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화) NCCK 비정규직연대가 '조선업 위기와 대량해고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최근 벌어진 조선업 위기와 이를 통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대량해고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에큐메니안

국내 조선업 위기로 인한 사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 위기에 놓여있는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김영주 목사) 비정규직대책한국교회연대(이하 비정규직연대, 공동대표 남재영 목사)가 지난 11일(화)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세미나를 열고 사회적 대안을 고민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남재영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할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 사회를 절망적으로 몰아가는 과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한국교회가 끌어안고 함께 경청하며 동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취지를 전했다.

세미나는 최형묵 목사(비정규직대책한국교회연대)의 사회로 김혜진씨(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박종식 박사(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의 발제로 구성됐다. 발제에 앞서, 조선소 하청 노동자로 10년간 일해 온 최ㅇㅇ씨의 현장 증언이 있었다. 최씨는 증언을 통해 조선산업 고용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하청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호소했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로 ‘물량팀’에서 일했다는 최씨는 우리나라 조선소 노동환경은 그야말로 ‘헬조선’이라며 입을 뗐다.

“몇 백 톤의 중량물을 들어올리기 위한 크레인들이 천장에 수 십 대가 있고, 중장비를 옮기기 위한 지게차, 트랙들이 오고가는 한마디로 자칫 한눈팔면 죽을 수 있는 현장이 바로 조선소 현장이다” 

자신을 경험을 증언한 조선소 하청노동자 최씨. ⓒ에큐메니안

그는 “이토록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90%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사내 하청업체 직원들이다. 같은 곳에서 일하지만 다들 소속이 다르다”며 원청에 1, 2억 원의 공탁금을 내면 쉽게 하청업체를 차릴 수 있는 점과 이처럼 쉽게 시작한 업체는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점을 들어 이로 인한 불안정한 고용 시스템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임금 채불 문제도 심각성에 대해 “워낙 책임감 없이 하청업체를 시작했기 때문에 사전 통보도 없이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법적으로 소송을 거는 방법도 있지만 소송하다 보면 사장 명의로 된 재산이 한 푼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장의 재산은 그의 자식이나 부인 명의로 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청업체 사장들은 자기 앞으로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다”며 “노동자들 임금으로 몇 천 만원을 떼먹었어도 고작 몇 백 만원의 벌금형만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 했다.

“조선소 노동자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만큼 일한만큼의 정당한 보수,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세밀하게 보는 시각이 모두에게 있었으면 한다”

김혜진 활동가. ⓒ에큐메니안

이에 김혜진 씨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업계의 정규직 노동자 해고 문제는 언론을 통해 굉장히 많이 노출 됐을 뿐더러 정규직은 노동조합과 함께 구조조정에 대한 절차와 계획이 있는 것에 반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정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구조조정의 여파는 비정규직 노동조건 악화로 연결되고 이는 결국 고용불안으로 연결된다”고 비정규직 악순환의 고리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울산, 거제, 목포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상태”라며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싸워보지 않고 조직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위험한 시기에 싸우기가 너무 어렵다. 어떤 계기가 주어진다면 노동자들도 살기 위해 싸울 수 있다. 더 이상 조용히 죽어나가지 않을 것”

마지막으로 김혜진씨는 조선하청 노동자들의 4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조선하청노동자 4대요구(안)

1. 하청노동자 임금과 고용, 원청 사용자가 책임질 것
2. 하청업체 체불임금, 퇴직금 지급에 대해 원청이 책임지고 보장할 것
3. 하청업체 교체, 변경, 폐업 시 원청이 하청노동자 고용승계를 보장할 것
4. 원청이 하청노조 단체교섭에 나오도록 의무화 및 하청노조 자유로운 조합 활동 보장할 것

김령은 기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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