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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동등하게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자[인터뷰] 노정선 명예교수를 만나다 ②
윤병희 | 승인 2018.01.11 23:31
▲ 반도에 감돌았던 긴장 국면이 새해 남북회담 성사를 통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오랜기간 관련 당사국들을 오가며 한반도 정세에 밝은 노정선 교수가 에큐메니안 독자들에게 한반도 평화 전망에 대해 말한다. ⓒ윤병희

노정선 교수는 북의 핵보유 완성을 이번 남북고위급대화의 제안 배경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핵보유 완성은 북의 경제수준에서 어느 한 부분을 조금 희생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북의 경제상황을 설명했다.

핵보유 이후 북한경제는 나아졌는가

“핵보유를 완성하고 나서 경제상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일부 특수계층만 나아지고 대다수 기층은 굶주리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가 커지는 것처럼, 이북도 새로운 경제에 밝은 소수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빈부격차가 매우 큽니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에 이북 사람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전세계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것을 두고 북한이 선전선동의 발판으로 삼는다고 보도하는데, 사실 그렇습니다. 동계올림픽에 태권도 시범단이 온다는 것은 쇼를 한다는 것이죠. 우리 시민들이 이북 응원도 해주고 많이 도와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북쪽 사람들이 당장 굶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식량을 3백만 톤을 보내는 것이 내 꿈입니다. 마태복음 25장에 ‘내가 굶주렸을 때 네가 먹을 것을 주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굶을 때 먹을 것 주는 사람처럼 고마운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연대가 되면 전쟁은 스스로 멈추게 되는 것입니다. 굶고 있는데 먹을 것을 빼앗는 봉쇄와 제재는 싸우자는 것이지요. 식량 3백만 톤 제공은 공짜로 주는 게 아니라 대신 북쪽에 있는 것을 우리에게 달라고 하면 됩니다.”

봉쇄와 제재를 푼다는 것은 그간의 남북 혹은 북미 관계를 고려했을 때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한국의 모든 정부가 떠안아야 했던 딜레마에 가까운 문제였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노 교수의 답변을 기대해 보았다.

▲ 노정선 교수는 한강 하구 조강유역에 배를 띄워 남북이 물물교환하는 선상마켓을 세우자는 구상을 소개했다. 그림은 본인이 직접 그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병희

“문재인 정부는 보수층의 반발을 덜 사는 방법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보수들이 공격할 수 없는 사안을 고안해서 북을 도와줄 것입니다. 북을 도우면서 동시에 남쪽 사람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계속해서 퍼주기가 아닌 교류의 방식을 예시하면서 “남쪽은 잡곡 가격이 쌀에 비해 비쌉니다. 그런데 이북사람들은 쌀이 너무 비싸서 잡곡만 먹습니다. 그러면 남북이 거래해서 남쪽의 쌀과 북쪽의 잡곡을 교환하면 서로 이익이 되는 것이지요.” 퍼주기라는 공격에 대해 이것은 서로 이익이 생긴다는 비교우위의 교환을 풀어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분단이 만든 아이러니 중 하나입니다.”라며 노 교수는 혀를 찼다. “우리는 1백달러(약10만원)가지고 며칠 못 살지만, 이북에서는 1백 달러 가지면 한 가정이 6개월을 삽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개성공단은 무작정 살려야 합니다. 빨리 살려야 합니다. 금강산도 다시 열어야 합니다. 남쪽 사람들이 북쪽에 관광만 할 수 있어도 북쪽을 굶지 않습니다. 이렇게 쉬운 걸 왜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남과 북이 동등하게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남북 간의 경제교류를 통해 통일의 밑받침을 놓아야 한다는 노 교수. 이런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최근 들어 탈북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탈북하는 사람들은 쥐약을 가지고 나갑니다. 극한 상황이죠. 그런 극한적인 상황은 벗어나게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말입니다. 이북 민둥산에 밤나무 심기운동을 오랫동안 해 왔는데, 이명박 정권 원년부터 중단되었지요. 13만 그루 심었죠. 지금도 기회만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직접 전달합니다.”

노정선 교수는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이북의 절대적인 식량부족 상황 쪽으로 말끝이 이어짐을 인터뷰 중간쯤에 파악할 수 있었다. 노 교수의 관심은 긴장완화나 제재해제에 대한 정치적 외교적 묘안에 대해서가 아니었다. 노 교수의 관심은 이북의 대다수가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 이북에 식량을 주라는 것이다.

그러나 거저 주는 것이 아니라 남북이 서로 비교우위에 있는 것을 교환하자는 것이다. 노 교수의 이런 생각은 남북의 물물교환장마당 구상을 제시하는 쪽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한강 하구에 ‘조강 장마당’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노 교수가 주장하는 “조강 장마당”은 한강 하구 애기봉 전망대 앞 ‘조강’ 유역에 멍텅구리배를 띄워놓고 양쪽이 서로 접근하여 교역을 한다는 구상이다. 이 곳은 노무현 정권 때 남북을 잇는 다리인 ‘통일교’를 건설 예정이었으나 무산된 바 있는 지역이다.

“한강 하구에 휴전협정 1조에 따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북쪽 사람도 여기까지 올 수 있고, 남쪽도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말하자면 ‘선상마켓’을 세우자는 것입니다. 이곳은 신라시대부터 포구였죠. 남쪽 강변마을은 ‘남조강’이고 북쪽 강변은 ‘북조강’ 입니다. 지금 주소는 김포시 조강리입니다.”

이 선상 마켓에 대해 설명하며 노 교수는 열을 다해 설명한다. “북쪽은 광물과 잡곡 버섯 등 농산물을 가져오고, 남쪽은 쌀과 의약품을 가져가서 물물교환하면 됩니다. 쌀을 북에 그냥 주는 것은 북쪽도 자존심이 있고 해서 그것보다 서로 비교우위에 있는 것을 교환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북쪽은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요.”

이 선상 마켓이 마냥 낭만적 상상만은 아닌 것이 “배를 띄우는 것은 휴전협정상 합법”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북쪽은 티타늄 희토류가 세계 두 번째로 많습니다. 희토류는 핸드폰 컴퓨터 만드는 필수 재료입니다. 남쪽은 쌀이 남아 도니까 3백만 톤을 보내면 됩니다.”라며 서로 간에 주고받는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돕는다는 개념이 아닌 당당한 주체로서 만나자는 이야기와 결이 다르지 않다.

북핵 문제 접근 방법, 조금 더 넓게 보자

마지막으로 노 교수는 북핵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을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전세계를 비핵화한다는 것이 첫 번째 명제입니다. 이것은 북한만 비핵화한다는 것과 대칭되는 것으로 북한만 비핵화하라는 것은 무장해제와 다름없습니다. 남경대학살 꼴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남경학살과 같이 당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내버려두기만 하면 됩니다. 그 다음은, 북이 핵을 가지고 있으니까 안심하고 남쪽의 경제력으로 북과 협력하면 됩니다.” 참으로 어려운 주문이기도 하다.

노 교수는 NCCK 화해통일위원장 등의 자격으로 매년 중국 심양에서 이북의 조그련과 만남을 이어왔다. 작년 2월에는 정부의 반대 속에서도 만났는데, “정부는 여기에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조그련에게 만나자고 제안했습니다. 며칠 내 출국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제안한 것은 처음입니다. 항상 조그련 쪽이 심양에 나와서 우리보고 나오라고 연락을 하면 우리가 급히 심양으로 가서 만나곤 했습니다. 평창에 북한 파견단이 오고 분위기가 좋아지면 조그련이 우리를 만나자고 연락이 올 것입니다. 남쪽 정부도 반대하지 않겠지요. 이번에는 남쪽 정부가 과태료를 매기지 않겠지요.”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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