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다윗'.

어린 시절의 다윗

어릴 때부터 엄마 치마폭에 싸여 있으려 하지 않고 자기 일은 자기가 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는 아이가 8번 유형인데 다윗이 이런 아이였다. 왕을 선택하려고 사무엘이 이새의 집에 가서 그의 아들들을 살폈지만 아닌 것 같아서 들에 나가서 양들을 치고 있는 다윗을 불러와서 보니 그는 눈이 아름답고 외모도 준수한 홍안의 소년이었다. 주께서 말씀하셨다 “바로 이 사람이다, 어서 그에게 기름을 부어라” 그러자 주의 영이 그 날부터 계속 다윗을 감동시켰다(사무엘상 16:12–13).

이렇게 해서 왕의 후보로 점지된 다윗은 10년 동안 시련과 도전으로 훈련을 받았다. 다윗은 8번의 7번 날개의 특성을 많이 지니고 있었다. 용맹스러운 목동이기도 하면서 수금을 잘 타는, 음악과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윗이 사울에게 한 말이 있다. “사자나 곰이 양떼에 달려들어 한 마리라도 물어가면 그는 곧바로 뒤 쫒아가서 그 놈을 쳐 죽이고, 그 입에서 양을 꺼내어 살려 내곤 하였습니다”(사무엘상 17:34–35). 이것을 보면 8번의 보복을 하는 성격이 나타난 것 같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심이 돈독해 졌다.

막내아들인데도 늘 들에서 양을 치게 한 것을 보면 어머니나 아버지와 그다지 친밀한 것 같지 않고 부모와의 관계가 소극적이거나 양가적이지 않았을까 한다. 형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면서 지낸 것 같다.

도망자 다윗

당시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사울은 신하들의 주선으로 다윗을 불러들여 수금을 타게 하면서 자신을 섬기게 하였다. 그 때에 블레셋 사람들이 싸움을 걸어와 사울을 비롯한 온 이스라엘이 떨고 있었는데 소년 다윗이 자기가 나서 보겠다고 하였다. 이 때 맏형인 엘리압이 “들판에 있는 몇 마리도 안 되는 양은 누구에게 떠 맡겨 놓았느냐? 이 건방지고 고집 센 녀석아”(사무엘상 17:28)라고 폄하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윗은 거인인 골리앗과 싸우도록 허락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거추장스러운 무장을 다 벗어 놓고 목동의 지팡이를 들고, 시냇가에서 돌 다섯 개를 골라서, 자기가 메고 다니던 목동의 도구인 주머니에 집어넣은 다음, 자기가 쓰던 무릿매를 들고, 그 블레셋 사람들에게 가까이 나아갔다(사무엘상 17:40). 이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돌에 맞은 골리앗이 쓰러진 후에 다윗이 그에게 달려가서, 그를 밟고 서서, 그의 칼집에서 칼을 빼어 그의 목을 잘라 죽였다.

이 일로 인해 인기가 오른 다윗 때문에 사울왕은 그를 시기하게 되고,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수금을 타고 있는 다윗에게 사울은 창을 던지기도 하고, 다윗을 죽이려는 계략을 꾸몄는데, 그를 사위를 삼은 것도 그 계략 가운데 하나이다. 다윗은 사울로부터 혹독한 시련을 당하면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그를 죽이지 않았다. 다행히 다윗의 아내나 친구인 사울의 아들 요나단은 아버지 사울과의 관계를 떠나 다윗을 도와주었다. 이 시기에 다윗은 박해를 참아 내고, 유랑생활을 견뎌가며, 자신의 대결심과 모험심을 이기면서 영성을 키운 시기였다. 보복을 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며 격정을 다스려 낼 수 있었다. 자기의 목숨처럼 다윗을 아낀 요나단의 사랑의 힘도 있었을 것이다.

통치자 다윗 왕

사울 왕이 블레셋 사람들과의 길보아 전투에서 자살하였다. 이 일 후에 유다 사람들이 다윗을 찾아와 왕으로 세우기 위한 기름을 붓고, 사울의 뒤를 잇게 되었다. 10년 동안 고난과 연단의 기간을 지내며, 용맹, 지략, 신앙을 키우면서 인격과 리더십을 형성한 준비된 통치자로서 나서게 된 것이다. 그는 유대와 이스라엘을 위한 내치는 물론, 블레셋 사람들까지 섬멸하는 등 통치자가 되는 데에 빈틈없이 계산하는 지략과 영성이 배합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용맹한 전략가이지만 아랫사람에게는 뜨거운 동정심을 가진 아량이 넓은 소탈한 지도자였다.

다윗의 격정(激情)과 덕목

그러던 그가 변하게 되었다. 다윗 왕이 힘이 생기고 나니 오만이라는 격정에 빠져 버렸다. 자기도 모르게 “누가 나를 건드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들끓는 정욕으로 자기 신하의 부인을 빼앗는 일까지 저지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음모를 꾸며 그 부하를 죽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선지자 나단이 나타나 이런 다윗을 책망하게 되고, 회개하게 되면서 다시 바뀌게 된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겸손해 질 때도 있고, 오만해 질 때도 있다. 소년 시절부터 청년의 시기에 그렇게 혹독한 시련을 이겨 냈는데도 자기 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이 들면 야비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불건강한 인격으로 변할 수 있다. 8번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생각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에게 ‘뜨거운 동정심’을 가질 때 자기를 죽이려는 사람들까지도 감싸 안는 소박하고 순수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8번인 나의 격정

어릴 때부터 리더 자리에서 살아 온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의를 행하기 위한 일을 하다가도 내 마음대로 안 될 때에는 ‘버럭’ 화를 내어 버리고 만다. 다윗처럼 사람을 죽인적은 없지만 반드시 보복을 하면서 살아 왔다. 나는 제대로 경쟁을 해 본적이 없다. 항상 내가 내 자신을 최고의 자리로 올려놓고 살았기 때문이다. 8번의 격정을 정욕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기를 원하는 것이리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동정심을 갖기 보다는 자기 생각이 우선으로 나오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여려서 주저주저하면서 일을 잘 못하는 사람보다, 성격이 좀 못된 사람일지언정 일을 척척 잘하는 사람이 더 좋다. 그 얘기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나에게 어떤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라고 시키시는지를 묻기 전에 내 눈에 뜨이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강한 힘이 있어야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줄 알고 약함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사람의 관계 속에서 긴장감과 대결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에니어그램으로 나를 보면서 강하고 위대한 지도자이기보다 자기의 약함을 인정하면서 다른 사람의 약함에 동참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일을 많이 하는 데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윤명선(공동체문화원 원장)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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