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금)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공동대표 박은조 목사)은 ‘한국교회 부교역자를 생각하다’ 심포지엄을 열어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발제를 듣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에큐메니안

‘종, 머슴, 비정규직, 계약직, 소모품, 미생, 장그래, 아르바이트생...’
부정적인 단어들의 열거가 아니다. 이 단어들은 한국교회의 부교역자들이 자신들의 삶의 이미지로 나타낸 것이다.

지난 8일(금)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공동대표 박은조 목사)은 ‘한국교회 부교역자를 생각하다’ 심포지엄을 열어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발제를 듣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교역자들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한 문제

이 심포지엄의 기조발제를 맡은 조성돈 교수(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실천신학대학원)는 이를 위해 ‘한국교회 부교역자의 사역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분석했다.

조 교수는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개신교 교회 소속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며 ‘생활’, ‘사역’으로 나눠 조사했다고 밝혔다.

‘생활’관련 조사에서 부교역자의 월 평균 사례비는 ‘전임목사 204만원’, ‘전임 전도사 148만원’, ‘파트타임 전도사 78만원’으로 설문자의 55.7%가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또한 ‘경제적 이유로 목회 외 다른 일 경험’에는 26.8%가 ‘과거 한 적 있다’라고 밝혔고, ‘향후 할 생각이 있다’가 20.4%, ‘현재 하고 있다’가 10.7%로 절반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런 비율은 파트타임 전도사로 내려갈수록 높아졌다.

▲ 심포지엄의 기조발제를 맡은 조성돈 교수(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실천신학대학원). ⓒ에큐메니안

‘사역’관련 조사에서 전임목사의 25.3%와 전임 전도사 22.5%가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46%만이 월요일 휴무를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적정 근무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부교역자들은 사례비와 일적인 면에서 성직자라는 사명감으로 어느 정도 감내하는 부분이 있지만, 삶의 질과 같은 정신·정서적인 면에서는 매우 힘들어 하고 있다”며 부교역자 입장에서 개선이 필요한 조치사항을 △담임목사의 부당한 언행 △부교역자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권위주의적인 교회문화 개선 △인간적인 대우 및 인격존중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를 하면서 부교역자는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목회자의 일을 감당하면서 존경을 얻기 보다는 교회내의 불우이웃이 되어가고, 자신들을 종, 소모품, 하인 등으로 표현한다. 이들은 헌신이라는 미명 아래 상처와 소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부교역자를 바라보는 교회와 담임목사의 인식전환과 제도의 개선과 미생으로 대우되는 현실을 바꾸어 전문목회자로서의 역할 전환이 교단 차원에서 제도 정비가 되어, 부교역자들에게 의미 있는 사역이 가능하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담임목사 마인드가 바뀌면 달라진다.

‘부(不)목사인가, 부(副)목사인가?’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고형진 목사(강남동산교회 담임목사)는 “발제를 준비하며 담임목사인 내가 부목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담임목사를 대표해 참여하는 마음으로 이야기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부목사에 대한 문제는 담임목사의 책임이며, 담임 목사의 마인드가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 목사는 ‘부(不)목사’와 ‘부(副)목사’를 들어 “부(不)목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목사로,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거나, 담임목사에게서 목사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다”라며 “부(副)목사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인식 하에 사역하는 목사로 담임목사를 도아주로 성도와 연결하며 담당 교구 성도들의 교육과 신앙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 ‘부(不)목사인가, 부(副)목사인가?’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고형진 목사(강남동산교회 담임목사). ⓒ에큐메니안

그는 “1세대 목회자들은 부교역자 경험 없이 교회를 개척했기 때문에, 부교역자들에게 ‘충성과 헌신’을 강요할 뿐 그들에 대한 삶의 배려와 고려가 전혀 없었다”며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운 2세대 목회자들과 부교역자들의 관계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목사는 부교역자가 당면한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문제와 사역시간의 문제를 넘어서 ‘인격적인 문제’를 가장 우위에 꼽으며 “담임목사와의 관계 설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부교역자를 동역자라고 인식하는 담임목사라면 부교역자에게 비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부족함이 있더라도 담임목사와 부교역자가 수평적인 관계, 함께 힘을 모으는 관계를 형성할 때만 동역자로서 존재 할 수 있다”고 ‘상생의 관계’를 강조했다.

하나님나라를 말하는 어불성설 교회

‘부교역자의 역설적 현실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배덕만 교수(건신대학원대학교)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부교역자들의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며 “이런 현실은 한국교회가 애써 외면해 온 또 하나의 사각지대임에 틀림없다”고 전했다.

그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3가지 현실적 평가 △경제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부교역자들 △과도하고 부당한 사역을 감당하는 부교역자들 △인격적 모독을 경험하고 있는 부교역자들을 꼽았다.

▲ ‘부교역자의 역설적 현실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배덕만 교수(건신대학원대학교). ⓒ에큐메니안

이에 “갈리디아서 3:28은 그리스도 안에서 누구도 차별 받을 수 없다는 명백한 선언이 담겨져 있다. 이런 가르침을 토대로 루터는 ‘만인사제설’을 제창하기도 했다”며 “교회의 권위주의적 문화 속에서 부교역자들이 담임목사에게 부당한 대우와 인격적 모독을 경험하는 현실은 성경적 규범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배 교수는 이런 문제점 극복을 위한 제안들며 △ 교회/담임목회자의 의식 변화 △교단적 차원의 대안 모색 △이중직에 대한 적극적 검토/모색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상을 향해 평등과 존중을 설파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불평등과 모독의 현장으로 변질 된 것”이라며 “부교역자들을 소모품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 교회가 하나님나라를 이야기하고 꿈꾸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이들은 공통적으로 개교회중심을 타파한 ‘교단 차원의 부교역자 보장 시스템’을 말하며, 교단의 노력이 문제해결의 열쇠라고 주장했다.

박준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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