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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중신학은 '진보꼰대'를 낳았나?민중신학회 정기 세미나, '민중신학의 여성담론을 통한 민중개념 재고찰'
김령은 | 승인 2017.06.08 17:41
민중신학회 월례강좌 '왜,민중신학은 여성을 말하지 않았나?'가 5일(월) 서대문 이제홀에서 열렸다 ⓒ에큐메니안

민중신학이 드디어 ‘여성’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왜, 민중신학은 여성을 말하지 않았나?’는 문제제기를 한 것은 박재형 박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다. 지난 5일(월) 서대문 이제홀에서 열린 민중신학회 정기세미나에서 박재형 박사는 “민중신학은 그간 남성 민중의 해방만을 담론으로 하는 남성 중심적 신학이라는 이미지를 덧입어왔다”고 폭로(?)했다. 

박재형 박사는 민중신학이 그런 이미지를 덧입게 된 것은 “민중을 말 할 때 그 안에 존재하는 여성과 남성사이의 지배와 착취, 그리고 억압의 구조는 명시하지 않은 것”에서 그 첫 번째 이유를 찾았다. 

“모든 여성은 민중에 속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성은 그 계급적 지위와 관계없이 남성에 대해 차별받는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중신학은 민중이 처한 고통의 체제 가운데서도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을 배제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민중신학자들이 여성을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종종 여성을 말해왔다. 민중신학자들게 언급된 여성들은 주로 접대부, 창녀, 여직공, 정신대의 모습으로 묘사됐다. 민중신학을 태동하게 한 안병무는 더 구체적으로 여성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그는 결혼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 정조 관념에 대한 부정, 여권운동의 강조, 살림과 생명의 주체로서 어머니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병무의 여성에 관한 언급은 결국 ‘어머니’로 귀결되고 만다. 박재형 박사는 여성해방의 궁극적 지향점을 ‘모성애의 회복’이라 본 안병무의 여성관을 한계점으로 짚어냈다. 그는 남성 민중신학자로서의 안병무의 욕망이 여기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박재형 박사 ⓒ에큐메니안

“안병무는 여성을 언제나 ‘아내’ 혹은 ‘어머니’와 연결해 상징화함으로써 타자화 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성을 그 자체로 보지 못하고 남성 중심적 관점으로 그 여성을 한 남자의 ‘아내’ 혹은 한 아이의 ‘어머니’로 정의해 버림으로써 그녀를 배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민중신학의 여성관은 결국 ‘진보 꼰대’, ‘운동권 한남’이라는 명칭으로 귀결 된다. 박재형 박사는 이러한 ‘사소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현실적 관계에 대한 관점의 간극’을 통해 드러나는 ‘사소한 행동들’에 종종 당혹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작 민중을 말하지만 결국 민중을 또 다시 소외시키는 작금의 민중담론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전했다. 

박재형 박사는 민중 개념 이해에 있어 ‘운동의 신학’이 미친 영향을 비판적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민중신학이 세대를 거듭해 오며 강조해 왔던 ‘운동의 신학’은 민중신학이 사건에 대한 증언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실천으로서 ‘운동’이 되도록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재형 박사는 “민중신학에 대한 운동 지향적 열정이 사건으로서의 민중 개념이 갖는 고유의 신학적이고 해석학적인 창조성마저 희석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민중의 개념이 계급환원론에 빠지고 만 것이다. 결국 민중은 배제되고 억압받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이름이 되지 못하고 고정된 실체를 갖게 됐다. 박재형 박사는 민중신학담론에 여성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학회에는 현경 교수(유니온 신학대학)도 참석해 민중신학의 여성이슈에 귀 기울였다. 현경 교수는 박재형 박사가 제1세대, 2세대 민중신학자들의 여성관의 한계를 지적하고 비판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녀는 “민중신학이 사건에서부터 출발한다면 지금 현대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운동이야말로 사건”이라며 “진보꼰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폭력에 대해 민중신학이 어떻게 답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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