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계·교회 보도
주여, 저들은 알고 있나이다보수교단과 교회들의 차별과 배제 문화를 반대한다
김종훈 신부 | 승인 2017.08.24 22:24

언젠가 조금 차분한 시간이 생기면 꼭 한 번 정리하고 싶은 글이 있다.

1.

한국 개신교회 가운데 규모로 선두 그룹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에서 ‘여성 목사와 장로 안수’에 반대했던 숱한 글과 주장들. 그리고 1994년 총회 통과 이후에 생긴 몇 가지 잡음들. 그렇게 교단 안팎을 뒤흔들고, ‘결국’ 교회가 타락한 것처럼 떠들었던 몇몇 반대 인사들의 황당한 논리들.

하지만 1994년 여성 목사와 장로 안수가 통과된 이후, 통합측에는 말 그대로 ‘별일 없었다’. 오히려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차별이 문제지, 여성 목사와 장로를 안수할 수 있게 되어 생긴 병폐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더욱 활발해진 여성 지도력으로 인해 교회는 더욱 풍성해졌다.

2.

미국 주류 교단들이 ‘흑인 목사와 장로 안수’에 반대했던 숱한 글과 주장들. 가깝게는 다른 인종간 결혼에 반대하며 소속 목회자들이 그 결혼식을 축복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숱한 논리들.

그러나 결국 그런 주장들이 더 가진 자들인 ‘백인우월주의의 산물’이며 ‘인종 차별’이란 게 당연해지자, 아무렇지 않게 어제의 주장을 접은 목사와 교회 지도자들. 그들을 따르던 신자들.

▲지난 7월15일 퀴어퍼레이드에서 진보적 성향의 목회자들이 성소수자들을 위해 축복식을 거행했다. ⓒ박김형준

3.

오늘날 성소수자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은 정말 다른 류의 사람들일까.

오늘날 성소수자들이나 그들과 동행하는 사람들을 향해, 신과 성서의 이름을 들먹이며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혐오나 차별은 반대하나 신과 성서의 뜻이자 교회 전통이라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쏟아내는 글과 주장들도 ‘열심히’ 모아 놓아야 하겠다.

여성 목사와 장로 안수에 반대할 때도 신과 성서의 가르침이자 교회의 전통이라며 나는 동의할 수 없는 ‘헛소리’를 했었다. 흑인 목사와 장로 안수에 반대했을 때에도 그랬고, 심지어 인종간 결혼을 축복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주장할 때에도 비슷한 헛소리가 나왔었다.

4.

두고 볼 일이다. 인종 차별에는 반대하나 여성 차별에는 찬성했던 사람들. 인종 차별이나 여성 차별에는 반대하나 성소수자 차별에는 찬성하거나 어쩔 수 없다는 사람들. 정말 ‘뭐가’ 다른지 말이다.

2017년, 신과 성서의 이름으로 ‘성 평등과 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 시대에도 여성 목사와 장로 안수에 반대하는 개신교단과 지도자들이 있다. 그들은 툭하면 천주교회를 향해서도 ‘이단 시비’를 건다. 그런데 여성이 목회자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신과 성서의 가르침이자 교회의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는 ‘기묘한 일치’를 이루고 있다.

5.

이들이 정말 기묘한 일치를 이뤄 지키고 싶은 게 신과 성서의 가르침일까. 아니면, 이성애 가부장제 중심인 정상가족 담론일까.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남성 성직자나 남성 신자 지도자들의 권위와 기득권일까.

가진 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걸 ‘공공/표준’으로 이름 붙여 가르친다. 불리한 건 ‘근거가 부족하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어 숨긴다. 그래서 진실을 찾는 건, 대부분 ‘덜 가졌으나 잠에서 깬 사람들의 몫’인 경우가 많다. 이제는 깨어 일어나야 할 때다.

* 덧. 주여, 저들은 지금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나이다.

김종훈 신부  zacchaeus74@gmai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충정로 2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생명의집 204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2-313-0179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Copyright © 2017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