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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우리는 과연 부활 했는가<정중규 칼럼> 부활절에 부활을 이야기할 수 없는 까닭
정중규 | 승인 2015.04.13 11:39

부활절이다. 하지만 나는 차마 부활을 선포할 수 없다. 아직은 부활을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이 너무 아픈 까닭이다. 갇혀 있는 이들이 곳곳에서 죽은 몸으로 울부짖고 있는데, 부활대축일 미사와 연합예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알렐루야! 알렐루야! 부활축하 타종소리만 울리면 그냥 부활은 오는 것일까.

한 해가 다가도록 깊은 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 선체는 부활을 기다리는 무덤이다. 그 무덤 속에 갇혀 있는 이들 모두가 부활해 빈 무덤이 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 부활은 없다. 거기 실종자 남윤철, 조은화, 허다윤, 박영인, 양승진, 고창석, 이영숙, 권재근, 권혁규 9명 모두가 부활해 빈 무덤이 되기 전까지는 아직 망부활이요, 부활 선포를 유예해야 할 모라토리엄 시기다.

그런데 ‘민의의 대변자’라는 김진태 의원은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공원으로 만듭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와이 진주만 아리조나호 침몰장소’ 콘크리트 건물 사진을 보여준다. 그것은 마치 그들의 부활이 두려워 핵 방사능 폭발사고로 폐허된 체르노빌 원전 돔처럼 콘크리트로 덮어씌우자는 것과 같다. 이런 뻔뻔함 앞에서 침몰하는 것은 세월호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였다. 

   
▲ "망각은 망국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광화문 세월호 농성 현장. ⓒ정중규

정치권은 어디로 가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권과 직접 싸우고 있는가

지난 한 해는 권력의 그런 뻔뻔함이 우리 모두를 숨넘어갈 만큼 옥죄였던 시간들이었다. 생때같은 자식 수백 명을 잃고서 울부짖는 부모들을 외면하다 재보선 시기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맞물리자 뜬금없이 ‘세월호 희생 학생 8억2천만 원, 교사 11억4천만 원’ 같은 배·보상 계획을 언론에 띄우는 정권. 선체 인양과 제대로 된 진상규명 요구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갑자기 돈을 흔들면서 마치 돈 때문에 시위하는 양 언론플레이하며 유가족들을 능욕한 정권. 디스패치 연예인 특종으로 시국 관련 사건을 덮듯이 국민들로부터 일어날 1주기 추모 분위기와 분노를 ‘돈이야기’로 아예 흔들어놓겠다는 속셈 드러내는 꼼수 부려 유가족들을 분노케 만드는 정권.

더 기막힌 것은 국가가 배·보상금을 지급하는 듯 보이지만, 따져보면 국가가 책임지는 몫은 단 한 푼도 없다는 것이 밝혀진 오직 생색만 내는 정권. 거기에다 배·보상금 받게 되면 이후 국가가 저지른 불법행위가 밝혀지더라도 ‘책임 추궁’이 불가능하다는데, 이것이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16조의 ‘배·보상금, 위로지원금 지급 결정에 동의할 때 국가와 신청인(피해자) 사이에 민사소송법상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 때문이라는 사실 앞에선, 한숨만 절로 나게 하는 특별법 만든 정치권.

과연 국가적 재난을 당한 국민이 이처럼 국가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정치권은 어디로 가고 유가족들이 직접 정권과 싸우고 있는 모습은 또 어떠한가. 그래도 우리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라면 시민사회단체나 정치권이 나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권을 누가 잡느냐에만 관심이 있어 세월호 문제조차 빨리 해결해 넘겨버리고 싶은 정치권에게는 이미 기대하기 힘들고, 시민사회단체 역시 정치력에선 미흡하기 짝이 없으니, 이젠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해 종교계가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세월호 1년, 이제 바다 속에 가라앉은 진실을 인양해야

더 가슴 아픈 것은 1년 동안 유가족들을 상대로 무수히 저질렀던 정권의 파렴치한 짓들을 보고서도 오히려 유가족이 지나치다고 매도하는 어쩌면 이미 사람의 본바탕을 잃어버린 듯한 이 사회의 이기주의였다. 누구 말대로, 세월호 유가족들처럼 재난 당한 사람들이 아파하며 울부짖을 때마다 지겹다고 투덜거리는 그들의 그 행태가 이젠 훨씬 더 지겹기만 하다.

유가족들이 이리도 가슴 아프고 서러운 까닭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의무로 삼는 국가로부터 보호는커녕 철저히 버림 받았고 오히려 핍박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국 대한민국에선 마음 둘 곳도 몸을 맡길 곳도 찾을 수 없다는 자식 잃고도 위로 받지 못한 이 갈가리 찢긴 가슴을 우리가 보듬어 안아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진실부터 인양해야 한다. 1년 전 TV 줌카메라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흘린 눈물이 1%라도 진실했다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는데 있어 무언가 켕기는 것이 없다면, 세월호 선체 인양과 진상규명부터 먼저 그리고 빨리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유가족과 우리 사회를 죽음에서 건져내 부활시키는 길이요 정권으로서도 세월호 늪에서 하루빨리 헤어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가까스로 구성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마저 무력화시키려 시행령으로 진상 규명마저 훼방 짓하는 정권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세월호 유가족 52명이 집단 삭발하며 “배·보상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할 때며, 세월호특별법 시행안 폐기와 선체 인양 결정 때까지 배·보상 절차 중단하라”고 다시 외쳐야 했으니 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 품으로! 세월호를 인양하라!" 광화문 세월호 농성 현장에 전시되어 있는 실종자 9명의 사진. ⓒ정중규

마른뼈들이 모여 부활을 기다리는 아픈 사회

그런데 문제는 무덤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세월호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취임도 하기 전에 다가올 시대를 예감한 듯 노동자들을 비롯한 가난한 이들의 자살이 잇따랐다. 팽목항 엠마오 미사에서 세월호 희생학생 박성호 군의 어머니가 전한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많은 이들이 죽어갈 것이다. 그러니 너희 엄마 아빠들께 독재자의 딸에게 투표하지 않도록 부탁드려라”고 친구들에게 했다는 예언과도 같은 성호군의 생전 이야기 들으며 정신 번쩍 드는 것도 그 이유였다.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고공농성하려고 굴뚝 위로, 크레인 위로, 광고판 위로, 철탑 위로 오르고, 농성텐트 속에 2000일, 3000일 넘게 갇혀 버티고 있는 노동 현실. 부익부빈익빈 양극화 심화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가난한 이들이 죽음의 유혹에 흔들리고 실제로도 죽어나가는 민생도탄 시대. 삶의 텃밭을 빼앗기고 밀양에서 강정에서 공권력에 짓밟히고 있는 민중들. ‘88만원 세대’를 지나 ‘3포 세대’에 ‘열정페이 세대’로 전락해가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청년들. 한번 무너지면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패자부활전조차 용납하지 않는 승자독식 사회, 그러기에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정의롭고 상식이 통하는 공평한 사회에 대한 갈망이 높은 시대. 겉은 화려하나 속은 아픔으로 가득 찬 이 사회는 마치 마른뼈들이 모여 부활을 기다리는 에스겔 선지자의 해골골짜기(에스겔 37장)를 연상시킨다. 

부활의 기쁨은 희년의 기쁨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특별희년이 다가오고 있다. 부활의 기쁨은 다름 아닌 희년의 기쁨이다. 부활의 의미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듯 희년의 의미 역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제자리란 무엇인가. 제대로 된 상태로의 복귀다. 못다 핀 304명 죽음의 의미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고, 고공농성 해고자들이 제자리로 복직되고, 살아가기 힘든 가난한 이들의 삶이 제대로 살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부활이요 희년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야 하는가. 우리의 엠마오는 어디인가. 누가는 예루살렘이라지만 마르코는 갈릴래아라고 한다. 마르코가 맞을 것이다. 자식 잃고 우는 라헬이 위로마저 거부하는 그곳, 고통 받고 버림받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이 주님을 잃고 슬퍼하며 울고 있는 그곳, 그곳으로 달려갈 때 거기에 먼저 와 계신 그분을 그들과 함께 만날 것이다. 부활전야 망부활의 미사와 예배가 봉헌되어야 할 곳도 마땅히 성당과 예배당이 아니라 갇힌 이들이 숨도 못 쉬고 있는 우리 사회 곳곳의 무덤 앞이어야 했다. 거기서부터 부활대축일 미사와 연합예배도 ‘주님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게 갇혀 있는 모든 이들이 부활한 뒤에야 성당과 예배당 종탑에서는 굳이 종지기가 부활축하 타종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종들과 종들이 부딪치며 부활의 종소리를 울릴 것이다.

<필자 소개>

정중규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이자 정책네트워크 내일 장애인행복포럼 대표로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정중규  mugeo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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