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18 기념일에 즈음하여 시작한 삭발 1인 시위 (관련기사 : 일인 삭발 시위를 시작한 목사의 외침)가 이제 한 달이 지나간다. 5월 3일과 5월 4일에 걸쳐 전경이 투입되었던 평택 대추리의 광란의 밤을 현지에서 밤을 지새우며 보낸 후(관련기사 ‘내가 겪은 대추리의 5월 4일’ ), 내가 살고 있는 안성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가슴에 담은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그 전엔 글로써 ‘안성 신도시 개발 지역 주민의 잃어버린 생존권을 기억하라”라고 했었지만, 대추리의 5월 4일은 나더러 몸으로 외치라고 종용해온 것이다.
1인 삭발 시위를 하며 나에게 오버랩 된 두 가지 면을 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시위하는 나의 비장한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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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한 달 간의 1차 시위를 끝내고 새로운 구호를 가지고 2차 시위에 들어갔다.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들어간 시위는 6월 19일 부터 한달간 진행될 예정이다. | ||
시위를 시작하니 안성경찰서에서 3번씩이나 찾아와서 “목사님, 이런 더운 여름에 몸 조심하셔야지요. 조금 이른 아침에 1시간 정도 잠시 하시면 안 되겠어요”라고 권유해온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또한 이렇게 뜨거운 날 들판에서 몇 시간을 일하는 농부들을 생각하면 오전 2시간동안 잠시 시위하는 것은 장난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응수하여 나의 의지를 표명한다.
시위하는 현장에 서면 조금 언덕진 곳에 정면으로 안성시청이 바라다 보인다. 거기가 바로 안성시 권력의 중심이 아니던가. 지방 자치 시대가 된 지금은 더욱 그러하리라. ‘부족한 내 한 몸이지만, 한 지역의 권력 중심지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그들의 권력의 횡포에 대해 혼자의 몸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 나의 시위이다’라는 비장함이 든다.
아니 어느 특정 지역에 대한 맞섬이 아니라 자본 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찌들어 있는 현대 문명에 대해 꼿꼿이 마주서서 응시하는 거라는 의미를 나 스스로에게 일깨우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힘과 자본이라는 빛에 몰려가는 거대한 흐름에 나라도 “아니오”라고 깃발 꽂는 것이라고 자위하며 서 있게 된다.
또 다른 얼굴, 시위의 경쾌한 면
시위 첫 날 생전처음으로 삭발을 하고 안성시청 앞 로터리에 서게 되니 어색하기만 하다. 어디에 서서 시위를 시작할까 한참을 물색하다가 선 자리라 더욱 낯설다. 조금 있으니 지방선거운동원들이 몰려 와서 나의 자리를 빙 둘러 감싼다. 그들이 손뼉을 치며 선거 운동하는 게 마치 나를 향해 찬양하는 거 같이 생각되어 웃음을 참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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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위 현장에 직접 찾아오셔서 음료수 2병을 쥐어 주고 가면서 "더운데 수고가 많습니다. 힘내세요"라고 말한 한 아주머니의 미소는 내내 지워지지 않는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함석헌 선생이 말한 '씨알'을 만나게 되는 듯 하다. | ||
거기 서 있노라니 별에 별 일이 다 있다. 선거 운동원 아줌마들 덕분에 눈과 귀가 계속 즐겁다. 어떤 아줌마는 손을 들어 주먹을 쥐고 “파이팅”이라며 응원을 보내 준다. 시작한 지 2일 째 되는 날은 지역에 있는 가톨릭 노신부께서 신도 2명과 오셔서 생수 한 박스와 초콜릿 한 박스를 사올 때는 내가 뭔가 된 듯한 착각도 들게 한다.
차 안에서 한참을 나를 노려보던 중년 신사가 야단 칠 줄 알았더니 “더운데 모자 쓰고 해요”라고 격려해주니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한 숨을 쉬던 기억은 두고두고 에피소드로 기억될 듯하다. 더운 데 수고한다며 비타민 음료수 두 병을 사와 전해주고 가던 아주머니의 따스한 미소를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괜히 좋아진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은 두 시간 동안 홀로 서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노라니 도 닦는 게 따로 없다. 참선하는 마음으로 서 있으면 어찌 그리 생각이 맑아지는지. 하다가 심심하면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차들이 시끄러우니 돼지 목을 따던 오리 목을 따던 잘 안 들린다는 지형적인 인센티브를 최대한 이용해 ‘홀로 콘서트’를 연다. 부르는 곡목은 ‘사랑을 위하여(이종환), 내가 만일(안치환, 너는 내 여자니까(이승기)’ 등 시위하고 전혀 상관없는 유행가가 대분이다.
서 있는 게 다리가 아파서 요즘은 아예 빨간 의자를 놓고 앉아서 시위를 한다. 2시간 정도를 앉아서 ‘불경’을 읽는다. 2시간이 금방 간다. 거기 앉아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거 시위하는 것에 맛을 들이는 거 아닌가 싶다. 안 하면 서운하게 될 것만 같다.
이래저래 양면이 있지만 내 속에서 전혀 충돌하지 않고 공존해 있는 게 재미있다. 오히려 그 양면이 있어서 여유로워진다. 이왕 시작한 시위이니만큼 소기의 성과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안 되더라도 어쩔 수 없고.
* 시위 장소 : 안성시청 앞 로터리
2차 시위기간 : 2006. 6.19-7.19 오전 10시-12시 (2시간, 월-금)
시위자 : 일죽 더아모의집 송상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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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