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발 개헌안이 발표되어 정치권 뿐만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3월22일(목)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에서도 개헌논의에 대한 토론회를 마련했다.

정부 발 개헌안의 논란은 어디인가

토지공개념과 차별금지법 등의 안건에 대해 정치권을 넘어 교계에서도 반대 여론들이 줄을 잇고 있고 보수 기독계는 일부 개헌 조항에 대해 삭제를 주장하는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NCCK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남재영 목사)와 언론위원회(위원장 이동춘 목사)가 공동으로 토론회를 마련하며 이를 정면 돌파하는 분위기다.

주최측은 “금번 10차 개헌은 촛불의 명령에 충실한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를 위해 본회(NCCK)는 일부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거짓 뉴스 등의 왜곡된 시각을 넘어 참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대한민국 헌법이 담아야 할 기본 가치들을 깊이 성찰하고 신앙적으로 응답하기 위해 <촛불혁명의 완성, 삶을 바꾸는 개헌(부제: 10차 개헌,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시국토론회를 준비했습니다.”라며 개최 취지를 밝혔다.

토론회는 정지강 목사(NCCK 언론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회로 강원돈 교수(한신대학교 신학과)가 주제 발표를 하고, 패널토론자로 박경신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형묵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장서연 변호사(공익법재단 공감), 김춘효 박사(외국어대 미디어커뮤티케이션학과 외래교수)가 참여했다.

누가 개헌의 주체이어야 하는가

강원돈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 개정 논의에 관련된 신학적 제언”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이제까지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개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개헌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할 주권자가 개헌 논의에서 비켜나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 헌법개헌에 대한 정부안이 발표되며 사회뿐만 아니라 교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삭제를 주장하고 나선 형국이다. 이에 NCCK가 토론회를 주최하고 일부 교계에서 주장하는 반대사유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윤병희

이어 “10차 개헌 과정에서는 민중이 개헌 논의에 광범위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주권재민의 원칙에서 직접 도출되는 참정권을 기본권의 체계로부터 독립시켜 그 위상을 기본권의 체계 바깥에 두고, 대의제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강 교수는 기본권에 대해서는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사상의 자유, 집회와 시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고전적인 자유권적 권리들이 국가의 제한이나 침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옹호하고 이에 대한 제한이나 침해 조치가 무효라는 문구를 일일이 기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토지공개념에 대해서는 “재산권의 행사가 사회규범과 법률의 규율을 받아야 하고 공공복리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과 생태학적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것은 새 헌법에 담아야 할 내용”이라고 제시했다.

강 교수는 사회권 확립과 관련, 무엇보다도 사회세력들의 제도적 권력 균형을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를 강조했다.

“새 헌법에 노동3권 가운데 단결권의 자유권적 성격을 명문화하고, 단체교섭이 산별 수준의 단체교섭과 기업 차원의 노사 공동결정의 두 가지 방식으로 제도화하도록 규정하고, 단체행동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법률의 제정이나 법률의 해석을 무효로 선언하고, 사회권의 행사를 억압하고 무력화시키는 재산권 행사를 금지해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존엄하고 자유로운 삶을 연대적으로 보장하는 것과 관련, 강 교수는 “노동 업적과 복지급부의 연계를 해체해 노동사회 이후의 사회에 대비하는 헌법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근거해 그는 정규직 노동과 비정규직 노동의 차별을 금지하고, 노동소득이 생계비를 충당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가로부터 소득보전급부를 청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의 시간주권을 존중하는 헌법 규범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생태계의 안정성과 건강성을 보존하고 향유하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생태계의 공간적 배치를 유지하고, 그 안에서 복합적인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생명체들과 무생명체들이 자신의 존속을 요구할 권리를 핵심으로 하는 자연의 권리들을 창설하고, 그 권리를 실현하는 방법을 새 헌법에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강 교수는 “제10차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에 민중이 참여하고 민중이 동의하는 개헌안이 절차에 따라 국민투표에 회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계급과 계층, 성, 연령, 정체성 등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욕망들과 의견들이 표현되고 수렴되는 숙의공동체가 조직되어 새 헌법에 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헌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과 시민의 권리들에 대한 검토와 재규정이 이뤄지고, 새로운 권리들이 창설되고, 국가의 가치체계와 목표가 설정되고, 국가와 사회의 운영 원리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나라다운 나라가 제대로 세워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다소 추상적으로 비춰지는 강원돈 교수의 제시와 주장은 그러나 “6월 개헌 국민투표에 반대한다.”는 소견 피력으로 이어졌다. 6월의 개헌 국민투표가 민중을 배제한 채 기득권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그러나 자신의 6월 개헌 반대 주장의 의미는 “야당들이 반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논리에서의 반대”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민중이 참여하고 민중이 동의하는 개헌안”이라야 한다는 입장을 시종 견지한 것이다.

개헌의 필요성부터 따져보자

이에 대해 고려대 박경신 교수는 “이번 개헌이 필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주의를 집중시켰다. 박 교수는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법치주의의 완성이 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제시하며, 헌법 조문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법치주의의 실현이 과제이므로 법률의 개폐와 함께 법의 해석과 적용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박 교수는 법치주의의 완성은 사법부의 독립에서 온다고 주장하며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는 것으로는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는 ‘제왕적 영향의 제한’으로 귀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개진했다. 

“권력은 빈 공간을 파고든다. 권력은 이에 대응하는 권력과의 분점을 통해서만 분산된다. 대통령이 자신이 주도하는 행정부 내의 국무총리 및 기타 자신이 임명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권한을 남겨두려고 해도 ‘알아서 기는 현상’을 막을 수가 없다. 지금의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대법원장이 법관인사를 하도록 한 현행 규정만으로도 법관의 독립성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인사권자가 가지는 암묵적인 영향력에서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다른 권력을 세워야 한다. 권력에 대항하는 다른 권력은 시민이다.”

박 교수는 사법부를 세우는 것이 촛불혁명의 완성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청와대 개헌안은 이전의 국회안 보다 더 못하다며 이와 같이 평가했다. 

이와 관련 토론자들은 6월 개헌 시기의 적절성에 대한 호불호의 의사를 개진하고 개헌안에 포함되기를 바라는 사안들을 제시했다. 

최형묵 목사는 노동권의 강화와 생태계 보전을 위한 권리의 확립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며 “헌법적 규범과 현실이 다르다면 헌법을 고치는 것이 합당하다. 촛불항쟁 이후 국민이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성급하게 하기 보다는 충분한 참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남한의 헌정사에서 제헌헌법을 만들 때가 가장 진지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서연 변호사는 <소수자 인권과 성평등의 관점에서 바라본 개헌 논의>를 정리한 후 “이번 개헌의 과정이 아쉽다. 결과 보다는 과정이다. 기본권이 크게 확대된다고 호도되고 있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침묵모드가 아쉽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였던 김춘효 박사는 헌법의 표현의 자유와 시민참여 미디어 확대를 제안하면서 “공영미디어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 권한을 넣으면 좋겠다. 6월에 하면 되냐 마냐하는데, 물 들어올 때 배 띄워야 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NCCK 언론위원회 부위원장 정지강 목사는 이날의 개헌논의에 대해 호평하면서도 “개정되는 헌법이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는 미흡한 점이 있다. 그러나 NCCK에서도 개헌을 반대한다더라는 말이 나올까 우려된다.”고 마무리 지으며, “이날 제시된 논의들을 정리하여 개헌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NCCK의 이름으로 국회와 행정부에 제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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