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하중근 씨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이 축소,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고 하중근 열사장례대책위원회는 8월22일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고 하중근 열사에 대한 부검감정서를 전면 공개하라"며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부검 결과 감정서를 전면 공개하가로 요구하고 있는 대책위ⓒ 장익성

지난 달 7월16일 포스코 건설노동자 파업 시위 중 하중근 씨가 사망하고 한달 여가 지났지만 경찰은 "하씨가 시위도중 넘어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중간 발표만 내놓을 뿐 정확한 부검 결과에 대해서는 가족에게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울화를 담배로 달래는 고 하중근씨의 둘째 형 하철근씨 ⓒ 장익성 “욕 밖에 안나온다” 서대문 경찰청 집회에는 고 하중근 씨의 둘째형 하철근 씨도 참석했다. 그는 경찰의 태도에 "욕 밖에 안나온다"며 다음 말을 잊지 못했다. 멀쩡했던 동생이 하루아침에 망자가 된 것도 서러운데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망자의 당시 정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시신의 정밀 부검결과에 대해 경찰은 "넘어져서 사망했을 것"이란 중간 발표만 내놓을 뿐, 부검감정서는 가족에게까지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포항남부 경찰서장은 "진행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 및 범죄예방과 수사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사항에 해당되어 정보공개 할 수 없다"며 공개 거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하철근 씨는 "동생을 살려내든 진상을 규명하든지 하라"며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검을 들고 서울로 올라오겠다"고 말했다. "머리가 4군데나 깨지고 등이 온통 멍이 들고 갈비 뼈 2군데가 부러졌는데 넘어져 죽었다니 말이 되느냐"며 혈육의 억울한 죽음에 담배만 연 거푸 무는 하씨는 "가족 전체의 모든 생활이 엉망이 되었다"며 "겨우 살기 위한 음식만 넘길 뿐 어머니는 몸져누워 있고 가족들 모두 아무 것도 못하고 눈물만 흘릴 뿐"이라고 전했다. "동생이 죽은 지 20일이 지났지만 상복도 못 입고, 장례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며 경찰청장의 면담을 요구하는 대열에 앉아 눈물만 흘렸다.

대책위는 "경찰이 하씨의 부검 감정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사건을 은폐 조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경찰은 "수사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할 사항임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상열 통일연대 상임대표는 "부검 결과를 공개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가증스럽게도 가족에게도 공개 못하는 것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익도 "사건의 진상은 사체가 가장 명확한 원인이다. 고 하중근 열사의 죽음 앞에 다시 부검하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지만 투명성 있게 명확히 밝히는 것이 경찰의 또 다른 의미"라며 "하지만 목격자와 정황 증거만으로도 명확한 경찰 폭력에 의한 사망을 넘어졌다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이광열 씨(인권단체연석회의)는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연쇄살인범과 동일하다"며 "범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정부나 살인범이나 무엇이 다르냐"며 하중근 씨 사고에 대한 해결을 경찰에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대책위는 고 하중근씨의 부검결과를 요구하는 항의 서한 전달을 위해 경찰청장 면담을 요구했다.

▲경찰청장 면담을 요구에 문을 막아선 전경, 1시간 가량 대치끝에 형사과장에게 항의서를 전달했다 ⓒ 장익성

경찰은 면담을 허락할 수 없다며 경찰청 입구를 전경들로 막았고, 대책위와 경찰은 1시간 가량 실랑이 끝에 대책위 대표 5인이 형사과장에게 항의서안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한편 이날 11시 경 고 하중근씨의 부검결과를 밝히지 않는 이유를 듣기 위해 민주노동당 단병호·노회찬 의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가수)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 대변인에 따르면 국과수는 “수사 중인 사안은 발표하지 않도록 돼 있다”며 포항남부경찰서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이유를 계속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 공권력의 벽 ⓒ 장익성

장익성 기자  mocacoff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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