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안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주민교회 담임 및 에큐메니안 목회위원회 위원장인 이훈삼 목사의 설교관을 개설해 주일예배설교를 매주 연재합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https://www.youtube.com/watch?v=LcM8Pi5rrKo&feature=youtu.be (설교영상)

■ 주간 단상 : 알파고

요즘 정말 우리가 두 눈 똑바로 뜨고 주시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한국과 미국 연합군이 합동으로 키 리졸브라는 훈련을 시작했는데, 이는 핵전쟁을 포함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군사 훈련이다. 특히 이번 훈련은 작전계획 5015를 훈련하는데, 북한에 이상징후만 있어도 공격하는 것이다. 이상 징후 판단은 미군사령관이 한다. 이 훈련에 남한 29만명, 미군 만오천명, 그리고 최첨단 무기들이 추입되었다. 북측에서는 연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세월호는 만 2년이 되도록 진상이 밝혀진 것이 없고 또 다시 부모 2명이 국회 앞에서 삭발을 하고 80시간 동안 단식해도 정부와 국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노무현대통령 임기 5년 동안 10조 적자라고 난리를 치던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5년 동안 98조 적자를 냈고, 박근혜 대통령은 5년도 아니고 3년 만에 167조의 적자를 냈는데도 정말 희한하게 이에 대해 정치인도 언론도 별 말을 하지 않는다.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국민의 눈을 돌려놓기에 딱 좋은 소재가 생겼다.

바로 인간과 컴퓨터의 세기적인 바둑대결이다. 세계 최정상의 이세돌 구단과 구글이 만든 슈퍼컴퓨터 알파고가 바둑대결을 펼친 것이다. 권력자와 언론들은 옳다구나 하고 국민의 시선을 현실 정치로부터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는 도구로 사용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바둑대결은 그 자체로 우리 앞에 이제까지 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선언하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첫 대결 전 많은 전문가들은 그래도 이세돌 구단이 이길 것이라고 그것도 5:0으로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둑은 가장 경우의 수가 많고 변화무쌍한 경기로서 기계적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컴퓨터의 능력으로는 그 때마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첫 경기 후 급격하게 무너졌다. 돌 하나에 담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미세한 실수를 파고드는 공격력, 전혀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대처 능력 등에서 그동안 기계보다 창의성을 내세워 온 인간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물론 이 알파고도 인간이 만든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옛날에 사람이 만든 것은 완벽하게 사람이 제어할 수 있었지만, 이제 알파고의 승리로 스스로 인지 능력을 확대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발전하는 기계가 가능해졌음을 선언한 것이다.
만화에서만 보아온 거대 컴퓨터나 로봇과 인류의 전쟁이 가능해진 시대를 우리는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의 전망이 어두워서 힘들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현상은 앞으로 인류 전체의 과학이 지향할 수밖에 없는 지구적 문제이고, 지구의 운명을 파괴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 아가 – 사랑의 노래

1) 아가(雅歌/Song of songs) : 노래 중의 노래, 우아한 노래, 사랑의 노래 정도의 의미다.
아가서는 한 마디로 청춘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기뻐하고 연모하는 연애 시다.
특히 이스라엘 전통 문화에서 결혼식에서 낭송하던 시들이 아닌가 한다.
우리 성경에는 그런 구분이 드러나지 않지만, 히브리어 성경에는 문자 자체에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있어서, 아가서는 남자 청년과 여자 청년이 서로 주고받는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 본문은 남자(신랑)이 여자(신부)에게 건네는 사랑의 언어다. 좀 더 시적으로 표현한 공동번역은 이렇다.

나의 임이 속삭이는 소리.
"나의 귀여운 이여, 어서 일어나오. 나의 어여쁜 이여, 이리 나와요.
자, 겨울은 지나가고 장마는 활짝 걷혔소. 산과 들엔 꽃이 피고 나무는 접붙이는 때 비둘기 꾸르륵 우는 우리 세상이 되었소. 파란 무화과 열리고 포도 꽃향기가 풍기는 철이오. 나의 귀여운 이여, 어서 나와요. 나의 어여쁜 이여, 이리 나와요. 바위틈에 숨은 나의 비둘기여! 벼랑에 몸을 숨긴 비둘기여, 모습 좀 보여 줘요. 목소리 좀 들려 줘요. 그 고운 목소리를, 그 사랑스런 모습을."

여우 떼를 잡아 주셔요. 꽃이 한창인 우리 포도밭을 짓밟는 새끼 여우 떼를 잡아 주셔요.

청춘 남자가 여자에게 자기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여인이여, 꽃피는 봄이 왔으니 들로 산으로 나갑시다. 그대 목소리를 듣고 싶고 보기만 해도 행복하오.

그러니까 여기에 질세라 여자 청년은 이렇게 대답한다 ; 우리 포도원을 망가트리는 여우새끼들을 좀 잡아주세요.

지금 감성으로는 좀 뜬금없지만, 당시 이스라엘 청춘 남녀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고 고백하는 노래다.

2) 이것은 좀 오글거리는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대중가요가 나중에 찬송가에 들어온 것과 같다. 나도 가끔 대중가요를 들으면서 감동과 은혜를 받는다. 물론 K-POP으로 알려진 댄스 음악은 잘 못 듣는다. 가사를 들을 수가 없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 이런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 걸 그룹의 복장과 안무가 무척이나 부담스럽다. 그런데 조용한 노래들은 가사가 들어오고 공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런 노래들이 교회 찬송가에 수록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가는 그렇게 엄격하고 율법적인 이스라엘 전통에서 공식적으로 성경으로 인정되었다.
사실은 무척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 청춘남여들의 뜨겁고 애절한 사랑 노래를 듣고 부르면서 하나님과 우리들의 사랑도 이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무어라 표현해야 하는데 안 보면 보고 싶고 여태까지 만나고 헤어졌는데 또 보고 싶고, 사랑의 상처로 잠을 못자고 식음을 전폐하고 하는 인간의 애끓는 사랑 감정이야말로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비슷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2. 청년이란 그 자체로 축복이다.

1) 오늘은 기장총회가 제정하여 예순 세 번째 맞이하는 청년주일이다.

교회와 사회의 미래인 청년이 온 마음으로 주님을 경배하고 그 사명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또 기성세대는 청년의 미래를 축복하는 아름다운 예배다. 우리 주민 청년들, 기장 청년들, 한국교회 청년들이 하나님 주신 삶을 정말 아름답게 펼치면 좋겠다. 기장 청년들은 역사의 고비에 분연히 일어나 기독 청년의 기백으로 사회를 바로잡고자 하는 일에 앞장선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기청이 쇠약해졌지만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바란다. 기독 청년이 일어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길은 주님과 동행하는 것이다. 믿음으로 일어나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면서 개인의 삶과 역사의 개혁을 위해 정진하는 삶이 기독 청년의 삶이다. 주님이 우리를 부르신다, 어여쁜 그대여 이제 일어나서 함께 가자고!

2) 고마운 청춘아
청년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청년은 그 자체로 은총이다.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이 청년의 특징이다. 아이들은 왜 그렇게 뛰는가? 몸속에서부터 에너지가 솟아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어렸을 때 마당에서, 골목에서, 산과 들에서 원업이 뛰어다녔고 밤에는 곯아 떨어졌다. 지금은 별로 뛸 곳이 없다. 밖에 나가서 놀 골목도 없다. 일부러 놀이터나 놀이동산에 가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곳은 일상이 되지 못한다. 아이들의 일상은 아파트 안이고 거기서 뛰면 층간 소음 때문에 살벌해진다.
모든 생명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가 고갈된다. 의욕도 떨어지고 힘이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슬프다. 인간은 30을 넘기면 이제 정점을 지나 스러지기 시작한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모든 존재는 그 안에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서럽고 분하고 아깝고 억울하다.
반면에 청춘은 그 자체로 생동한다. 청바지만 하나 입어도 멋있고, 만 원짜리 신발을 신어도 훌륭한 것이 청춘이다. 젊음 자체가 멋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년은 존재론적으로 청춘을 질투한다. 영화 ‘은교’는 이 점을 그리고 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존재들이 이제 피어나는 생명체들에게 갖는 부러움, 질투가 있다.
그리고 모든 존재는 시간 앞에서 이 전철을 피할 수가 없다. 영원한 청춘은 없으며 젊음도 시간에 따라 언젠가 노년에 이른다.
이 점을 청년과 노년이 함께 공감할 때 세대 간의 화합을 이룰 수 있다.
어쨌든 기성세대가 볼 때 청춘, 젊음, 청년은 그 자체로 부럽다. 다시 청년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영혼이라도 팔 수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3. 21세기 한국 청년들

1) 그럼에도 오늘 한국의 청년들은 불쌍하다.
어려서부터 입시에 찌들어 산다. 유치원, 학교, 학원, 집, 성적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우리 청년들이 꿈을 포기하고 산다. 3포(연애, 결혼, 출산)에서 5포(집, 만남)로 그리고 7포(꿈, 희망), 9포(건강, 학업), 마침내 이젠 다 포기해서 더 이상 포기할 것도 없는 세대가 지금 청년인 것 같다.

거기다가 금수저 흙수저 등 용어에서 나타나듯, 한번 정해진 사회적 계급을 극복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가끔 용이 나왔지만 개천에서 용이 씨가 마른지가 오래다. 미꾸라지도 잘 안 나온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계승되고 그 틀을 깨고 상승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들은 고용 절벽에 내몰리고 하루 종일 시급 6천원 노동에 시달리고 어렵게 취직해야 비정규직이 태반이고, 정규직으로 취업해도 사는 게 만만치 않다. 기업은 절대로 공짜로 돈 주지 않는다. 주는 만큼 청년의 몸과 영혼을 저당 잡는다. 이침 일찍부터 밤까지 일을 시킨다. 진짜로 연애할 시간도 없다.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보면 안쓰럽고 미안하다.

2) 그러나 청년들이여, 우리 현대사에 청춘이 평안한 때가 있었나?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두 편의 영화 ‘동주’와 ‘귀향’이 나란히 상영 중이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나라를 빼앗긴 상태에서 청년이었다. 남자들은 징용으로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하며 죽어갔다. 여자들은 짐승 같은 전쟁터의 남자들에게 성 위안부로 짓밟혔다. 이 땅의 남자 청년 모두가 징병으로 죽은 건 아니다. 이 땅의 모든 소녀들이 군 위안부로 끌려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특별나서 그런 불행한 운명이 된 것도 아니다. 우리가 그 때 태어났다면 이 중 남자 청년 몇 명은 전쟁터로, 여자 청년 몇 명은 위안부로 끌려갔을 수도 있다.

간신히 맞이한 해방의 감격도 잠시, 남과 북 사이에 전쟁이 터졌다. 전쟁에서는 딱 두 가지만 존재한다, 죽든지 죽이든지! 이 얼마나 처절한 삶인가! 인생에 가슴 뛰는 꿈과 애틋한 사랑으로 숨 막힐 것 같은 청춘의 시기에 우리 선조들은 차가운 전쟁터에서 팔 다리가 잘린 채 수 많은 이들이 죽임을 당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1960년 4.19혁명, 그리고 다시 20년 후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또 청년들은 역사의 격랑에 참여했다. 혹독한 탄압이 있었고 이와 맞서 투쟁해야 했다. 논리를 준비해야 했고 몸으로 실천해야 했다. 지성과 치열한 탐구로 충만해야 할 대학교 캠퍼스는 냉철한 사회 개혁 논리가 지배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청년다운 낭만과 서정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불과 한 세대 전의 현실이다. 우리 청년들의 부모 세대는 이 시기를 지나왔다.

3) 그러니 지금의 청년들을 보면서 부모 세대는 안쓰럽고 미안해해야 하지만 청년들 본인은 너무 스스로를 불행해하지는 말라. 오히려 우리 부모 세대, 그 이전 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오늘의 시대를 만들었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말라. 그리고는 강해져야 한다.

1996년 개봉할 때 19금이었지만 지금 보면 전혀 19금이 아니고 제목만 그러한 영화 ‘롱 키스 굿나잇’에서 딱 하나 건질 대사가 있다. 전직 CIA 전문 살인요원이었지만 기억을 잃고 평범한 유치원 교사로 살아가는 여 주인공 지나 데이비스가 대 여섯 살 딸을 데리고 스케이트를 가르치는 장면이다. 아이가 넘어져서 팔이 아프다고 못하겠다고 칭얼대자 순간적으로 자상한 유치원 교사가 아니라 냉철한 살인병기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녀는 어린 딸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면서 단호하게 이렇게 말한다.

엄살피지 말고 일어나, 인생은 고통이야, 그러니 빨리 이것에 익숙해져야해.
물론 나중에 집에 가니까 아이가 그 때 넘어지면서 팔이 부러진 것이라 주인공은 딸에게 미안해하면서 자책한다. 또 영화 끝에 이 주인공이 정신을 잃고 죽을 위기에 빠졌을 때 이번에는 이 딸이 엄마가 했던 말을 되풀이하면서 엄마의 의식을 깨운다. 좋은 영화는 이렇게 한번 나왔던 인물, 대사, 사건이 그냥 사라지지 않고 언젠가 다시 등장하면서 연결되는 작품이다.

4. 주민청년들에게 고함

1) 요즘 청년들을 보면 안쓰럽지만!
극도의 경쟁 구조에서 취업에 억눌려 살고 있으며, 개인의 취미나 여가, 사회와 역사에 관심을 돌릴 여유도 잘 없어 보인다. 앞으로의 진로도 불확실하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 보이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학교 다닐 때나 군에 있을 때가 몸은 힘들어도 속은 차라리 편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구조가 무한 경쟁 시대이고 그 속에서 별로 내세울 것 없이 태어난 보통 청년들은 어쩔 수 없이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항변에 기성세대는 미안함을 금할 수가 없다.
그러나 동시에 청년의 특권은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용기와 생명력이니 내 환경에 스스로 매몰당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싶다. 또 지나치게 엄살피지는 말라고 강조하고 싶다.
좀 식상하게 들리겠지만 지금 청년들보다 이전 세대들은 더욱 혹독한 환경에서 청년기를 살았다는 잊지 않기를 바란다.

2) 하나님이 나를 연인처럼 사랑하는 것을 믿어라.
어여쁜 그대 일어나 함께 가오!
하나님은 사랑하는 이에게 모든 것을 주시기 원하신다. 생명, 건강, 물질, 일자리, 가족과 친지, 행복한 삶….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분이시다. 마침내 하나밖에 없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달려 죽이시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셨다.
그 하나님이 오늘 아가서의 청춘남여처럼 우리들을 보고 사랑에 빠져 안달하신다.
그 하나님이 지금 나를 지키시고 행복으로 인도하신다. 그러니 강하고 담대한 믿음으로 힘차게 나아가라. 움츠려들지 말고, 나만 어렵다고 엄살피지 말고, 자신 있게 힘차게 나아가라.
하나님이 주민 청년들과 함께 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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