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5일, 지난해 8월25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난 이후 164일 만에 2심이 치러졌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1심에서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됐다. 집행유예는 범죄자에게 단기의 자유형을 선고할 때에 그 정상을 참작하여 일정 기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불구속을 뜻한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석방 이유와 판결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은 1심에 유죄로 인정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2심에서는 모두 무죄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핵심 혐의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재용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최순실이 뇌물 수령으로 나아갔다.”라며 두 사람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다만, 코어스포츠에 건넨 용역대금 36억 원과 최순실 측에 마필과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하게 한 ‘사용 이익’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마필 소유권을 최순실 측에게 넘긴 것으로 인정할 수 없는 만큼 마필 구매 대금 등은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서울구치소를 빠져 나오고 있는 이재용 섬상 부회장

앞서 1심은 마필 운송 차량 등 차량 구입 대금만 무죄로 보고 살시도나 비타나, 라우싱 등 마필 구입 대금 등 총 72억 9000여만 원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 공여와 함께 적용됐던 특별경제가중처벌법(경제범죄는 갈수록 대형화·조직화·지능화되는 데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법정형을 대폭 강화하여 가중처벌하고 범법자들의 경제활동을 제한함으로써 경제질서를 확립하고자 제정된 특별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모두 무죄 판결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이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로 보낸 36억 원은 뇌물로 준 돈일뿐 이재용 부회장이 차후 사용하기 위해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게 아니라며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최순실이 실질적으로 지배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낸 후원금 16억 2800만원도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었고(2심 무죄),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도 1심처럼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사법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집단

이런한 판결을 두고 일반시민들은 물론, 경제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한목소리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사법부의 적폐가 적나라 하게 드러났다.”, “사법부 적폐청산을 위해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 등 한마디로 사법부를 개혁하지 않는 이상, 이 나라의 적폐는 청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교계도 이러한 판결에 대해 분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남재영 목사, 이하 정평위)는 서울고법 형사13부의 이재용 삼성부회장 집행유예 선고에 대하여 입장을 발표했다.

NCCK 정평위는 먼저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재판에서 안종범 전수석의 증언과 수첩 등의 증거들이 받아들여져 징역 2년6월이 선고된 것을 기억하며, 어떤 이유로 이재용 부회장에게만 이러한 증거들이 능력을 상실하는지 재판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최순실을 지원한 것이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종이었음을 재판부가 인정했음에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이번 판결은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어 NCCK 정평위는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적폐를 청산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철저히 유린”한 것이며, “사법부가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사법부의 이러한 판결로 “사법부의 판단은 씻을 수 없는 과오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민주권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사법부를 만들기 위한 강력한 개혁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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