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2014년 7월 25일 밤 광화문 광장 | ||
2014년 7월 25일, 밤새 비가 왔다. 천막 여기 저기 비가 샜다. 예수살기 총무 최헌국 목사와 인사하고 들어 온 천막에는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구현 교수,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국장이 있었다. 다른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으나 워낙 경황이 없어 지금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송구할 뿐이다. 천막 안에 들어오니 앞이 캄캄했다. 여기서 어떻게 잠을 자나? 신고식이 아주 혹독했다. 비가 새지 않는 곳을 골라 앉았다. 서먹서먹함을 해소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세월호 단원고등학교 희생자 보모님들이 단식을 하는 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단식 중이니 차 한 잔 하면서 이야기 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안에 계신 분들과 통성명 정도의 인사를 하고 서먹한 시간을 보내고 잠을 청해야 했다. 광화문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돌을 깐 차로와 타이어의 공명음이 엄청났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차가 지날 때마다 천막은 펄럭거렸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비바람으로 천막이 무너질 듯 요동쳤다. 천막의 틈새로 들어오는 물을 막기 위해 비닐로 천막 전체를 감쌌다. 지하철이 지나갈 때나 대형 차량이 지나갈 때는 바닥이 진동했다. 그래도 씻고 자야 하지 않을까? 지하철 화장실에 내려가 씻는데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본다. 체면 차릴 형편이 못되어 서둘러 천막으로 돌아 왔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깜박 잠이 들었다.
 |
||
| ▲ 2014년 7월 26일 아침 광화문 광장 | ||
깜박 잠이 들었는데 아침이다. 밤새 휘몰아치던 비바람이 잦아든 듯 광화문에도 아침이 밝았다. 천막 밖 풍경은 참으로 생경했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차량들 옆을 캠핑이라도 온 모양으로 세면도구를 들고 지하철로 향했다. 시민들이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로 오기 전에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 선 순간, 깜짝 놀랐다. 이미 만원이다. 휠체어가 가득하다. 아니 무슨 일이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광화문 지하철역에서 장애인 부양의무제 철폐를 요구하며 장애우들이 농성 중이었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휠체어에 간신히 몸을 의지하며 머리를 감는 장애우는 몸을 가누지 못해 세면기에 얼굴이 잠겨 금방이라도 질식할 지경이었다. 이건 거의 물고문이다. 장애도 서러운데 이런 가혹한 현실이 울컥 눈물이 나왔다. 장애우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세수를 해주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이제 내 차례다. 창피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씻는 것도 너무 감사하다. 노숙을 하고 지하철역에서 씻는 일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아침 7시부터 함께 단식하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유가족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이렇게 시작된 일과는 마치 감옥에 갇힌 신세와 다를바 없었다. 성경말씀을 묵상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었다. 모두가 단식을 하고 있어서 하루 세끼니 식사시간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생수와 소금만 먹으며 단식을 하니 화장실 갈 때 산책도 겸했다. 비가 개니 서서히 광화문 광장이 뜨겁게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비갠 후 습도가 높아 숨이 막혀 온다. 땀이 줄줄 흐르니 화장실 갈일도 없다. 허기에 지치고 더위에 지친다. 그런데 즐겁다. 미소가 지어진다. 미친 것 아냐? 유가족들은 자녀를 잃은 슬픔을 안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단식을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미소를 짓고 즐거워하다니 이건 무슨 상황일까?
 |
||
| ▲ 故 이문영 교수 | ||
이윤상 목사 rev.yoonsang@gmai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