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목)에도 <나쁜나라> 공동체 상영을 위해 서대문 지역에 위치한 6개의 기독단체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감리교청년회전국연합회, 기장청년회 전국연합회, 기장 여교역자협의회, 고난함께, 한백교회)와 ‘서대문 416네트워크’가 연대했다. ‘서대문 416네트워크’는 세월호의 진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픈’ 서대문 사람들의 모임으로로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행동단위다. 주요 활동으로 노란리본나눔, 안산방문, 편지쓰기, 1인 시위 등을 해왔다. 이번 공동체 상영도 서대문 지역의 기독인들이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연대 하게 됐다. 

▲ 서대문 416네트워크는 관람객에거 떡을 준비해 나누었다 ⓒ에큐메니안

이대후문에 위치한 ‘필름포럼’에서 열린 공동체 상영은 시작 전부터 관람객들로 붐볐다. 관람객들은 서대문 416네트워크에서 준비한 가래떡을 먹으며 상영을 기다렸다. 서대문 지역 주민들, 각 단체 관련 기독인들 등 90명 정도 모인 관람객들은 엄마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들부터 중년의 부부들 까지 그 연령대도 다양했다. 

상영 시작에 앞서 진광수 목사(고난함께 사무총장)는 “오늘 상영회는 서대문 지역에 사는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는 모든 시민들이 참여해 ‘잊지 않겠다’,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지키기 위해 모였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행의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며 동참하자”고 공동체 상영의 취지와 의미를 전했다.   

 

곧 불이 꺼지고 다큐멘터리 상영이 시작됐다. 다큐멘터리는 120분의 러닝타임 동안 세월호 가족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눈물 나는 사투를 담담하게 담아냈다. 유가족들의 답답함과 억울함, 통탄한 심정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 돼 여기저기서 한숨과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시위하는 가족들을 외면하며 지나가는 장면이 나올 때는 관람객들이 혀를 차며 탄식하기도 했다. 

▲ 김진열 감독 ⓒ에큐메니안

상영회가 끝난 뒤 이혜진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여교역자협의회 총무)의 진행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김진열 감독과 416 기억저장소 소장 이미경 소장(故이영만군 어머니)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 감독은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되고자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다”며 “유가족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처음에는 카메라가 유가족들에게 폭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곧 투쟁이 지속되면서 유가족들도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돼 촬영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다큐멘터리에 의외로 자극적인 장면이 없어서 조금은 지루한 감이 있었다”는 한 관객의 평에 김 감독은 “아직도 유가족들이 세월호 배가 뒤집어진 장면이나 바다가 나오는 장면을 봐도 고통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편집하는 장면에서 제외하게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미경 소장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교실존치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이 소장은 “아이들의 교실에 가보신 분들은 그 교실이 주는 세월호 참사의 생생한 고통과 아픔, 또한 자신과 타인이 가진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씀하신다”며 “아이들의 교실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와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이들이 사용하던 교실인 ‘기억의 교실’은 존치해야 한다는 유가족의 의견과 기억의 교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새로운 신입생을 받아야 한다는 단원고 및 경기도교육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경기도교육청은 3월 신입생 입학까지를 교실 문제 해결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416가족협의회' 등과 계속해서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영만이 어머니 이미경 소장, "우리가 열심히 뛰다가 뒤를 돌아보면 우리만 남아있을 까봐 그게 가장 두려워요" ⓒ에큐메니안

이 소장은 “유가족들을 둘러싸고 오해, 억측, 비난 등의 말들이 쏟아질 때 어떤 심정으로 버티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한 관람객의 질문에 “의도적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가장 겁이 나는 것은 유가족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뛰고 난 후 뒤를 돌아보면 우리만 남아 있는 것”이라며 “그래도 항상 함께 뛰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시민들이 있어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상영회가 끝난 뒤 관람객들은 붉어진 눈시울로 자리를 떠났다. 상영회에 참석했던 권해민 전도사(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픈 행보들을 보며 ‘그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함께 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유가족이 아니기에 유가족과 똑같이 슬퍼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흔적을 지울 수 없는 그들의 마음을 기억하고 함께 세월호의 흔적을 기록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나쁜나라>를 보고 난 후의 소감을 전했다. 

 

<나쁜나라>는 현재 필름포럼(http://www.filmforum.kr), 아리랑 시네센터 (http://cine.arirang.go.kr). 인디스페이스(http://www.indiespace.kr)  (서울지역)  에서 상영중이다.  더 많은 공동체 상영, 단체 관람, 대관 상영 등을 통해 기억을 회복하고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