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선교사로 파송되어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김선구 목사의 <우크라이나 서브-카르파티아(sub-Carpatia) 교회 방문기>를 4회에 걸쳐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우크라이나 서브-카르파티아(sub-Carpatia) 교회  방문기

지난 1월 9일부터 11일까지 전쟁으로 인해 고난을 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서브-카르파티아 개혁교회를 방문하였다. 서브-카르파티아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들린다. 번역을 해보려고 해도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서브(sub)는 ‘아래’라는 뜻이고 카르파티아는 말 그대로 카르파티아 산맥을 일컸는 말이다. 직역하자면 ‘카르파티아 아래’라고 할 수 있다. 헝가리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어가면 카르파티아 산맥 아래에 개혁교회 전통을 이어가는 헝가리계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내 헝가리 소수민족으로 자신들의 신앙과 헝가리의 문화를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기에 전쟁 상태에서 더더욱 그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헝가리 개혁교회가 주선하여 세계개혁교회 커뮤니온 유럽지역(WCRC EU)임원들과 연대하여 방문했다. 우선 이들의 형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그 곳 개혁교회의 상황과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먼저 언급하고 싶다.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이미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된 지 오래됐다.  우크라이나의 EU가입을 둘러싸고 벌어진 국민적 갈등은 결국 현재 내전의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해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무력으로 합병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내전상태에 돌입했다. 크림반도의 합병이후 4월에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내 반군은 도네츠크를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을 장악했다. 5월에는 친 서방의 대표주자인 포로센코가 총선을 통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반군에 대한 무력진압을 지시했다. 이후 내전상황은 격화됐다.  6월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군 수송기가 격추되고, 7월에는 말레이시아 민간항공기가 추락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정부군은 반군 거점도시들을 탈환하고 러시아는 수세에 몰린 반군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러한 내전의 상황 속에서 평화를 위한 협상은 진행되고 있지만 민간인 버스를 향한 무차별 총격 사건은 이번 달에만 해도 두 차례 벌어졌다.
  
방문단이 방문일정을 끝낸 이틀 후인 13일에는 반군들의 거점도시인 도네츠크에서 30마일이나 남쪽에 위치한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던 볼로박카(Volnovakha)에서 민간버스를 향한 무차별 총격사건이 벌어졌다. 11명이 숨지고 13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한 베를린에서 평화협상이 있었던 지난 22일에는 무려 13명이 숨지는 민간버스 총격사건이 또 일어났다. 내전이 격화되는 과정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힘없는 민간인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지난 해 4월 이후 5천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비단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반도에 공급하던 전기와 수도를 중단했고 이에 대해 러시아는 가스 공급가격을 계속하여 인상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결국 고통을 겪는 것은 국민들이다. 우크라이나 통화인 흐리브나의 가치는 일 년 사이 절반 이하로 폭락했고, 가스값은 폭등하고 있다. 추운 겨울을 나는 일반국민들의 고통은 점점 더 커져가도 있다.

서브-카르파티아 개혁교회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내전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형편은 어떠할까? 우크라이나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헝가리의 전통을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헝가리계 우크라이나인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고 있을 수밖에 없다. 
 
헝가리의 현대사를 보면 유럽 현대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헝가리는 오스트리아와 함께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됐다. 패전의 댓가는 엄청났다. 소위 전쟁 이후의 유럽의 질서를 재편한 뜨라뇽 조약(The peace Treaty of Trianon)을 통해서 헝가리는 기존 영토의 2/3와 함께 절반의 국민들을 상실하게 됐다. 1차 대전 이전의 헝가리의 옛 영토는 카르파티아 산맥을 중심으로 지금의 슬로바니아, 우크라이나 남서부, 루마니아 동부인 트란슬바니아지역, 세르비아 남동부까지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이 조약으로 인해 수많은 헝가리인들은 하루 아침에 인근나라로 강제 귀속된 것이다. 졸지에 헝가리의  절반이상의 국민들이 디아스포라, 다시말해서 인근국가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한 것이다. 소수민족으로 바뀐 헝가리 사람들은 일부 동화되어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헝가리인으로의 정체성을 강하게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편입된 베렉사스지역(우크라이나지명:베레호베)은 헝가리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중심에 개혁교회가 있다. 

▲ 베렉사스 시내풍경

서브-카르파티아 교구의 중심도시이다.  서브-카르파티아(sub-Carpatia)라는 교구의 이름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카르파티아 산맥 아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카르파티아 산맥이 옛 헝가리의 영역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이 이름은 단지 지리적인 것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고 있다. 헝가리의 전통 아래 있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이 지역에 개혁교회는 종교개혁 이후부터 뿌리를 내렸지만 서브-카르파티아라는 이름의 교구가 시작한 것은 1921년이다. 1차 대전이후 이 지역은 옛 체코슬로바키아의 땅이 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소련에 귀속되었다. 소련의 통치하에서 교회는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교회의 법적지위와 수많은 교회의 자산들을 국가가 강탈하여 갔고 일부는 사유화되기도 했다. 교회조직은 존재할 수 없었고, 무신론자들은 교인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였다. 수많은 개혁교회 성직자들은 추방되어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이들은 많은 수가 강제노역으로 시달리다가 수용소에서 순교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난 속에서도 교회는 사라지지 않고 살아있었다. 소련의 붕괴이후 이곳의 교회와 학교는 많은 이웃나라 형제교회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자생적인 노력으로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다.

헝가리 개혁교회와의 관계

헝가리 개혁교회는 2009년 새로운 개혁교회공동체를 결성하는 헌법을 결의했다. 카르파티아산맥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를 헝가리 개혁교회와 함께 하나로 묶는 공동체를 결성한다. 소위 ‘카르파티안 분지내의 개혁교회 공동체로서의 헝가리 개혁교회’(Hungarian Reformed Church as a community of Reformed churches in the Carpathian Basin)이다. 이 개혁교회 공동체 안에는 모두 11개의 교구가 있고, 이 중 다섯개는 헝가리 안에 그리고 여섯 개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인접한 국가들에 있다. 각각의 교구 안에는 한명의 감독(Bishop)과  평신도 회장이 중심이 되어 교회를 이끌어간다.

헝가리 개혁교회 공동체는 디아스포라 형제교회들과의 관계를 매우 긴밀히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예컨대 교역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서브-카르파티아 교회에 신학생들의 양성을 위해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성직자도 파송하여 연대의 끈을 든든히 하고 있다. 특히 어려움에 처한 형제교회의 형편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2013년 다뉴브 강의 범람으로 서브-카르파티아 교구의 많은 교회가 어려움을 당하자 헝가리 교회 뿐 아니라 많은 형제교회들은 이들의 어려움에 함께 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자 헝가리 개혁교회 총회는 즉시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형제교회를 도울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총회산하 구호를 담당하는 기구를 즉시 발동시켜서 재난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일은 헝가리 개혁교회만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형제교회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일이다.  

김선구 목사(기독교장로회 파송 헝가리 선교사)  seonkoo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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