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의 신학적 입장은 결국 성경 이해의 한계에서 비롯
이들은 보수측의 성서 이해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 한계란 당연히 문자주의적 한계다. 즉, 성경을 보니까 성경이 사형제를 지지한다고 보기 때문에 저러한 사형제 폐지 반대의 성명이 곧잘 나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유아적 이해인가.
만일 한기총의 말대로 사형제가 성경적으로 정당하다면, 성경은 여성폄하와 인신제사까지도 지지하고 있는 측면이 있는데, 그 측면은 또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 성경 안에 있는 여성 비하 구절은 엄청날 만큼 매우 많다. 그래서 성경 자체가 ‘성차별 전서’라고 보기도 하는 것이다.
참조 - 성경 안의 수많은 성차별 구절들을 찾아보고 싶다면..
http://www.newsnjoy.co.kr/news/read.php?idxno=11110&rsec=MAIN
또한 사람을 산 채로 죽여다가 바치는 인신제사는 성경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는 구절과 입다가 자신의 딸을 바치는 그 구절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그 구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어도 은연중에 인신제사 자체가 부정되진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입다의 딸의 경우는 하나님께 바쳐져 그만 죽고 만다. 생명이 그렇게 죽임당하는 것도 하나님의 뜻인가? 아니면 인신제사라도 하나님께 바쳐지기만 하면 그 생명은 억울하지도 않단 말인가? 혹은 여자라서 인신제사에 바쳐도 된단 말인가?
흔히 가만히 보면, 보수교단이 여성 안수를 반대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그 맥락도 결국은 이들의 성경 이해의 한계에서 비롯함을 알아야 한다. 저들은 성경을 들이밀면서 “봐라. 성경이 이렇게 여성을 부정한 존재로 말하고 있지 않느냐, 여성은 남을 가르쳐선 안된다고 말하고 있지 않느냐”하면서 성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번의 사형제 폐지라는 한기총 신학적 입장의 한계 역시 근본적으로는 저들이 보는 성경의 한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성경을 보면 사람을 죽이는 사형제도가 마치 정당한 것으로 나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성경이 주는 그 문자적 한계와 그 시대적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성경을 볼 때 그 문자적 내용들이 하나님의 완전한 영감으로 이뤄졌다고 말할 경우, 저러한 시대착오적인 사형제 지지나 여성비하가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성경문자=하나님 말씀’은 결코 아니다.
하나님 말씀은 완전무오 할 순 있으나 성경의 문자는 결코 완전무오하지 않다. 그것은 언제나 그 옛날의 시대적 한계와 맥락과 연관되고 있다. 그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그 같은 기독교의 하나님의 말씀을 깨우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그 성경의 문자를 통해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성경에 대한 더 깊은 공부가 필요한 것이리라(조만간에 나는 이 점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할 날이 올 것이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서도 하나님을 뜻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그러한 성경의 문자적 한계, 즉 그 오류와 모순들을 온전히 극복해야만 비로소 감춰져 있는 귀중한 보화 같은 진리를 맛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성경의 문자적 한계마저 극복된, 진정으로 계신 하나님의 뜻을 깨우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깨우침의 정도는 언제나 성경을 읽는 자가 공부한 만큼 그리고 이 세계를 깊게 통찰하는 만큼 비례할 뿐이다.
참으로 하나님의 뜻은 거저 입만 벌린다고 해서 죄다 알 수 있는 그런 게 아닌 것이다. 알고 보면 우리가 매일 읽고 보는 이 성경은 언제나 우리의 지속적인 참여와 인내어린 훈련마저 함께 요청하고 있으며, 더불어 함께 커가는 매우 놀라운 경전인 것이다.
한기총이여, 제발 그 우매한 입 좀 다무시지요
아무쪼록 이번에 한기총은 자신들의 신학위원회는 사형제 폐지 반대가 성경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렇게 결론을 낸 것으로 안다. 한때 노예제도가 성경적이라고 주장했던 시대도 있었다. 현재에도 미국 남부지역의 보수 기독교인들 가운데는 인종차별이 성경적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성경적’이라는 말도 함부로 써선 곤란하다고 본다. 이것은 자신들의 주장들이 가장 ‘복음적’ 운운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누가 언제 그러한 주장을 ‘성경적’이고 ‘복음적’이라고 도장을 쾅쾅 찍어줬단 말인가. 저들은 마치 하나님으로부터 그 전권이라도 위임받은 것처럼 행세하는데,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제발 부탁인데, 자기 주장들이 ‘성경적’이라느니 하는 표현들을 함부로 쓰지 말라. 저 하나 미혹케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양들을 미혹케 할 뿐이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 빠진다는 점을 잘 알잖은가.
‘제한적 사형제도 지지’라는 표현도 궁극적으론 말장난일 따름이다. 알다시피, 거짓말한다고 해서 모두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제도화한 적도 없다. 사형제는 언제나 그 시대에서 제한적이었을 따름이며, 그 범죄의 경중유무는 언제나 시대적 해석의 입장에 따라 달랐을 뿐이다.
누가 한기총을 기독교 단체라고 말하는가? 우리가 기독교 신자로 등록되면 죄다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인가? 나는 우리 사회를 좀먹는 해악 중의 하나가 한기총이라고 보고 있다. 그 생각의 편협성과 우매함 그리고 자신과 다른 입장에 대해선 극렬한 배타성과 호전적인 공격성을 보여주는 그 작태들을 보노라면, 도무지 이들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기독교 단체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는다.
언젠가 동성애자를 스스로 목숨 끊도록 몰고 가더니 한기총은 아마도 사람 죽이는 단체이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무슨 하나님의 구원과 사랑이 있단 말인가. 원수를 사랑하고, 일흔 번씩 일곱 번을 용서해야 한다고 말할 때, 우리가 사형제 폐지야말로 진정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보는 그 맥락에는 바로 그 어떤 악행을 일삼은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죄인의 회개의 가능성 자체마저 끝까지 포기해선 곤란하다는 점에 있다. 무릇 하나님은 모든 생명들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궁극적으로는 저들이 지닌 그 신학적 부실함을 공격해야 한다고 본다. 가능하면 이를 공개적으로 폭로할 필요가 있다고 보며, 그럴 경우 아마도 저들의 신학적 빈곤성이 낱낱이 폭로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한기총의 입장을 궤변이라고 공박하는 KNCC측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바이다. 자신 있다면 해보라. 만일 그것조차도 못하겠다고 한다면 정중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한기총이여..
제발 그 우매한 입이나 좀 다무시라구.
P.S. 오늘의 성경 말씀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마태 15:11)
정강길 minjung2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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