목숨이 얼숨으로 작은 나가 큰 나로 탈바꿈하는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 씨알사상 카페가 몸, 맘, 얼을 다듬고 새롭게 하는 도장이 되기 바란다. 씨알들이 적극 참여해서 목숨의 탈바꿈을 이루는 씨알들의 도장으로 만들어 주기 바란다.

   
 
씨알사상 카페 http;cafe.daum.net/ssialphil
 

박재순(씨알사상연구소 소장)  p994@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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