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6일 금요일, 맑음
꽃 중에 무슨 꽃이 제일 아름다울까? 우리 어르신들은 일찍이 그 답을 알고 계셨다. “이 꽃 저 꽃 다 보아도 ‘사람꽃’보다 더 아름다운 게 없더라.” 나도 오늘 꽃보다 더 아름다운 청년을 하나 보았다. 기타리스트 공민성!
여덟 살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여 열세 살부터는 기타에 미쳐 살아왔단다. 1997년생이라니 열여덟 살. 첫째 그 젊음이 좋았고(돈보스코 성인이 “젊다는 것만으로도 청소년은 사랑받을 만하다.”고 하셨다니까),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들이 도대체 악보를 적지 않으므로 영상을 보면서 프레임 한 땀 한 땀을 보면서 곡과 기법을 배웠다는 그 열정이 좋았다. 함양에 녹음실이 있을 리 없어 집에서 200미터 전선을 끌고 소음이 적은 산 속에서 자기 연주를 녹음 녹화하여 사이트에 올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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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부수고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기타를 치고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들과 통하려고 영어를 ‘빡세게’ 공부하는 젊은이! 사람은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나머지 모든 젊은이들이 ‘고삼(高三 또는 苦三)’이라는 악마의 사다리를 타고 있을 나이에 자기 꿈을 펴려고 핀란드로 여행할 경비를 벌기 위해,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으려고 함양 카페 ‘빈둥’에서 첫 공연을 하는 모습에 우리 부부가 홀딱 반했다. “사람은 꿈을 꾸는 한 찾아 헤맨다.”는 말이 맞다.
우리 부부는 함양읍에서 음료와 저녁을 겸한 2만 원짜리 테이블공연을 보았지만 머지않아 ‘공민성 독주회’를 보려면 아마도 길게 줄을 서서 수십만 원짜리 입장권을 사고 매진된 암표를 사려고 허둥댈지도 모르겠다. 오늘 행사 포스터와 티켓도 희정씨가 정식으로 인쇄하여 배포해서 격식을 갖춘 것이었다. “오늘 티켓 잘 간직할 테니까 네가 뉴욕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할 때에 그곳 입장권과 교환해 줄 테지?” 했더니 공민성군은 그렇게 하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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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렐라 치즈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저녁의 ‘빈둥’ 공연이 끝나고 보스코랑 다시 들렀다. 모짜렐라 치즈를 가지러 간 길이었다. 밤 10시까지 부부가 치즈를 빚고 있다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해 떨어지면 모든 일이 중단되고 잠자리에 드는 게 시골농사인데 축산업을 하는 이들은 해진 다음에도 일손을 놓지 못하나 보다.
치즈를 받아들고 차를 몰아 문정으로 돌아오는 지리산 길은 교교하게 아름다웠다. 어제가 대보름, 오늘은 개구리가 겨울잠을 깨는 경칩이어서 휘영청 보름달을 바라보며 산길을 달린다. “여보, 달밤에 이 산길을 당신과 둘이서 호젓이 가는 게 정말 좋아요.” “응, 나도 좋아.” 마른가지에 이는 바람 끝은 아직 차지만 가지 끝마다 발그레 봄기운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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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란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아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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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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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