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식민주의 입장에서 원시 그리스도교 예수 운동 평가

우리 나라/민족은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하에서 고통스러운 식민지 시대를 보냈다. 이는 우리 민족 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등 소위 말하는 제 3 세계의 여러 나라와 민족이 겪은 고통스러운 기억들이다. 정말 “악 그 자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식민지 지배지만, 그 중에서 한 가지 정도 유익을 찾아내자면 느낌 있는 성서 읽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식민 지배를 경험해 본 “제 3세계”(필자는 이 용어에 거부감을 느낀다)의 성서독자는 그렇지 않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과 느낌으로 성서에 접할 수 있다. 본 소고는 그러한 읽기의 작은 시도이다.

필자는 여기에서 원시 그리스도교 예수 운동(AD 40-70)을 후기 식민주의(postcolonial)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평가하고자 한다. 고찰의 주요 대상은 Q 문서와 『마가복음서』배후에 있는 네가지의 수집록이다. 식민주의 및 제국주의는 정치적 차원을 가지지만 동시에 지극히 윤리적인 일이다. 그리하여 필자는 Q의 전승층과 『마가복음서』전승층의 로마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 윤리적인 질문과 평가를 했다. 이 과정에서 <비록> 성서일지라도 과감하게 비판할 부분은 비판했다.

제국의 입장에서 본 백부장의 의의

먼저, 공관복음서에 나타나는 백부장 이야기로부터 시작해보자. 공관복음서 전체에서 백부장이 등장하는데 근원 자료는『마가복음서』와 Q 문서다. 우리는 성서의 백부장 이야기에 접근하기 전에 백부장이 제국주의에서 가지는 의의를 생각해보자. 제국이 자신의 식민지에 대한 개입과 억압, 반란의 예방을 위해서 가지기 원하는 두 가지 주요한 권리가 있는데 그것은 사법권과 경찰권이다.

백부장은 이중에서 경찰권(right of the police)에 속한다. 일제 시대에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순사를 들 수 있다. 하트와 네그리에 의하면, “우리는 치안 활동에 의하여 그리고 경찰이 질서를 창조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하여 제국적 권리의 최초의 암묵적인 근원을 인식할 수 있다. 제국적 질서의 정당성은 경찰력(police power)의 행사를 지지하고 동시에 전지구적 경찰의 활동은 제국적 질서화의 실제적인 효과를 증명한다”고 말한다.

공관복음서에서 백부장은 『마가복음서』의 배후전승인 “수난사 전승”과 Q의 후기 전승(Q7:1-10)에서 최초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수난사화에서는 재판권을 가진 본디오 빌라도와 제국의 경찰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백부장이 호의적으로 그려진다. 빌라도는 실제로 매우 포악한 압제자 총독이었는데 수난사화에서 그러한 일면을 찾기는 힘들다. 오히려 그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기를 주저하고 예수가 “대제사장들의 시기심(막15:10)” 때문에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알 정도로 현명하다. 실제로 그는 예수의 시체를 아리마대 사람 요셉에게 내어준다.

『마태복음서』는『마가복음서』수난사화의 이야기에 일종의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이를 좀 더 부드럽게 하려고 한다. 그래서 마27:19은 빌라도 아내의 꿈이라는 에피소드까지 등장시키며 “빌라도의 호의”를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도와준다. 마27:24은 『마가복음서』에서 무리를 만족시키려고 예수를 죽이는 것을 허락했다는 것과 달리 민란이 두려워 어쩔수 없이 예수를 죽음에 넘겼다고 기록하고 있다.

공관복음서의 백부장 - 신앙의 모범

더욱 중요한 사람은 백부장이다.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막15:38)는 백부장의 고백은 『마가복음서』전체에 있어서 가장 완벽하고 완전한 고백이며 마가의 기독론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런 고백을 베드로도, 야고보도, 요한도 아닌 제국 로마의 백부장이 고백한 것이다.

백부장을 신앙의 모범으로 삼는 예는 『마가복음서』뿐 아니라 Q문서에서도 볼 수 있다. Q7:1-10을 보면, 자신의 하인의 병을 고쳐달라고 예수에게 간구하는 백부장 이야기를 볼 수 있다. Q7:1-10은 양식적으로 기적 이야기에 접근하는 것으로, 말씀 복음서인 Q에서는 매우 이질적인 전승이다.

Q는 <백부장>을 신앙의 모범으로 내세운다. 백부장에 대한 미화는 그가 자신의 문제로 예수에게 간청한 것이 아니라 하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 간청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시의 로마 군인들의 행태를 고려한다면 지극히 어색한 일이다.

여기옌누가복음서』는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리하여『누가복음서』는 Q의 많은 부분들을 윤색한다. 먼저 눅7:1-10에서는 백부장이 직접 예수를 만난 것이 아니라 유대의 장로를 보내어서 말을 전달한다. 그리고 눅7:2에 백부장의 노예가 주인에게 소중한 노예였다고 설명해 준다. 장로들은 백부장을 변호한다. “그들이 예수께 와서 간곡히 탄원하기를 그는 선생님에게 은혜를 받을만한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우리에게 회당을 지어 주었습니다”(눅7:4, 새번역)

Q는 백부장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말하게 한다.

Q 7:6 그 백부장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주여 , 나는 당신이 나의 지붕 아래에 오시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Q 7:7 그러니 말씀만 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나의 하인이 낫게 [[될 것입니다.]]
Q 7:8 나는 권세 밑에 있는 사람이요, 내 밑에 군사들이 있는데, 내가 이 사람에게 가라고 말하면 그는 가고, 다른 사람에게 오라고 하면 그는 오고, 나의 종에게 이것을 하라고 하면 그는 합니다 .”
Q 7:9 예수께서 들으시고 그를 놀랍게 여기시어, 따라왔던 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에서는 내가 이런 믿음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Q7:6-9, IQP복원본문, 밑줄과 강조는 필자)

백부장은 예수를 “주”라고 부른다. 이것은 Q에 단 한번 사용된 호칭이다. 여기에서도 <백부장>은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위대한 신앙고백을 한다. Q7:8은 탈-식민주의적 시각에서는 매우 문제가 많은 구절이다. 이것은 “권세”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고, 제국에 순응하는 것을 종용하는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Q7:9은 이러한 성향에 쐐기를 박고 있다.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에서는”.

『마가복음서』수난사 전승과 Q의 백부장 이야기는 모두 60년대의 그리스도교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초기 수난사는 60년대에 예루살렘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Q7:1-10은 Q의 후기층위로 Q의 다른 본문들에 비해 매우 이질적인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전승도 Q의 편집시기에 삽입된 것으로 추측되며 역시 60년대의 갈릴리 지역(이 이야기의 배경이 가버나움임을 주목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므로 이 두 백부장 전승으로 60년대 예수 운동의 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즉, 예루살렘이나 갈릴리나 할 것 없이 친-로마 반-유대의 분위기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왜 60년대의 예수 운동은 친-로마 반유대의 방향으로 나아갔을까? 성서가 마치 친일문서처럼 제국주의의 앞잡이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일종의 윤리적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조태연은 이러한 친-로마적 성향이 야고보의 순교와 함께한 대규모의 박해(AD 62)가 그 원인이었다고 본다. 박해가 심해지자 교회는 펠라로 이주한다(AD 67-70).

식민지 지배자들은 현지인 협력자가 필요하다

세리는 대표적인 로마의 ‘협력자’라고 할 수 있다. 식민지 지배자들은 현지인 협력자를 필요로 한다. 근대 제국주의에서는 협력자로 선택된 사람들이 지주, 도시 상인들, 그리고 서구식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영국은 특히 협력자를 키우는데 탁월했는데 이들이 키운 협력자들은 인도인들 사이를 분열시키는 장점도 있었다. 일제 치하에서 대표적인 협력자들은 친일파들이었고, 이들은 일본 유학생들이었거나 문명개화파들이었다.

급진적이라고 주장하는 신약학자들도 예수의 공동식사가 평등성을 지향한다는 측면을 고려했지 “세리들”-제국의 협력자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세리와의 우호적인 관계는 탈식민주의적 독서가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단락이다.

세리, 제국의 협력자

『마가복음서』와 Q에도 제국의 협력자 세리들이 등장한다. 막2:13-17에는 세관에 앉아 있는 세리 레위를 부르는 장면(막3:13-14)및 식탁교제에서 바리새인과 율법학자들의 비판에 대해서 예수가 변호하는 아포프테그마(막2:15-17)를 볼 수 있다. 역시 비슷한 장면으로 Q7:34, “인자가 [[]] 왔는데, 먹고 마시니, 너희가 말하기를, ‘보아라, 먹기를 탐하는 자요, 술을 즐기는 자요,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로구나.’ 한다”(Q7:34)을 거론할 수 있다. Q의 이 전승에서 예수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고 불리운다. 『마가복음서』보다는 Q가 세리에 대한 평가에서 더 후하다.

막2:13-14는 막2:15-17에 덧붙여진 <서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부출신의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과 같이 세관에 앉아있던 레위가 부름받았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원시 그리스도교가 제국의 대표적인 협력자인 세리를 수용했다는 사실이다. “나를 따라 오너라”(nachfolge)는 제자직을 의미하는 전문용어며 제자직은 공동체 내에서의 지도력을 상징하는데 세리에게도 주어졌다는 사실은 공동체의 분위기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트만(R. Bultmann)은 17절의 말은 원래 독립적이고 15f절은 이 말에 맞추어져 만든 장면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17절의 말씀을 15f의 상황으로 연결시킨 것은 원시 공동체의 한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창작된 이야기에서 반-유대주의적 특징이 드러난다.

아포프테그마들은 대부분 “갈등의 이야기”이고 “논쟁사화”들인데 논쟁의 주된 상대는 회당공동체의 지도자들이었다. 여기에서도 세리와 죄인들과 식탁교제를 하는 예수와 제자들을 비난하는 자들은 회당공동체의 일원이었던 바리새인들과 율법학자들이었다.

이 이야기의 작가는 세리들의 잘못을 인정하되 변호하는 입장에 서 있다. “많은 세리”(막2:15)는 아포프테그마 예수운동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13-14절에는 이런 세리 출신의 신도들이 지도자의 자리에까지 올랐음을 의미한다.

Q7:34는 Q7:18-35로 이어지는 “세례자 말씀군”의 결론에 해당하는 본문이다. 특히 Q7:31-35는 “이 세대(이스라엘을 의미한다)”에 대한 비판의 말씀인데 Q의 가장 주요한 편집 동기에 속한다. 뤼어만(D. Lührmann)에 의하면 Q의 가장 중요한 편집동기는 “예수와 이 세대”와의 갈등이며 Q는 마지막에 이스라엘 선교를 포기했다고 본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도 유대 회당 공동체와의 갈등이 반영되고 세리들이 수용된다.

Q6:32-35에서 세리는 한 번 더 언급된다. IQP 복원본문은 세리에 대한 언급을 빼 버리고, [이방인]에 대한 언급이 Q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김명수는 세리 및 죄인과의 비교가 Q에 원문에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Q의 단락에서 볼 때 이 전승은 폭력포기와 원수사랑에 대한 가르침의 마지막에 위치하며 일종의 예화로 사용된다.

김명수 교수의 주장과 달리 본문에서는 세리와 이방인이 부정적인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슐츠가 “밥상공동체”본문을 헬레니즘 계열의 후기 공동체에 소급시키고 Q6:32-35의 본문을 팔레스타인에 있었던 초기 공동체에 연결시키는 것이 더욱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 전승에서 예수의 민족주의적 정서를 읽을 수 있다. 이들 로기온들은 최소한 세리와 이방인들보다는 더 나은 사랑과 윤리적 태도를 가질 것을 촉구한다. Q6:27-36의 폭력행사자들은 무엇보다도 로마를 연상시킨다. 그러므로 세리와 이방인의 윤리와의 비교는 이민족 제국 세력에 대한 비판의 정점을 이룬다. “이 로기온은 따라서 어록공동체가 식민지 종주국인 로마에 대하여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고 있었는가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에 속한다”

김재현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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