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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팽목항에 갔다세월호 참사 후 2년...당신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도상민(한신대 신대원생) | 승인 2016.06.23 16:14
ⓒ고산

2016년 6월 20일 월요일.

6월말이면 거의 모든 신학교가 한 학기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선다. 한 학기 열심히 공부에 시달린 신학생들에게 쉼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나도 그런 신학생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나는 달콤한 쉼의 유혹을 뿌리치고 팽목항을 찾았다. 

나뿐 만이 아니다. 장신대, 감신대, 목원대, 서울신대, 장신대, 호남신대 그리고 내가 다니는 한신대 까지 약 50명의 신학생들이 함께했다. 우리가 이곳을 찾은 목적은 바로 ‘유실없는 인양을 위한 현장기도회’를 하기 위해서다.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팽목항을 찾지 못했던 나에게 이번 기도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새벽부터 출발했지만,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이 소식을 듣고 서울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많은 신학생들이 찾아왔다. 각자의 자리에서 소식을 듣고 찾아와준 마음들이 정말 값지고 고마웠다.

도착한 팽목항에는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인데 그날의 비로 팽목항이 더 쓸쓸히 느껴졌다. 비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우산을 쓰고도 금방 옷이 다 젖을 정도였다. 노란리본이 그려진 빨간 등대에 모인 우리들은 옷이 흠뻑 젖은 채로 그날의 비극이 일어난 곳을 바라보며 아직 남아있는 그들을 위해 눈을 감았다.

기도회를 위해 분양소가 있는 컨테이너박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도회는 장신대 ‘하나님의 선교’ 주관으로 진행됐다. '하나님의 선교'는 매주 목요일 안산 합동분향소 기독교 컨테이너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기도회에 운영위원으로 함께 하고있다. 

기도회 전, 단원고 희생 학생의 삼촌으로 지금까지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김성훈씨로부터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처음 사고 현장은 비극의 현장이었습니다. 수습자들이 바다에서 나올 때 마다 번호가 매겨졌습니다. 가족들은 그 소식을 듣고 수습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옵니다. 가족들의 확인으로 그 번호가 이름으로 바뀌는 순간 그 곳은 울움과 통곡의 현장으로 바뀌게 됩니다”
 
기도회 순서를 맡은 이들이 해바라기를 들고 입례하며 기도회는 시작되었다. 해바라기의 꽃 말은 ‘기다림’과 ‘무사귀환’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산

예배의 부름으로 윤동주의 ‘서시’가 낭독됐다. 서시를 들으며, 이 현장에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 어떻게 짊어져야 하는가 생각했다.

이어진 순서는 은화 어머니, 다윤 어머니의 증언시간이었다.

은화 어머님은 자신이 믿는 하나님은 세월호 안에서 아직도 미수습자를 가슴에 안고 있을 거라며, 한 마리의 잃은 양을 찾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인양을 위해서는 날씨가 중요한데 날씨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 하셨다.

예배는 성찬식으로 이어졌다. 성찬의 떡을 9개로 떼면서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양승진...고창석...권재근...권혁규...이영숙..이름을 한명씩 부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성찬을 마친 후 앞서 낭독된 윤동주의 ‘서시’를 함께 다짐의 기도로 읽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웠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유가족들은 797일째의 4월16일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난 2년 동안 내 삶에 묻혀 무뎌지고 있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세상을 살아가고,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신학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비오는 팽목항에서 이날의 물음을 놓지 않고 살기를 소망했다.

ⓒ고산

도상민(한신대 신대원생)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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