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것만으로도 땀방울이 맺히는 여름도 태풍의 영향으로 수그러든 듯 하다. 몇 몇은 거센 바람과 함께 살이 아프게 몰아치는 빗방울에 몸을 맡기며 몸 속에 묵혀있던 더위를 털어 냈다.

▲교도소 안에서 개최된 포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김상은 목사 및 구속노동자 석방 촉구 기도회-         ⓒ장익성

포항의 한 장소에도 몇몇이 비를 맞으며 걷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은 더위를 털어 내기 위해 비를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울화가 치미는 듯 얼굴 붉히며 조금은 굳은 얼굴로 이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사회로부터 격리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의 집합소 '교도소'다.

구속된 김상은 목사 등 노동자 석방 촉구

포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김상은 목사(예장통합) 및 구속노동자 석방 촉구를 위한 기도회가 8월18일(금) 포항구치소에서 개최됐다.

이번 기도회는 포항 지역 노동자들에게 교회가 노동자들을 위해 관심을 가지며 함께 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노동현장에서 현장 목회를 하고 있는 김상은 목사의 구속을 항의하기 위해 한국교회인권센터와 NCC 그리고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를 비롯한 8개 단체가 포항 구치소를 직접 방문했다.

▲ NCC 황필규 목사와 정태효 목사(내일의집)가 포항지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장익성

김상은 목사는 20년 전 포항 지역으로 내려와 목회활동 중, 노동현장의 열악함을 몸소 체험하고 이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하다가 이번 포스코 사태로 구속 수감 중에 있다.

그는 목수로 일하며 포항 건설노조 조직 구성에 직접 참여해 왔고 그의 동생인 김성오 씨(전 건설노조 위원장)와 함께 노동권의 온전한 보장을 위해 일해왔다.

18일까지 열흘 간의 단식으로 다소 초췌한 상태에 있지만 김 목사는 건강한 상태며 21일 첫 재판을 받게 된다.

실형이 예상되는 구속자는 모두 17명, 이들 모두가 집행부인데 반해 구내 조직부장(노조원 통제 및, 줄 세우는 일을 하는) 김상은 목사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김 목사 부인 "남편은 노동자 위한 지역 목회자"

"아파트 10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으로도 힘든 저로서는 남편이 엘리베이터도 없는 22층을 하루 10시간씩 오르내리는 것을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그는 후둘 거리는 다리로 흙먼지 날리는 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금 22층 작업장으로 올라갑니다"

김상은 목사의 부인 남미화씨는 남편이 노조를 결성할 것을 결심했을 때, 우려도 했지만 자기 안위가 아닌 노동자들을 위한 지역목회를 결심한 그에게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한다.

"하루 10시간을 일합니다. 하지만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은 처음 5만원에서 1,2년에 한번 1만원 정도씩 올려 줄뿐입니다. 그러고서도 세면장에서 몸을 씻거나 한 여름 땀으로 목욕하다 시피 젖은 옷을 갈아입을 곳이 없어 거리에서 그냥 옷을 갈아입어야 합니다"

▲김상은 목사의 부인 남미화씨가 열악한 포스코 현장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장익성

"물론 직원들을 위한 식당이 있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따로 밖에서 먹어야만 하죠, 심지어 식수  조차 화장실에서 받아 끓여 먹어야 합니다. 한 여름이라도..."

"혹시 장염이나 다른 질병에 걸리지 않을까 유산균 섭취라도 하라고 김치를 퍼 날랐죠. 제가 한 건 그게 다 에요"

한끼 식사조차 편하게 할 수 없는 작업장에서 함께 일해왔던 김상은 목사는 이같은 열악한 환경과  5일 근무제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무임금으로 토요일 오후까지 일해야 하는 포스코 하도급 현실 개선을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

2, 3명으로 시작한 노조가 삽시간에 5백으로 늘어난 것에는 결코 김 목사나 함께 일하는 이들의 카리스마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단지 열악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노동자들의 자발에 의해 이뤄졌다고 전한다.

"언론은 사실은 외면하고 사측 입장만 두둔"

집행부가 아니면서도 김상은 목사가 구속되고 실형이 예상되는데는 김 목사의 이 같은 노조결성의 배경에 그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막걸리를 마시지 않으면 힘들어서 일 할 수 없는 지경에서 노동자 현실을 알리고 권리를 주장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하지만 언론은 포항 경제를 망친다고 우리를 매도합니다"

남미화 씨에 따르면 이번 포스코 사태도 년간 8백 명이나 사망 사고가 일어나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토요일 무임금 노동 등을 개선에 줄 것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사건이 있기 한달 반 전부터 김 목사를 비롯한 건설노동조합이 이와 같은 사항을 요구했고,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건설노조 이외의 노조와 연대 파업을 하게됐고 싸움이 커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파업기간 중 사측이 불법으로 부산지역 노동자들에게 일당 12만원씩 지급하며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계속 일을 진행하려는 사측과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더욱 싸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디어는 이같은 사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전 건설노조 위원장인 김성오 씨는 "포철 자본이 광범위하게 언론을 조작하고 있고, 파업 사태 이후 언론들과 함께 대책위를 구성하고 관변 단체들과 함께 여론을 호도 시키는 작업을 계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시위를 통한 시민 불편만을 계속 강조하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의식을 계속 시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며 "포항지역에서 유포되고 있는 일관된 이야기는 ‘포항 지역을 망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계 김 목사 구속 계기로 노동문제 깊이 개입할 듯

이번 사건에 대해 기독교 대책위원회는 △하중근 열사의 죽음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 촉구와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자 발생사고 재발 방지 △언론의 정확한 보도 그리고 △재벌 경제 정책이 아닌 서민 경제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민 사회와 연대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계속적으로 투쟁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와 함께 김상은 목사의 석방을 비롯한 구속 노동자 전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작성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포항 구치소 예배는 최재봉 목사(한국교회인권센터)의 사회로 이명남 목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다.

▲ 겉 모습만 민주화 됐지 속 사람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이명남 목사)-      ⓒ장익성

이명남 목사는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며 "한국경제가 어려워진 원인에는 부패하고 악덕한 자본가와 정치인들에 의해 어려움에도 노동자들에게 돌려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위에서부터 깨끗하게 해결하지 않고는 사태의 해결은 이뤄질 수 없다"며 "겉모습은 민주화된 것 같지만 여전히 속 사람은 변화 없는 우리사회를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교회가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앞장서자고 설교했다.

예배 이후 참석자 대표 6인이 김상은 목사를 면회했고, 면담자들은 김 목사가 여전히 노동자들을 이해 금식으로 기도하고 있으며 건강한 모습으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 명 서 "마음이 완악하여 공의에서 멀리 떠난 너희여 내게 들으라"(이사야46:12) 건설업계 내에서 불법적으로 행해지던 불법 하도급으로 인하여 이중의 착취를 강요당해 왔던 포항지역의 건설노동자들이 노동법에도 보장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인 8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건설 노동자들에게 주 5일제를 실시한다면서 토요일 무급휴일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토요일 유급전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사 원청인 포스코는 현장 노동자들이 하도급업체에서 고용한 것이라는 핑계로 협상책임을 회피하면서 건설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아간 것이다. 게다가 공사 원청인 포스코는 파업이 진행 중인 사업체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엄연히 불법인데도 대체인력을 투입하며, 노동자의 유일한 무기인 파업권을 침해하였다. 이에 항의하여 건설노동자들은 포스코를 점거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포스코는 사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언론을 회유하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문제를 덮으려고 했다. 이에 격분한 농성에 함께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점거투쟁의 정당성을 알리려는 평화집회를 개최하였으나, 경찰은 진압경고 방송도 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향해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포항지역의 건설노동자 하중근씨를 중태에 빠뜨렸고, 결국 사망에 이르도록 하였다. 고 하중근씨가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에도 언론은 건설노동자들이 왜 포스코를 점거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문제의 본질은 철저히 외면한 채, 계속해서 포스코와 관련도 없는 지역에서 건설일용노동을 하던 사람들이 포스코를 점거한 것처럼 왜곡보도하고, 포스코는 불법 파업의 희생양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려고 하였다. 정부도 마찬가지로 건설업계에 만연해있는 불법하도급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또한 노동자들이 왜 하필이면 포스코를 점거하게 되었는지 포스코의 불법적인 대체인력투입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완전히 닫아버리고, 포스코를 일방적으로 편들며 공권력을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사태를 무마시키겠다는 의지만을 보여주었다. 언론은 연일 포스코 점거농서에 대해서 보도해 왔지만, 파업의 정당성과 포스코의 불법적인 파업권 침해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노동자들의 우발적인 투쟁조차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폭력집회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데만 급급하여 사태의 본질을 왜곡함으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시궁창에 내던져 버렸다. 포스코 노동자들이 자진해산한 이후에도 포스코는 자신들의 불법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점거에 대해서 반성하기보다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 등을 통하여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과 노조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려 하며 정부와 검찰은 58명 구속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구속노동자 전원을 석방해야 한다. 얼마 전 여당은 정재계 뉴딜을 선언하면서 경제인에 대한 사면도 뉴딜에 포함됨을 밝혔다. 그러나 그 명단에 포함된 경제인들 중 대부분은 부정과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그들이 부정 축재한 액수에 비하면 노동자들의 요구는 그야말로 아이들 과자 값에 불과하다. 한국사회에서 법이 만민에게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일당5~6만원을 지키려고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 사회와 몇 백 억 원을 꿀꺽하고도 보석으로 석방되고 사면되는 사회가 어떻게 공존이 가능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의 무차별 폭력으로 사망한 하중근시의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결찰이 소지한 소화기에 의한 가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방패에 찍힌 자국, 시신 곳곳에 무차별 폭력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러한 사태에 즈음하여 포항지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기독교 대책위는 아래와 같이 촉구한다는 바이다. 1. 경찰 책임자는 이 폭력 사망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여야 한다. 경찰은 이번 폭력사태에 대해서 깊이 반성할 뿐만 아니라 자성의 노력을 기울여 야만적인 폭력으로 국민을 죽음으로 모는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1. 포스코는 이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만큼 관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건설노동자들 노동권 보장에 앞장서야 한다. 1.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라. 정부와 여당은 균형 있는 조정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무조건 기업 편들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사회적인 약자의 입장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엄격한 법집행을 노동자들에게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불법으로 노동권을 제약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구조 악들을 개선하여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1. 언론은 사회적 힘의 논리에 근거하여 기업 측의 논리를 대변하는 앵무새 역할을 중단하고, 언론 본래의 사명인 진실보도와 사회적 책임을 우선하는 건강한 언론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 2006년 8월 18일 포항지역건설노조파업의올바른해결과건설노동자비정규직노동자의노동권보장을위한기독교대책위원회 사회선교연대회의13개 참가단체, 영등포산업선교회, 일하는예수회 및 소속 40개 교회, 한국교회인권센타, KNCC인권위원회,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건강한교회를위한목회자협의회, 예장농민목회자협의회, 대한예수교장로회청년회전국연합회

장익성 기자  mocacoff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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