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힘이란 무엇임가?
필자는 전회(前回)에서 힘에 대해 자문한 바 있다. 도대체 힘이 뭘까? 힘이란 어떻게 비롯된 것일까? 힘이란 한국교회가 생각하는 것처럼 과연 축복일까? 필자는 ‘힘’의 자문으로만 지나치지 않았다. “힘처럼 세상에 죄 된 것은 없다.”라고 단언했다. 힘이 있는 사람들, 힘을 가졌다는 사람들에게 대놓고 묻고 싶다.
도대체 힘이란 뭐냐? 힘이 그렇듯 갖고 싶은 거냐? 좋은 거냐? 의미가 있는 거냐? 힘이라! 모든 도덕, 모든 종교가 타락할 대로 타락해서 더 타락할 수 없을 때, 더 이상 흘러나갈 수 없는 죽음의 수렁에 모여 이루어진 죄덩이. 그것이 힘이라는 것이다.
권력, 재력, 금력 / 체력, 담력까지는 그렇다 하자. 지력, 이해력, 상상력까지도 그렇다 하자. 그러나 정신력(力)?, 영력(力)? 도대체 그 역(力)이라는 게 어디서, 어떻게 온 것일까? 분명히 말하자. 역(力), 그것은 죄로 말미암은 것이다.
‘네피림’ 혹은‘ 느빌림’
창세기6: 기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는 하나님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힘’을 고발하고 있다. 도대체가 ‘힘’이란 악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창세기 6:1-4절까지의 기사는 네피림(개역·새번역), 혹은 느빌림(공동번역)이라는 거인족(巨人族)에 대한 해설이다.
“땅 위에 사람이 불어나면서부터 그들의 딸들이 태어났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그 사람의 딸들을 보고 마음에 드는 대로 아리따운 여자를 골라 아내로 삼았다. 그래서 야훼께서는 ‘사람은 동물에 지나지 않으니 나의 입김이 언제까지나 사람들에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사람은 120년 밖에는 살지 못하리라 하셨다. 그때 그리고 그 뒤에도 세상에는 느빌림(혹은 네피림)이라는 거인족이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들의 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들로서 옛날부터 이름난 장사들이었다.”
같은 의미의 기사가 민수기 13:32하-33절에서도 나타난다.
“...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 거기서 또 네피림 후손 아낙자손 대장부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의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라.” (개역)
네피림을 말하는 본문의 기자들은 거인이며 장대한 이 족속 네피림이 비정상의 기형아였음을 일러주고 있다. “하느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과 결합했다.” “자기들의 좋아하는 모든 자로 아내를 삼는지라.”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소위 네피림, 느빌림이라는 것인데, 하느님은 인간들을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나의 신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라.”고 그 단절을 선언했다.
네피림이란 거한거족(巨漢·巨族)을 뜻하는데, 곧 그것은 죄의 결과라는 것이었다. 네피림 거한거족, 장사(壯士), 역사(力士)란 현실적인 힘을 말한다. 그러나 성서에 나타나는 네피림은 예외없이 야훼에 의하여 멸절된다. (창6:11, 신2:10-12, 수11:21-22) 죄의 결과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나라는 힘으로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니다. “힘없이, 힘없는 자로 힘없는 이들과 함께 살게 해주소서.” 하는 기도는 불가능한 것일까? 힘없이, 힘없는 자로, 힘없는 자들과 함게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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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이 말하는 「한국역사」 속의 뜻
우리가 역사 진행에서 <힘>을 악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인간의 삶에서 <뜻>을 제거 해가기 때문이다. 삶이란 뜻을 찾는, 찾아가는 여정이다. 천하의 값지다는 것을 다 눌러뒀다 해도 <뜻> 하나 빠지면 그것은 수전노(守錢奴)의 금고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한국사 5000년에 최대의 비극이 무엇인지 아는가? 힘이 종교가 되어버린 것, 뜻이 역사(役事)의 현장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힘의 종교와 뜻의 상실, 그것은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그것은 결코 공존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이미 고전이 되어있는 함석헌(咸錫憲)의 「뜻으로 본 韓國歷史」의 본래 이름은 「聖書的 立場에서 본 朝鮮歷史」였다. 함석헌이 이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말하기 시작한 것이 1933년 겨울이었는데, 그후 32년이 흐른 1965년 4판을 발행하면서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의 「성서적 입장에서 본 ...」을 「뜻으로 본 ...」으로 고쳐 낸다.
함석헌은 그 넷째 편 「뜻으로 본 한국역사」로 개제(改題)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변론한다.
“헤아렸던 대로 ‘뜻으로 본’이라는 말이 몇 사람의 무교회 친구들을 섭섭하게 하였고, 심지어는 믿음에서 타락하였다고 하였다. 내 행동을 보고 타락이라면 티끌만한 변명도 할 여지가 없으나 그 사상을 두고 한다면 나는 자신이 있다. 장차 앞에 오는 역사(歷史)가 나를 옳다할 것이다. 또 타락이니 올라가니 하는 것이 상대적이 아닌가? 지옥에서 보면 천당이 타락 아니겠나? 그러나 그 천당도 지옥도 문제가 되지 않는 높은 자리에서는 남이 타락이라거나 구원이라거나 상관이 없다. 남을 천당에 올리고 지옥에 떨어뜨리는 것이 내 일이 아니라 나는 내 믿음을 가지고 생(生)의 대행렬(大行列)에 참여할 뿐이다. 혼자서 안락하기 보다는 다 같이 고난을 받는 것이 좋아서이다. 천국이 만일 있다면 다 같이 가는 곳 아니겠나?
다 같이 하는 데가 어디일까? 의인(義人)·죄인(罪人)·문명인(文明人)·야만인(野蠻人)을 다 같이 구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유신론자 무신론자가 다 같이 믿으며 살 수 있는 종교는 무엇일까? 그래서 한 소리가 뜻이다. 하나님은 못 믿겠다면 아니 믿어도 좋지만 ‘뜻’도 아니 믿을 수는 없지 않으냐? 긍정해도 뜻은 살아있고, 부정해도 뜻은 살아있다. 져서도 뜻만 있으면 되고, 이겨서도 뜻 없으면 안 된다. 그래서 뜻이라고 한 것이다. 이야말로 만인의 종교 아닌가. 뜻이라면 뜻이고, 하나님이라면 하나님이고, 생명이라 해도 좋고, 역사라 해도 좋고, 그저 하나라 해도 좋다. 그 자리에서 우리 역사를 보자는 말이다.”
다시 말한다. 박정희의 종교, ‘힘’
그래서 함석헌은 5.16이 발발하던 그 새벽부터 시종일관 박정희를 향해 ‘아니다.’하고 ‘틀렸다.’ 했다. 박정희가 신봉하는 그 힘이야말로 ‘뜻’을 거부하는 구체(具體)였기 때문이다. 역사는 함석헌의 ‘뜻’을 지향하는 것이었지만 힘의 사람 박정희는 이 날빛 같은 정리(正理)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역사는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그의 무지는 극을 달리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조국이 일본의 철권통치 아래 신음하고 있을 때, 그의 조국을 찬탈해 적국의 육군의 사관이 된 것, 그것도 일본인 사관들보다도 더 철저, 출중한 일본군 사관으로 ‘일황폐하를 위해 일신을 바치겠노라.’며 혈서의 맹세를 한 것, 제 조국의 광복을 위해 굶으며 헐벗으며, 부모처자를 홍모(鴻毛)처럼 여기고 험산을 달리는 광복군들을 악착같이 추적해 사살, 생포하는 일에 열을 쏟은 것도. 그랬던 그가 그의 조국이 일본치하에서 해방되어 국방군을 조직하던 때, 그 일본사관의 복장을 재빨리 벗어 던지고 국군에 편입, 이어 군 내부 남로당의 지하조직에 참여하는 것도 예외 없이 그의 종교인 힘의 신봉에 기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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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 전) 함석헌기념사업회 이사장 *한국기독교평화연구소 상임고문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교회 원로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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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골 목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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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