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사람이 사람을 짓누르더니

급기야
센 놈이 약한 이들에게
제 놈을 아비라 부르라 윽박질렀다

많은 시간을
힘없는 이들이
센 놈을 억지로 아비라 부르며 시달려왔다

오직
하늘만을 아버지 부르는 이가 나타나
나의 먹을거리는
보내신 분의 뜻을 행하고 이루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보내신 분의 뜻을 행하고 이루는 것은 제껴 두고
어떡하면 거스르지 아니하고
제 몸 위해 먹을거리 마련할까 걱정하며 살아가지만
그 분이 가르쳐주신 기도를 따라서 해봅니다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하늘에
하늘에
하늘이 어디입니까?
높고 푸르른 곳입니까?
미리내의 알지 못하는 별입니까?
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저희들 가운데입니까?

하늘에 계신
우리
우리
우리
우리 아버지

나만의 아버지가 아니시요
너만의 아버지도 아니시요
그리스도교만의 아버지는 더욱 아니신
하늘과 땅 그 안과 밖의 모든 것들의 아버지시여!!

이름이
거룩
거룩
거룩
종교장사치들이나 전쟁미치광이들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으시고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주님나라
자본이 다스리는 돈의 나라 말고
폭력이 난무하는 힘의 나라도 아닌
오로지 한울님만 다스리시는 나라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땅에서도
땅에서도
죽어서야 가는 곳만이 아니고
먼 훗날에야 가는 곳만도 아닌
우리 사는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비나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나에게가 아니고요
실업자를 아우르고
북녘 겨레를 아우르고
제 3세계 오누이를 아우르고
전쟁으로 어버이를 잃은 어린이를 아우르고
자연의 몸살로 삶터를 잃어버린 가난한 이들을 아우르고
사람들의 어리석음 때문에
갯벌을 비롯하여
삶의 자리를 잃어가는 뭇 생명들을 아우르는
모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일용할 양식을
천년만년 쳐 먹을 것이 아니고
곳간에 가득히 채워둘 것도 아닌
살아갈 만큼 필요한 먹을거리를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자를
사하여 탕감해주고
깨끗이 잊어버리고
생각에서 지워버렸사오니
저희들의 빚을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떡과 힘과 명예로의 꼬임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나라와 힘과 영광은
땅의 사람이 가져서는 아니되오며

나라와 힘과 영광은
아버지께만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졸시집 자연교향樂(삼인) 수록-

최광식  3kwang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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