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재판을 마친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 ⓒ에큐메니안

지난 화요일(4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박무용 총회장) 총회 본부 6층 복도가 시끌벅적해졌다. 전병욱 목사(현 홍대새교회 담임목사)의 성추행 사건 첫 번째 공판이 바로 이곳 평양노회(김진하 노회장)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모여든 사람들은 재판의 성격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뉠 수 있었다. 전 목사를 지지하는 홍대새교회의 교인들과 이를 반대하는 삼일교회와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교개연, 공동대표 박득훈 방인성 백종국 윤경아) 및 교계단체 그리고 취재를 위한 기자들이었다.

50여명이 모인 홍대새교회 측은 ‘삼일교회의 거짓말’이라는 피켓으로 삼일교회 측에서 주장하는 여러 내용들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왜 떳떳이 나오지 못하냐며,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일부만 시인 할뿐, 모두 반박했다. (전병욱 목사도 피해자는 단 한 명이고, 나머지 피해자는 전부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일교회와 교개연 측은 10여명이 모여 ‘평양노회의 올바른 재판을 바란다’, ‘전병욱 목사는 회개하라’등의 피켓을 들며, 전 목사의 처벌을 촉구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전 목사는 홍대새교회 측 관계자들의 호위 속에 담담히 승강기를 타고 돌아갔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재판장에 가기위해 복도를 지나는 전 목사를 보고, ‘진짜 죄를 안 지은 거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을 정도로 그의 표정이 흔들림 없이 떳떳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후 약 5년이 흘렀다. 그동안 무엇이 전병욱 목사를 이리도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 홍대새교회 측 교인들이 삼일교회의 거짓을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있다. ⓒ에큐메니안

▲ 삼일교회와 교개연 및 교계단체들이 전병욱 목사의 올바른 재판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있다. ⓒ에큐메니안

재판이 있기 하루 전날,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건물 앞에도 역시 사람들이 몰렸다. 이들은 엄마부대봉사단, 탈북어머니회, 나라지키기연합 등의 보수단체 회원들이었다.

‘어르신들 이제 일본을 용서해 줍시다’, ‘어르신들 살아계실 때 사과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본 아베수상의 사과를 받아드려 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자’ 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회원들은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합의 결과를 받아들이자고 주장했다.

이 시위를 주도했던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는 “일본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으며, 한국의 국력이 성장했기에 일본이 우리를 얕잡아 보지 못하고 사과한 것”이라고 이번 합의안에 대해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기사(오마이뉴스 “이제 일본을 용서해주자” 정대협 앞에 등장한 ‘엄마부대’/1.4)에 따르면 이들은 이번 시위 외에도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김제동 힐링캠프 하차”를 주장하는 집회와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자식이 의사자라니요? 도가 지나치면 국민들이 외면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었다고 한다. 

▲ 지난 4일(월)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들이 정대협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길바닥저널리스트 박훈규)

이들 주장의 맥락은 한결같다. 정부가 큰일을 하는데, 도움은 못줄망정 자꾸 반대되는 소리를 해서 여론을 분열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다시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 첫 번째 공판 현장으로 돌아간다. 홍대새교회 측의 한 교인은 회개를 촉구하는 이들에게 “성경에도 용서해주라고 나오지 않았느냐? 형제의 죄를 이렇게 물고 늘어져서야 어디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언성을 높혔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노회장 김진하 목사는 “가능하면 성추행 피해자들을 불러 삼자대면을 하는 것이 사건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하 목사는 지난해 11월 홍대새교회의 평양노회 가입 감사예배 당시 “한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홍대새교회를 공격하고 전병욱 목사님을 공격하지만, 우리 평양노회는 보호할 것입니다. 지킬 것입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전병욱 목사의 과거의 행태가 어땠든, 현재 홍대새교회에는 많은 교인들이 모이고 있다. 특히 현재 한국교회에서 가장 취약하다는 청년세대가 모이고 있다. 이것은 홍대새교회에도 평양노회에도 중요한 지점이다.

박근혜 정부와 보수단체 역시, 대외협력과 강대국 간의 이해타산에서 이번 '위안부' 합의가 가져다주는 플러스 요인이 더 크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렇듯 나라의 ‘발전’과 교회의 ‘부흥’이라는 명목 하에 사람을 향한 ‘인간애’가 철저히 감춰졌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사람다움’을 상실한 체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성추행 피해자들은 수면위로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귀찮은 존재일 수 있고, 교회의 부흥을 가로막는 걸림돌일 수 있다. 또한 한·일 양 정부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역시 그런 존재일 것이다. 

그렇기에 피해자들을 향한 인간애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평양노회 재판국이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자들과의 삼자대면을 요구하고, 보수단체들이 그만 용서하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을 향한 정상적인 인간애가 없어서일 것이다.

교개연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에게 2차 폭력이 가해져서는 안 되는 일이며, 지난 재판에서 피해자의 증언을 이미 청취하고 기록으로 남겨놓았으므로 다시 한 번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며, 이 재판을 끝까지 지켜보고 전병욱 목사의 처벌을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대협 측도 “수요시위의 지속과 더불어 이번 협의를 규탄하고,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행동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사람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지켜보는 눈들이 아직 많이 있다. 우리의 모습 역시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사람다움’을 잃어가는 현실에서, 가려진 약자와 드러내 함께 목소리를 내 주는 것. 그것은 현재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기독교인들 담당해야 할 몫이 분명하다.

▲ 12월 30일(수), 한일 위안부 합의 후 여린 수요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소녀상 이전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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