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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교회는 응답할 준비 됐나?강문대 변호사 "교회가 성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보는지 의문"
글: 김령은/ 사진: 박준호 | 승인 2016.09.20 12:11
교회개혁실천연대가 19일(월)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회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제안 포럼을 열었다 ⓒ에큐메니안

“성도들이 관심이 없어서 조용한 게 아니라 이미 한국교회가 구제불능이 됐기 때문에 내가 한마디 더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외국 같으면 몇 십 년 형을 치러야 할 범죄인데 한국에서는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를) 아직도 목사라고 떠받드는 현실에 화가 납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를 보편적인 차원에서 말해야 합니다. 사회법 기준으로 생각해도 악행 중의 악행인데 왜 교회 안에서 일어난 범죄라고 해서 조심해서 말해야 합니까? (목사가 저지른 성범죄 사건에 대해) 더 강력하게 말해야 합니다.”

19일(월)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제안 포럼’에서 질의응답 시간에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 청중들의 말이다. ‘교회 성폭력, 이젠 교회가 응답해야 할 때’라는 제목을 내 건 포럼이었기에 교회의 구체적 응답을 기대하고 왔으나 포럼이 현상살피기에 그치고 구체적 대안 제시가 부족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이날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 김애희 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 홍보연 목사(한국영성치유연구소 부소장), 최유진 교수(숭실대 겸임교수), 권대원 집사(삼일교회)를 초청, 교회 성폭력에 관한 각 교단의 헌법 구조를 살펴보고 해외 교단의 정책 사례와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문제를 일으킨 해당 목사의 징계를 넘어 교회공동체의 회복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교회(교단)의 정책과 제도를 새롭게 정비하자는 취지였다. 

"교회가 성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보는지 의문"

강문대 변호사는 예장 합동, 예장 통합, 예장 고신, 기장, 감리교, 기성, 예성의 권징 조례를 각각 살펴본 결과 성범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은 그 어느 교단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교회 안에서도 성범죄는 처벌 대상이긴 하나 성범죄를 직접적인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른 교단에 비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많은 조항을 나열하고 있는 예장 통합과 감리교의 경우에도 성범죄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감리교가 ‘부적절한 결혼 또는 부적절한 성관계(동성간의 성관계와 결혼 포함) 또는 간음 하였을 경우’를 범과의 종류로 분류 할 뿐이었다. 목회자들의 범죄가 급증하자 교단 및 기독교 단체에서 제정한 ‘윤리강령’ 또한 성범죄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일부분이다. 

이에 대해 강변호사는 “각 교단이나 교회가 교회 내에서 발생한 성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보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성범죄에 대해 ‘남자인 목사’의 순간적 실수나 영적 차원에서 범한 신앙의 일탈정도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성범죄는 현행법상으로도 엄하게 처벌될 뿐만 아니라 법정형도 대폭 상향되었고, 처단형도 매우 강화되고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강 변호사는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서나 미성년자 또는 심신 미약자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하거나 추행해도 처벌을 받는다”며 “폭행이나 협방이 아니라 그보다 약한 위계, 위력만을 행사해도 처벌 받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을 중대하게 고려하지 않는 교회 내 분위기에 대해 “성범죄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진술 외에는 다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거 조사를 함에 있어 피해자의 진술을 중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목회자에 대한 온정주의를 근절하고 엄벌주의를 채택해야 한다”고 했다. 

강문대 변호사 (법률 사무소 로그) ⓒ에큐메니안

이를 위해 각 교단의 허술한 권징조례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강 변호사는 ▲죄과의 내용에 성범죄를 구체적으로 명시 할 것 ▲고소 시한을 연장 할 것 ▲성희롱 피해자에 대해서는 기탁금을 면제시켜 줄 것 (현재 대부분의 교단에서 권징 재판을 여는 비용을 고소인에게 기탁금의 명복으로 부담시키고 있다) ▲변호인의 자격 범위를 확대할 것 (교단 내 목사나 장로만 변호인으로 인정) ▲재판을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할 것을 촉구했다. 

성범죄 발생 시 '컨설턴트 팀' 만들어 피해자 돕는 캐나다 연합교회

해외 교단의 성 정책은 어떻게 마련되어 있을까? 김애희 사무국장이 조사, 정리한 바에 따르면 미국장로교회, 미국 연합 감리교회, 독일개신교회, 캐나다연합교회 모두 목회자 성폭력, 성적 비행에 명확한 규정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성범죄 예방 및 대응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미국 장로교회, 미국 연합감리교회, 독일 개신교회는 각 교단 홈페이지를 통해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에 대한 제보 및 상담을 접수받고 있으며 캐나다 연합교회는 ‘성적학대예방 및 대응 정책 및 절차’에 관한 지침서를 만들어 사역자가 이를 숙지하고 서약하는 절차를 밟게 하고 있다. 또한 성범죄 발생 시 연회(노회)는 ‘컨설턴트 팀’을 구성, 피해자의 고소 행위 전반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게 한다. 이때 컨설턴트 팀은 연회에서 임명하며 남성과 여성을 공평하게 구성하되, 여성이 다수가 되어야 한다. 

김 사무국장은 “교회 내 성범죄에 관한 정책 마련은 교회가 성적 비행에 대해 가볍게 여기거나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불공정한 정책은 성범죄에 연루된 목회자가 재기할 발판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정책을 개발하고, 적용,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목회자와 교인이 함께 성적 비행을 예방하고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학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의 사회로 권대원 집사(삼일교회), 최유진 교수(숭실대 겸임교수), 홍보연 목사(감리회 선교국 양성평등위원회 공동위원장)가 참여해 성범죄 정책 마련과 관련해 각 교단별로 풀어야 할 문제점들을 돌아 봤다. 

홍보연 목사는 여성의 관점으로 읽는 성서해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교회 안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교단 내 의사결정 기구에 더 많은 여성들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유진 교수도 이에 공감하며 “교단 내 여성 총대의 비중이 높아질 때까지 ‘약자로서’ 씨를 뿌리고 문을 두드리는 것 밖에 묘안 없다”고 말했다. 

글: 김령은/ 사진: 박준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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