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내 아들 동성애자 되어 돌아온다”

‘군형법 제92조6’, 이른바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기 위한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움직임에 맞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내건 구호 중 하나다.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면 군대 내 동성애가 더 활발해져 이성애자 남성도 동성애자가 되고 그 결과 국군 전투력이 약해져 김정일만 좋아할 것(?)이라는 괴담은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동성애자 이슈에 민감한 보수 기독교계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다. 

헌법재판소의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한 합헌 판결은 올해 7월에 난 판결까지 3번째 판결이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포함한 몇몇의 시민단체들은 오랜 기간 이것을 ‘동성애 처벌법’이라 주장하며 위헌제청을 시도해 왔다. 합헌 판결이 나기까지 위헌제청의 고비(?)마다 한국 보수 기독교계는 서명운동, 탄원서 제출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7월의 합헌 판결에 대해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위헌 판결이 났더라면 한국교회가 무너지는 첫 단추가 끼워지는 격이었는데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보호해 주신 것”이라며 반가운 뜻을 전했다. 

헌법 재판소가 내린 합헌 판결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군대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인간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절대 다수의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이 이성 간의 성적 욕구를 원활하게 해소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의 페쇄적인 단체생활을 해야 하므로, 일반 사회와 비교하여 이성 간의 성적 교섭행위보다는 동성간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특히 상급자가 같은 성적 지향을 가지지 아니한 하급자를 상대로 동성애 성행위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동성 군인간의 성적 교섭행위를 방치할 경우 군대의 엄격한 명령체계나 위계질서는 위태로워지며 구성원 간의 반목과 분열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헌법재판소 2011.3.3.1. 선고 2008헌가21 결정)

과연 그럴까? 군형법상 추행죄의 폐지는 군대내 동성애자가 늘어나는 것과 군대 기강을 무너뜨리는 것과 정말 관련이 있는 걸까? 

21일(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의 쟁점과 해법’ 토론회에서 한가람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는 “군형법상 추행죄는 동성애에 대한 공포와 혐오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21일(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주최로 토론회가 마련됐다.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 류민희 변호사, 한가람 변호사, 정욜 간사가 발제 및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는 권순부 정의당 성소수자 운영위원이 맡았다 ⓒ에큐메니안

합의에 의한 성관계도 추행? 

한 변호사는 군형법에서 말하는 ‘추행’이라는 단어가 논점을 흐린다고 지적했다. 마치 그것이 성폭력을 처벌하는 법이라는 인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군형법상 추행죄는 강제성의 유무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단지 계간(항문성교를 비하하는 말)이나 그 밖에 추행에 관한 처벌법이다. ‘추한 행위’라는 뜻의 ‘추행’은 마치 강제적인 성추행을 연상케 하지만 군형법 92조6은 강제성이 없는 동성간의 성행위 자체를 ‘추행’으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한편, 군형법상 추행죄가 폐지된다 해도 군대내 성폭력은 처벌될 수 있다. 군형법 제15장에 강간과 추행의 죄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성폭력은 형법과 성폭력특별법에 의해서도 처벌 받을 수 있다. 모두가 우려하는 ‘군대 내 위계에 의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은 ‘군형법 92조6’이 없어도 처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강제성이 없는 동성간의 성행위를 처벌의 대상으로 까지 여기는 것일까? 한 변호사는 그 이유를 “호모포비아가 제도화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도화된 호모포비아’의 역사는 ‘소도미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도미법은 우리나라가 1962년 군형법을 만들며 받아들였던 미국 전시법에 있던 ‘비자연적 성행위 처벌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소도미’를 ‘계간’으로 번역, 지금의 추행죄에 이르렀다.

함께 발제에 참여한 류민희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는 “소도미법과 같은 법률을 가지고 있었던 미국을 포함한 유럽의 나라들은 차별금지, 사생활의 권리를 이유로 일찍이 이 법을 폐지했다”며 “지금도 이러한 법제를 가지고 있는 76개 국가는 아시아, 아프리카에 몰려있으며 다수가 종전 영국 식민지”라고 전했다. 또한 소도미법은 “범죄화와 기본권제한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분명한 국제인권법 위반이고 각 국내 헌법적으로도 위헌”이라고 못 박았다. 

군형법상 추행죄 적용 사례...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결과 낳아

한가람 변호사는 “동성간 성행위를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으로서 ‘추한행위’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적”이라며 “같은 행위라 할지라도 ‘동성애를 할 리 없는’ 이성애자는 이 조항에서 쉽게 빠져나가고 ‘성욕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문란한’ 동성애자는 이 조항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어렵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군형법상 추행죄가 적용된 실제 사례들을 그 예로 들었다. 

군대 내 상명하복의 엄격한 위계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남성간 성폭력’이 일어났던 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추행죄에서 언급된 ‘기타추행’에 이를 적용, 성폭력이 아닌 ‘동성애 성행위-성적 만족행위’로 해석함으로서 성폭력은 처벌에서 제외 했다. 당시 사건에서 가해자는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의 젖꼭지를 비틀거나 잡아당기고 손등으로 성기를 때렸다. 분명하게 피해자가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을 성폭력 사건이 동성간 성행위로 해석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직속상관인 대위가 동성애자인 병사에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이용해 성적 행위를 요구한 사건에 대해 이를 ‘성적 만족행위’로 해석,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가 아닌 군형법상 추행죄를 적용하여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처벌을 받았다. 피해자가 동성애자라는 이유에서다. 

한 변호사는 “구체적인 사건에 비춰볼 때 군형법상 추행죄 적용에 있어 차별적이거나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며 “군형법상 추행죄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 변호사에 따르면 군형법상 추행죄는 동성애와 성폭력을 동일선상에 놓고 전투력 저하라는 뜬금 없는 결론에 이르는 법이다. 동성애 혐오와 공포에 기반한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적 논리가 기저에 흐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이러한 혐오와 차별 선동이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이 조항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가 보다 촉발 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공론의 장이 마련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한편, 군형법상 추행죄는 지난 2015년 11월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ICCPR, 이하 유엔자유권위원회)에 의해 폐지를 권고 받은 바 있다. 또한 성소수자 차별 철폐를 위한 정부 이행상황에 대한 정보를 1년 이내 제출할 것도 권고 받았으나 1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이행보고서를 제출했는지 확인 되지 않았다. 

정욜 간사(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는 향후에도 20대 국회를 통해 입법청원운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청원은 9000명 이상의 최다서명자 수를 기록, 곧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욜 간사는 “다가오는 세계 에이즈의 날에 만명의 염원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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