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성령을 받는가?(갈 3:1~6)

1. 바울과 갈라디아 교회

1) 바울 : 기독교 최대의 인물

렘브란트, '서재의 바울'(1630년, 47*39cm/독일 국립박물관)

기독교의 기초를 놓은 사람은 여러 사도 중에서도 바울이었다. 경전 중심의 신앙인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경험한 이들이 기록한 신약 성경의 반 정도인 13권을 바울 또는 그의 제자들의 서신으로 본다. 기독교 2천년 동안 바울 서신들은 기독교 신앙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기독교를 바울의 종교라고 말하기도 한다.

천주교가 베드로를 1대 교황으로 인정하고 이후의 모든 교황들은 베드로의 후예들이라고 했다면, 천주교를 비판하고 독립한 개신교는 여러 성경의 저자인 바울을 가장 중요한 사도로 내세웠다.

2) 바울의 주요 활동은 1~3차 선교 순례다.

당시로 보면 이것은 여행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선교한 순례였다. 바울의 선교를 통해 기독교는 단지 유대인들만의 종교가 아니라 범세계적인 종교가 될 수 있었다. 만약에 바울이 없었다면 아직도 기독교는 유대교의 한 분파, 유대인들만 믿을 수 있는 종교로 무척이나 축소되었을 것이다. 바울은 복음을 온 세계에 전한 위대한 영웅이었다.

라파엘로, '아테네 아레오바고에서 설교하는 바울'(1515년)

유대 지방에 갇힐 기독교 신앙을 범 세계 종교로 확산시킨 사도 바울이 당시 서구의 중심이었던 아테네 아레오바고에서 복음을 증거하고 있다.

주변 환경은 반 기독교적인 헬레니즘 정서로 가득 차 있는 것을 건축 양식과 조각상들이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계 시민으로서 자부심 가득하고 철학과 사상에 뛰어났던 아테네 사람들에게 바울이 전하는 복음은 해괴한 내용이었을 것 같다. 갈릴리 출신의 예수라는 목수가 어느 날 가출하여 하나님 나라를 전하다가 체포되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는 끔찍한 이야기,

그런데 그 예수가 부활하여 지금도 살아계신다는 허황된 이야기를 바울은 온 몸으로 격렬하게 증언하고 있다. 시대의 지식인들이 이걸 듣고 믿을 수 있을까? 바울은 마치 전하는 이는 그저 전하면 되지 그런 것까지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듯한 태도다.

일부 청중은 바울의 증언에 은혜를 받았는지 손을 들어 아멘으로 응답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턱을 괜 채로 듣든가 또는 무심하게 그저 바라볼 뿐이다.

또 더 많은 청중들은 바울의 말에 대하여 뒤를 돌아보며 수군거린다. 이게 말이 되는가? 우리 같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수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가 부활하셨다는 이 비합리적이고 황당한 증언이 마침내 로마를 무너트렸고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바울은 갈라디아서 3장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너희가 성령 받은 것이 율법을 행한 것 때문이냐 아니면 복음을 듣고 믿었기 때문이냐?

인간 이성이 이미 신(神)이 되어버린 이 시대를 돌파할 성령의 임재는 예수 그리스도 복음을 듣고 믿는 것에서만 가능하다.

3) 갈라디아교회

갈라디아는 지금의 터키 중부 지방에 있으며 당시 중심 도시가 현재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이니 예나 지금이라 그 지역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에 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바울은 1차 선교 순례(AD 47~49년, 2200km) 때 이 지역에서 복음을 증거했는데 그 때 은혜 받은 이들이 모여 갈라디아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바울은 2차 선교 순례(AD 49~52년, 5000km 이상) 때 다시 갈라디아 지방을 들른다.

그런데 얼마 후 바울은 갈라디아교회에 대한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갈라디아 교회 교인들이 바울이 가르친 진리가 아니라, 나중에 들어온 교인들 때문에 몹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울은 굉장히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바울 서신 중 가장 먼저 기록된 갈라디아서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투쟁적이며, 아주 절박한 경고의 음성, 깊은 신학적 논증, 그리고 때로는 간곡한 호소가 곳곳에 눈에 띠고 있다.

오늘 본문에서도 첫 마디가 ‘어리석은 갈라디아교회 교인들이여!’ 이렇게 시작한다. 바울이 무척 격정에 사로잡혀 있음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2. 믿음이냐 행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1) 바울이 갈라디아교회에 머물러 계속 가르치고 목회를 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또 오늘처럼 통신과 교통이 발달하여 바울이 그곳에 머물지 못해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2천 년 전 초대교회의 상황은 편지 한번 보내려고 해도 몇 달이 걸리고, 한번 방문하려면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러기에 바울이 떠난 후, 갈라디아 교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바울이 즉각적으로 알 수도 없었고, 해결할 수도 없었다.

2) 문제는 바울 이후에 갈라디아교회에 들어온 교인들 중에 바울과는 다른 복음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에 교회는 심하게 흔들렸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단이 결코 멍청하지 않다. 오늘 한국교회의 이단들을 보면 일류 대학생들과 사회의 엘리트들도 많다. 이단들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존 교회의 세밀하지 못한 부분들을 집중 공략하여 자칫 잘못하면 넘어가도록 정교하게 논리를 세워 놓고 또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서로 자기들끼리 연극을 하여 우연을 가장하여 사람들을 미혹한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고, 특히 자기가 다니는 교회가 인정하지 않는 성경공부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처음부터 이단이라고 말하지 않고 이제는 어느 정도 세뇌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이단은 실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3) 갈라디아교회의 이단은 예수 믿지 말자는 이들이 아니다. 정말 잘 믿자고 한다.

구원받은 사람을 보통 아브라함의 자녀라고 하는데 아브라함의 자녀가 되려면 믿음만으로는 안 되고 반드시 율법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율법을 지키는 것 중에서도 반드시 할례를 받아야 구원받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잘 봐야 한다. 이단은 예수 믿지 말자고 하지 않는다. 그냥 대충 믿자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강한 신앙생활을 요구한다.

할례는 사실 대단히 두렵고 고통스러운 의식이다.

그냥 예수 믿는 것과 할례를 받아야 하는 것과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 유대인들은 오래전부터 이미 할례 받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기에 아무 문제가 안 되지만 할례 받지 않은 이방인들이 갑자기 할례를 받아야 구원의 백성이 된다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로 치면, 그냥 마음으로 예수를 믿고 주일 성수만 해도 구원받는다고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진짜 구원받으려면 40일 철야기도를 해야만 된다고 한 것과 비슷하다.

이제까지 그냥 예수 믿어도 된다고 배웠는데, 새로운 이야기는 남자의 생식기 중 가장 예민한 부분을 마취도 안 하고 베어내야만 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쉽게 받아들일까? 놀랍게도 많은 갈라디아교인들은 이것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정말 무섭고 아픈 과정을 기꺼이 하겠다고 긍정한 것이다. 안 믿겠다는 것도 아니고 더 손쉽게 믿겠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어렵고 아픈 과정을 거쳐서 믿겠다고 했다는 것인데 바울은 이런 갈라디아교회를 매우 염려하고 분노하면서 격정적으로 이 글을 쓴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이 목회자로서 잘 이해가 안 간다.
교인들이 신앙생활을 더 쉽게 하려는 편의주의에 빠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어려운 과정을 두겠다는 것에 대하여 바울은 대단히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도대체 바울은 왜 그랬을까? 더 어려운 과정이지만 할례 받는 것을 구원의 조건으로 만들었을 때 기독교 신앙에서 폐기되는 것은 무엇이었기에 바울은 그토록 격하게 반발했을까?

3) 믿음의 전통

바울의 주장은 사실 간단하다.

“성령을 받은 것이 율법의 행위로냐 혹은 듣고 믿음으로냐” (2,3,5절)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령의 임재가 필수적인데 성령은 어떻게 받는가? 율법을 실천했기 때문에 그 대가로 받은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 말씀을 듣고 믿었을 때, 성령이 임재했는가? 잘 헤아려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울은 단호하게 선언한다.
성령은 율법을 실천했기 때문에 주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복음을 듣고 믿었을 때 그 믿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오셨다.
그래서 바울은 이렇게 확증하고 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매 그것을 그에게 의로 정하셨다 함과 같으니라 그런즉 믿음으로 말미암은 자들은 아브라함의 자손인 줄 알지어다” (6~7절)

아브라함이 의롭다고 인정받은 것은 아브라함이 선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하나님이 우리의 신인 줄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브라함의 믿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 부르시고 구원의 백성으로 삼으신 것이다.

바울은 왜 이런 주장을 그렇게 격정적으로 토해냈을까?

기독교는 하나님을 믿는 유대교 신앙이 율법화 되어 더 이상 하나님을 온전히 경험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다시 하나님을 온전히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독교 신앙에 다시 율법적 요소가 들어오게 되면 기독교는 다시 유대교로 회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에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죽으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복음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방인의 사도인 바울이 보았을 때, 율법 특히 할례를 받아야 구원받는다는 교리는 철저히 유대인들을 위한 것이고 이방인들에게는 복음을 전하는 데 무척 어려운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할례 안 받고 잘 믿어온 이방인들에게 기독교 신자가 되려면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기독교 신앙에서 이탈할 것이 고 새로운 신자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3. 믿기 어려운 시대 믿음을 가지려면!

1) 한국교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그 동안 너무 인간 마음속의 믿음만 강조하다가 실천을 하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실천하는 믿음을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지금 설교하는 주민교회만 보면, 반대로 한국교회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분명한 신앙고백보다는 실천을 강조하는 분위기였기에 나는 다시 믿음의 전통을 강조하고 싶다.

율법이냐 복음이냐, 실천이냐 믿음이냐에 대한 답은 사실 뻔하다. 진정한 믿음은 실천에 이르러야지 내면의 믿음과 입술만 가지고는 불충분하다. 나는 여기에 온전히 동의한다. 그러나 굳이 실천과 믿음을 나눈다면 먼저 믿고 그 믿음이 공허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정말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으면 우리의 삶은 자동적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정말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는 것을 믿으면, 생명이 억눌리고 평화가 위협받고 정의가 불의에 쫓겨나는 현실을 묵인하거나 방조할 수 없다. 우리가 정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기독교 신앙의 첫 출발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믿음이어야 한다는 것이 성서와 바울의 일관된 주장이다. 나는 소위 한국교회 진보적 신앙의 허점을 많이 보았기에 진정한 믿음에서 출발하여 온전한 도덕적 삶에 이르는 바울의 고백을 전적으로 수용한다.

2) 바울이 우리에게 전해 준 것, 오늘 우리가 반드시 각인해야 할 신앙은 다음과 같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 복음 경청 –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고백 – 성령 임재 – 은총에 대한 자율적 실천 응답

복음은 한 마디로 말하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는 것이다. 이 복음을 잘 듣고 믿으면 성령을 받고 확신에 이르며 확신을 가진 신앙인은 자발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동참하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면의 믿음, 자기 입술로 신앙 고백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물론 기독교 신앙이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순서가 잘못되면 안 된다.

3)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하나님을 믿기 참 어려운 무신론과 불신의 시대에 신앙을 유지하려면 성령의 임재가 필수적이다. 초대교회로부터 성령을 받는 길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나를 위해 처참하게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는 것을 잘 들으면 믿음이 생기고 그것을 믿으면 성령이 임재하신다. 그러므로 믿음은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

목사가 설교를 잘하건 못하건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예배 시간에 설교를 제대로 듣지 않으면서 온전한 신앙인이 되고 싶다는 것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주민교회 교인들이 복음을 잘 듣고 믿음이 생겨서 성령 충만한 신앙이 되기를 바라는 점에서 한 가지 이야기 하고 싶다.
한 주간 특히 토요일 밤부터 내 삶의 초점을 주일 예배 11시에 맞춰야 한다. 11시에 한 시간 예배드리면서 예배 시간에 졸려서 어쩔 줄 모르거나 예배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교인들 보면 안쓰럽다. 주일예배 시간에 삶의 초점을 맞추고 하나님 말씀을 집중해서 잘 들으면 어느 순간에 내 속에 믿음이 생기고 믿음이 있으면 그 믿음의 삶에 성령이 임재하셔서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살아갈 힘을 주신다.

이를 위해 모든 초점을 주일 예배에 맞춰야 한다.

첫째, 토요일에는 일찍 자야 한다. 11시를 넘기지 않으면 좋겠다.
둘째, 주일 아침에는 푹 자고, 업무나 운동 등 다른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예배 시간에는 가장 잘 집중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아서 예배 드려야 한다.
넷째, 주중에 한 번 더 설교 영상이나 원고를 보고 되새겨야 한다.

성령이 우리 삶에 임재하시지 않고는 신앙생활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성령의 임재를 원한다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는 복음을 잘 듣고 믿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교회가 그랬으면 좋겠다. 이것만이 끝 모르게 추락하는 한국교회와 함께 불신앙으로 내몰리는 우리 자신을 새롭게 개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훈삼 목사(성남 주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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