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zenina’, 아프리카어로 ‘우리는 무엇을 했나’라는 참회의 소리이다. 2013년 10월 WCC 제10차 부산총회 개회예배에서 울려 퍼진 이후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의 공간에서 이 참회의 소리는 울려 퍼졌다.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한국교회에 대한 자성과 참회의 뜻을 담은 것이다.

이에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는 지난 제99회 총회 주제를 ‘하나님과 세상 앞에 참회하는 교회’로 정하고, 총회 첫머리를 25개 노회 대표들이 제단에 ‘재’를 바쳤다. 총회 측은 ‘우리의 모든 것을 태우고 온전히 주님의 말씀을 기다린다는 근신과 겸손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제100회 총회를 맞았다.

이번 100회 총회는 개회 전부터 교계를 비롯해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지난 총회의 참회에 이어 ‘세상 속에서’ 선교적 역할을 감당할 비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총회에서 처리되는 안건들도 큰 관심을 모았다.

헌의된 안건 중 관심을 받은 안건을 살펴보면, ‘종교인 납세 문제에 관한 입장 채택 및 관련 활동 헌의의 건’, ‘총회 사회선교동역자 파송 제도 신설을 위한 규정 개정(신설) 헌의의 건’, ‘「제100회 총회 기념문서: 교회를 교회답게」 채택 헌의의 건(제7문서)’, ‘성소수자 목회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및 연구위원 구성 헌의의 건’ 등이다.

이 중 총회원들의 결의를 모아 채택된 것은 단 1개, 종교인 납세를 ‘근로소득세’로 자진 납세하겠다는 것뿐이다. 교회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제7문서’도, 에큐메니칼 운동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회선교동역자 제도’도, 가장 뜨거웠던 ‘성소수자 목회지침’도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물론 개교회와 노회의 상황이나 여건을 고려하며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1천600여개 교회라고 하지만 감소하는 교인 수와 더불어 축소되는 교회 재정 등을 감안해야 하는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헌의안 중 단 1개만 처리됐다는 것은 너무 초라한 성적이다. 게다가 ‘종교인 납세’ 문제는 이미 입법 예고한 거스를 수 없는 이슈임을 감안한다면 세상 속에서 성찬을 나누겠다는 선언은 공허해 보인다.

특히 ‘성소수자 목회지침’ 마련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대다수의 총대원들의 의견은 ‘성소수자에 대한 목회지침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것’, ‘연구에 대한 결과 자체가 어느 쪽이든 혼란을 겪게 될 것’, ‘동성애자에게 어떤 목회지침을 마련할 수 있나?’ 등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 결국 원안에 대한 폐기가 개의됐고, 총대원 438명 중 258명이 손을 들었다. 목회지침 마련에 찬성한 총대원은 겨우 74명에 불과했다.

아직도 교회 안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를 꺼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현실을 반영하더라도 너무 초라한 성적이다. 게다가 법제부의 부서 심의 중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중요한 안건이 처리되는 때에 사라진 3백여 명의 총대 숫자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안건 논의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교회, 목사가 성소수자를 인정할 ‘권한’은 없다.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존재로써 인정받는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찬반을 표할 수 없다.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도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인격체로 있는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에 대해 찬반을 표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인간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모 총대원은 ‘동성애자를 인정하는 캐나다연합교회와 협약을 맺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참회를 거쳐 세상 속에서 성찬을 나눌 준비가 됐나? 총회 수요예배에서 읊조린 ‘센제니나’ 속에 진정한 참회가 있었는가? 다시 물어볼 일이다. 아마도 이런 상태라면 10년 후 총회에서도 공허한 ‘센제니나’만 중얼거릴 것으로 보인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유보된 ‘제7문서’는 ‘~아니다’라는 18개 명제를 담았다. 초안자 김주한 박사는 “자성과 참회의 의미를 담아 강력한 어투로 쓴 것”이라며 “교회는 어떤 방향성이나 정의(Definition)를 내리기 전에 세상과 하나님 앞에 참회가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사 전통에서도 고백교회의 바르멘 선언, WCC 에반스톤 선언이 부정어를 사용함으로써 참회와 강력한 메시지를 담아왔다.

이는 “교회사 전통에서 부정어로 표현한 것은 그 밖의 모든 것을 포용하겠다는 다양성의 의미”라며, “어떤 것을 교회라고 정의했을 때, 그 밖의 모든 것은 부정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기본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런 정신을 담고 있는 ‘제7문서’의 유보는 ‘성소수자 목회지침 연구’가 폐기되는 순간에 이미 결정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신교가 오늘날 ‘개독’이란 이름을 얻게 된 이유를 모두 알고 있다. 사회적 윤리, 인문학적 소양이 한참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을 견인해야할 교회가 세상에 끌려 다닌다는 평가를 받는 것 아닌가. 여기에서 진보적(?)이라고 하는 기장 총회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세상을 견인하기에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 어쩌면 그 ‘진보적’이라는 평가는 개신교의 일반적 수준보다 조금 나을 것 같다. 결국은 도토리 키 재기에 지나지 않는다.

도토리 중에 가장 큰 도토리로 만족한다면 이번 총회는 꽤나 성공적일 수 있다. 그러나 김재준장준하, 문익환, 안병무와 서남동 수많은 선각자들의 후배를 자임한다면, 진정으로 세상 속에서 주님의 몸을 나누고자 한다면, 진정으로 참회하고 있는지. 성찬을 나누고자 하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비단 258명에 국한 숙제는 아닐 것이다.

고수봉 편집국장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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