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뀐 지 몇 달 뒤 아내는 서울로 올라갔다. 집권여당인 중앙당의 사조직 책임자를 맡게 되어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여야만 했다. 사람들은 집권당인 중앙당으로 가게 되었으니 참으로 잘 되었다고들 부러워했으나 실제 그 내용은 보잘 것 없었다. DJ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후 그의 최측근 몇 사람만 권력의 맛을 누렸지 나머지는 여전히 배고픈 생활을 하여야만 했다. 군사정권 때처럼 선거 공로자들에게 혜택을 준다거나 큰 이권을 주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단지 대통령의 최측근의 눈에 든 몇몇 사람만이 공기업 따위로 낙하산으로 내려갔을 뿐 지구당위원장들은 찬밥 취급을 받았다.

울산에 있는 모 지구당 위원장이 한 말은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DJ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집안에서는 출세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놈팽이로 있으니 창피스러워 죽을 지경이라고 신세한탄을 해댔다. 실제 DJ는 <나의 대통령 된 것에만 만족하라>며 그간의 조직들은 중용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대선 당시 고생한 지구당위원장들 청와대 초청도 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전국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DJ에게 10~30년간씩 충성하고도 토사구팽을 당하는 이들이 수백 명에 달했다. 당의 주주격인 지구당위원장들이 토사구팽을 당하니 그 밑의 조직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한편으로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부정적인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간의 계보 조직 중에 쓸 만한 사람은 교육을 시켜 중용하여 정권의 요소요소에 배치를 시켜 민주정권의 윤활유가 되도록 전진 배치하여야만 했다. 그래야만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군사정권에 길들여져 온 공무원이나 국가세력들을 견인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J는 조직과 개혁세력을 버리고 구 보수 기득권 세력을 중용하고 그들과 가까이 하는 <보수 콤플렉스병>에 걸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측근들과 자신의 아들들과 사조직 책임자들은 부정행위에 걸려 줄줄이 낙마하거나 구속이 되곤 했다.

또한 DJ를 반대했던 사람들을 반대당에서 끌어 들여 그들에게 요직을 준 결과 부패혐의로 구속되었으며 중용이 되었던 이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DJ를 배신하는 행위를 밥 먹듯 했다.  그리고 DJ에게서 감투하나씩을 받은 자들은 어제의 동지도 몰라봤으며 어깨에 잔뜩 기브스를 해가지고 다니는 꼴불견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DJ는 인사정책은 실패했어도 대북한 관계는 <햇볕정책>을 도입하여 민족관계에 숨통을 틔워 놓은 큰일을 하기도 했다.

나는 그즈음 바다관련 공익 단체에서 일을 하며 국내 수산업에 손을 대고 있었다. 이제 돈을 벌어 본격적으로 아내의 정치자금을 준비하고 집안도 경제적으로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뿐만 아니라 민주화세력은 늘 가난해야 한다는 부정적 당위를 떨쳐내고 싶었다. 그리하여 돈을 벌어 민족을 위하여 일하는 민족단체에 경제적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생각일 뿐 돈벌이가 쉽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빚을 내어 배를 세척이나 샀고 허가도 전국 어느 바다에서나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선망어업 허가권을 얻어냈다. 그리고 배의 운영을 칠촌 아제뻘 되는 사람에게 맡겼다. 그 사업 자체가 그의 권유 때문에 이루어졌으므로 그를 책임자로 앉힌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편 김대중정권 들어서 최초로 창립된 <바다살리기운동>단체의 최대의 주주이면서 부산본부장을 맡은 나는 이 사업을 국민적 사업으로 성공시키리라 다짐하며, 전국조직을 위하여 열심히 뛰었다.

총재를 최모 국회의원으로 앉히고 전국의 명망가들을 영입하여 조직 요소요소에 앉히며 바다 사랑 운동을 역설하였다. 그러면서도 부산본부 조직에 앞장섰다. 그러나 정당 주변에 떠돌고 있던 인공위성 같은 인생들이 이 조직을 향해 부나방처럼 날아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권교체와 동시에 갈 곳이 없어 웅크리고 있던 소외된 사람들이 우리단체가 희망이 있어 보이자 이쪽으로 다 몰려든 것이었다. 나는 그들을 조직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반대했다. 아무 철학도 신념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뛴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어딜 가도 찬밥신세를 면치 못할 그런 사람들이었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좋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시켜야 한다고 했으나 내가 지명하여 시킨 사무총장이란 사람은 그들을 내모르게 살짝살짝 조직에 쑤셔 박았던 것이다. 최고 깨끗해야 할 국민운동 조직체에 그것도 새 정권의 새 운동으로 주창하며 지지를 받아야 할 조직에 공해와 같은 인간들이 엄청나게 낙하산으로 내려왔으니 조직이 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런 나를 두려워하기도 했으며 나를 싫어하기도 했다. 그들의 최대의 적은 내가 되고 말았다. 내가 없으면 거들먹거리며 다녀도 될 텐데 내가 버티고 있으니 그럴 처지도 못되어 그들의 눈에는 내가 눈엣가시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 이적 목사(민통선평화교회). ⓒ에큐메니안

실제 사무총장이 추천한 중앙당 당직자 출신 한명이 중앙본부 조직국장으로 들어왔는데, 이 친구가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전국을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귀에 들어왔다. 그 소문에 기분이 편찮아 있었는데 어느 날 부산본부 발대식을 하는 날 이 친구가 내려와 어깨에 기브스를 하고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그를 불러 점잖게 나무랐다.

바다살리기운동은 교만과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힘을 모아 성공시켜야 하므로 조직 일원의 겸손과 지혜가 요구된다며 지금의 자세는 그 요구사항과 너무 배치되는 모습이다. 시정하라고 음성을 낮았으나 강력하게 나무랐다. 그런 이후 이 친구가 공사석에서 나를 씹고 다녔음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단체가 잘 굴러가는 것 같았는데 일은 엉뚱한데서 터지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 내게 내린 첫 번째 화살이었음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바다살리기부산본부 발대식 겸 부산본부장 취임식 날 이었다.
부산 수영만 요트 경기장은 발대식에 참석코자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해양수산청장과 국회의원 등 전국의 조직들이 다 몰려들고 있었으며 취임식 무대 위로는 에드벌룬이 떠 있었고, 경찰악대가 무대 아래에서 팡파레를 불어대고 있었다. 나는 그 무대의 주인공 이었다. 취임식이 시작되었다. 총재의 임명장이 주어지고 수산청장의 축사가 이어졌으며 여당의 국회의원들과 정권의 실세들이 줄줄이 화환과 메시지 전보를 보내왔다. 그날의 행사는 나를 위해 존재했다. 조직에서도 내 힘이 최고였고 내 말이 법이었다. 행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성공리에 끝났다. 그리고 그날 전국에서 참석한 내빈과 국회의원들과 해운대에서 리셉션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찾아와 나를 보자는 것이다.

그들은 얼마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 자리를 마련하여 수산인과의 대화에 참석한 후 입당한 사람들이었는데 모두가 수산회사 사장들이었다. 그중에는 사돈뻘 되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수산회사 당원들이 봉투를 내밀었다. 수신인협회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것이라며 행사후원금으로 써달라고 했다. 나는 고맙다며 자연스럽게 당원 수산인들의 성의로 생각하고 받았다. 그리고 행사가 끝난 뒤 봉투를 열어보니 수표 3천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 돈 중 일부를 행사비로 쓰고 새벽녘에서야 택시를 탔는데 집에 오니 뒷주머니에 있어야 할 지갑이 없었다. 잃어버린 것이었다. 나는 분실물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죄지은 사람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며칠 후 검찰청에서 사무실로 전화 한통화가 왔다. 지갑 잃어버렸느냐고 빨리 지갑 찾으러 오라고 하여 기쁘게 검찰청을 방문했는데 검사가 예사스럽게 이천만원이 수표인데 이 돈이 웬 돈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후원금으로 받은 돈이라며 사실대로 답했다. 그런데 이 검사가 내가 여권 쪽의 사람인줄 알고는 뇌물로 받지 않았냐고 물고 늘어진 것이었다. 검사는 돈을 준 사람들을 불러 뇌물로 준 것이라고 진술하라며 회유와 공갈협박을 해댄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뇌물로 그 돈을 받았으면 내가 특가법으로 구속이 되어 중형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검사와 수 십 차례 만나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며 싸워야 했다. 그러나 검사는 뒤늦게 자기가 잘못짚은  줄을 알고 후회했으나 이 사건을 사건화 시키지 못하면 자신이 다칠 것이라는 조바심 때문에 끝까지 나를 유죄화 시키려했다. 나중에 검사가 검찰출석 요구서를 보내도 나는 출석거부를 해버렸다.

그리고 최모 법사위 국회의원이 부산검찰청 국감때 담당검사를 불러 나의 무죄를 주장하며 사건을 백지화 시키라 요구했다. 심지어는 법무장관실에서 사건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보냈어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검사는 끝까지 유죄화 시키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조사를 해보니 사실, 뇌물임이 입증이 안되자 검사는 행사비로 쓴 돈은 통장에 넣지 않고 임의로 썼으므로 횡령에 해당된다며 죄명을 다시 횡령으로 바꾸어 대항을 해 왔다. 참, 기가 막힐 일이었다. 당시는 조직이 막 결성되었으므로 조직의 통장조차 없었고 또 행사 당일 날 후원금을 언제 통장에 넣었다가 다시 쓸 수 있느냐고 강변했지만 자신에게 불리함을 느낀 검사에겐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갑에는 신문사 신분증이 하나 있었다. 경실련 시민의 신문사에서 편집국장으로 재직할 때 발행된 신분증이었는데 얼굴사진과 신분 내용이 다르다며 사소한 것까지 들추어내며 사문서 위조로 말아 넣은 것이었다. 죄가 될 수 없는 사건임을 검사자신이 잘 알고 있었음에도 다급해진 나머지 억지로 만들어진 사건이었다. 참！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자주 폭력화되는 현장을 지켜보았지만 또 한 번 공권력의 폭력 앞에 당한 꼴이었다. 나는 그 사건으로 29일 동안 검찰의 조사 하에 있다가 판사 손에 가서야 불구속으로 풀려났다.

풀려나자마자 다시 검사를 찾아갔다. 이게 죄가 되는거냐고 따져 물었다. 따져 물었더니 검사는 묵묵부답이었다. 어디 두고 보자며 검사실을 나오는 내게 검사실 계장이 죄송하게 됐다며 무리한 수사였음을 인정했다. 그 일로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하여 수없이 오용되고 남용되고 있음을 또다시 깨달았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징취였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도저히 사건이 될 수없는 사건이 어떻게 사건이 될 수 있었는가였다. 내가 부정으로 받은 돈이었다면 어떻게 경찰에 분실신고를 할 수 있었겠는가이다. 그리고 후원금을 준 사람들도 뇌물이 아니라고 하는데 일개 검사가 뇌물이라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은 검사가 정신병자가 아니면 하나님의 징취가 아니겠는가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검찰사건을 겪은 뒤 바다살리기운동은 정당판 모리배들의 낙하산으로 혼미가 거듭되었다. 도저히 일이 되지가 않았다. 말도 통하지 않았다. 나는 부산의 해군동지회 모회장에게 조직의 모든 권한을 넘겼다.  더 이상 애정을 갖고 조직을 끌고 나가지를 못하겠노라며 당신이 맡아서 이 운동을 성공시키라고 부탁하고 조직에서 사임해버렸다. 나는 그 일로 인하여 심신이 고단해질대로 고단해져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사업을 맡겼던 친척이 배를 끌고 다니면서 연락을 두절해버렸다. 어획고에 대한 보고도 없었고 배가 어디서 조업을 하고 있는지, 작황은 어떤지, 생산비에 대한 어떤 의논도 해오지를 않았다. 앉은 채로 따돌림을 당하는 꼴이었다. 귀한 허가에 빚을 내어 출어시켰더니 한 친척의 농간에 의하여 아예 배를 뺏겨 버린 것이다. 사무실의 오실장을 시켜 배를 찾아가도 속초항에 가면 포항으로 피해버리고 포항에 가면 묵호항으로 피해버리니 그 또한 잡을 길이 없었다. 어쩔 수없이 해양경찰에 연락하여 배를 출어금지를 시켜버렸다. 그때 또 시골 수협장으로 있던 친척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내가 그 배를 살테니 내게 넘겨달라고 애걸을 한다. 그 녀석한테 두면 배신당할거니까 차라리 내게 달라고 한다. 나는 모든 것이 귀찮아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배를 그에게 준다는 포기각서 한 장만 쓰고 배를 달랑 넘겨버렸다. 돈은 언제든 꼭 갚아준다는 말 한마디만 믿고 .

그러나 그 사람 역시 배를 3억에 팔아치우고는 내겐 일원짜리 한 장 보내오지 않았다. 나는 고뇌했다. 인간들에게 몇 번이나 당하고 나니 참으로 인간세상이 가증스러워졌다. 나는 그때 왜 나는 내가 하는 일마다 판판히 깨어질까？ 하고 처음으로 내 자신을 되돌아 볼 기회를 가졌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마음먹은 일은 전부 이루어졌음을 알 수가 있었다.

군부정권의 3년 동안의 감금에서도 살아나왔으며 그들의 죄상도 폭로하는 행운도 얻었으며 세상적인 명예도 얻었었다. 또한 정권교체라는 영원한 희망도 쟁취해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따위 세상적인 사업하나를 성공시키지 못하다니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나는 심신이 고달퍼질대로 고달퍼진 상태로 서부전선 민통선 마을에 글을 쓰기 위하여 장만 해 놓았던 해양문학관을 찾아갔다. 그곳에 가서 문우들과 막걸리도 한 잔하고 쉬면서 머리를 식히리라 생각했다. 이천만원을 들여 깔끔하게 수리를 해 놓은 건물이다. 10여 평의 다용도실과 주방, 화장실, 방 두 칸이 갖추어진 건물이다. 나는 그곳 마을로 찾아갔다. 공사 시작 할 때 한번 가보고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마을엔 이미 가을로 가득 차 있었고 농사들이 다 거두어진 들녘은 황폐하기 조차했다. 비탈진 곳에 위치해 있던 문학관엔 그간 주인의 부재에 퇴색해가는 낙엽들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민통선의 고독이 사람을 에워싼다.

갑자기 어깨가 들썩여진다.
한참동안 내가 어디에 서있는가를 생각하며 고뇌하며 오열했다.
그날 밤 나는 혼자서 막걸리 몇 병을 비우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잠을 자다 눈을 뜬 것은 어두워야 할 방안이 너무도 밝아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의 휘영청 떠 있는 둥근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게 알지 못할 자유롭지 못한 사념들이 가슴을 가득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나온 세월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감옥에서의 세월, 죽음과의 사투, 폭로를 위한 저항, 군사정권과의 투쟁, 아내의 국회의원 출마, 정권교체 이런 세월들이 오버랩 되어 이십 여 년의 세월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사라져갔다. 한순간이었다. 내가 생각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는데 정권교체 후 왜 실패의 연속인가？ 왜 실패의 연속만 되풀이 되는가？

나는 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깊은 잠이었다. 오랜만에 그렇게 깊고 깊은 잠을 자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잠속에서 꿈을 꾸었는가 싶었다. 잠을 깨어서도 그 음성하나만큼은 또렸했다.

<내가 너에게 다 주지 않았느냐！ 다 주었음에도 너는 그 자리구나！>

나는 새벽녘 침대 맡에 앉아 깊게 고뇌했다. <그렇구나>
나는 그때서야 내가 신학을 하다 중도 탈락한 사내임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한 번도 나를 지켜준 신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겉으로는 한국교단의 지도자들의 위선을 질타하고 그들의 이중성을 이유로 들어 목회의 길을 외면했지만 사실은 언제 한번 신에 대한 깊은 감사기도 한번 한 적이 있었던가？ 믿음에 대한 고뇌를 한 적이 있었던가？ 믿음으로 인한 사회구원을 고뇌한 적이 있었던가？ 신앙 안에서 얼마든지 사회구원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십여 년을 사회구원을 명분으로만 바깥으로 떠돌지 않았는가？

정권교체가 된 지금 네가 할 일이 무엇인가？ 공기업 낙하산 자리쯤이나 노려야 하는가？ 출세를 목적으로 싸웠는가, 계급을 얻기 위해 정권교체를 도왔는가？ 누굴 위해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인가？ 돈벌이는 네 가족과 네 아내의 출세수단으로 이용되는 명분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가진 네가 탐욕이 가득한 세속적인 인간밖에 더 되겠는가？ 아직도 변혁시켜야 할 미완성의 땅, 이 땅에 정권교체가 완성이라고 보는가？ 권력을 누린 만큼 의식적 누수도 크기 마련이다. 권력 주변에서 서성대며 그 열매를 따 먹자는 것인가？ 나는 내가 원했던 것은 다 이루었음을 그때서야 강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또 더 큰 것을 향하여 욕심을 부렸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적 목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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