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여성들이 ‘미투운동’에 어떻게 응답할까를 고민하는 모임을 주최했다. 3월26일 오후1시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 제2연수실에서 2018년 기장여성연대 정기모임으로 기장 내 여성교역자 및 여신도 등 여성들을 대표하는 기관들이 모여 “교회는 ‘미투’와 ‘위드유’ 운동, 어떻게 응답할까?”라는 주제로 진행한 것이다. 개신교 교단 중에서 교단 여성들 전체 차원의 토론모임으로는 처음으로 보인다.  

기장여성연대, 개신교 교단으로는 처음

기장여성연대는 토론을 통해 ‘교단차원에서 성폭력 예방과 대처방안을 마련’할 것과 이를 위해 성평등 교육과 ‘성폭력예방을 위한 기장인권센터(가칭)’와 같은 기구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모았다. 교단 차원에서 성폭력예방 기구 설치를 촉구하는 논의는 가톨릭에 이어 기장에서 가시권에 들었다.

기장여성연대는 여신도회전국연합회(회장 이미자 권사), 전국여교역자회(회장 김성희 목사), 전국여장로회(회장 방은혜 장로)와 한신여동문회(이날 불참)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날 모임에는 이외에도 기장청년회와 한신대 신학생 및 신대원생이 참석하여 기장의 여성 교역자와 여신도, 그리고 신학생들까지 가세한 기장 내 여성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성서에서 증언하는 여성 성폭력은 오늘도 진행형

토론에 앞서 한국염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는 주제강연을 통해 사무엘하 13장14절~21절의 성서본문을 통해 성폭력의 원인과 과정, 피해자들이 당하는 고통의 전형을 분석하고, 성서의 다말을 다말을 호출해 내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고 선포했다.

▲ 기장의 여교역자, 여신도회, 청년 및 신학생들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교회가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윤병희

한국염 목사는 “오늘 우리가 다말 이야기를 다시 상기하는 것은, 다말ㆍ디나ㆍ레위인의 첩ㆍ밧세바 등 남성들에 의해 성폭행 당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그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 현장에서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하고 “한국교회가 #미투에 #위드유로 응답하기 위해서는 교회를 성평등교회로 만들고 교회지도자의 성범죄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 목사는 "성폭력은 하나님의 형상을 모독하는 범죄임을 고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우리나라의 교회 헌법에 목회자 성폭력을 처벌규정에 넣은 교단은 하나도 없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목회자 성폭력의 경우도 교단에서는 성폭력이나 성윤리 규정에 의해 처벌되지 않고 있다.”고 분노했다. 한 목사는 “윤리규정이 있는 유일한 교단인 감리교의 경우조차도 그것은 ‘동성애’에 관한 조항일 뿐, 성폭력 범죄에 대한 규정은 없다.”는 비판에 이어 한국교회에도 교회 내 성범죄를 예방하고 치리할 수 있는 법제도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목사는 기존의 다양한 제안들을 모아 법적 장치와 제도의 방향을 ▲가해자에 엄격한 징계조항을 교단헌법에 넣고 제대로 징계할 것, ▲교단 내에 성폭력 전담기구 설치와 피해자 상담기관 운영, ▲신학교와 교단 내 성폭력특별법 제정과 성윤리위원회 설치, ▲신학생과 목회자 대상 성평등, 성윤리교육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 목사는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들어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중심 대응방안”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당신은 강도를 만났습니다. 이제 우리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 이것이 교회가 할 ‘위드유’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장여성연대 모임은 세 시간 이상의 토론 내용을 정리하여 차후에 발표하기로 결의하고 마무리지어졌다.

한신대 여학우들도 참여해 주목

특히 한신대 신학과에 재학중인 여학우 3명은 이날 수업이 있는데도 기장여성연대 모임에 참석해 참여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모임 후에 에큐메니안과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한신대 신학과에 여학생회를 만드는 중이다. 교단 차원에서 미투를 논의하는 자리에 연대하는 의미로 참석하게 되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라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또한 학내 성추행 관련한 사건들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은 “들어 보았다.”고 짧게 대답하며 말을 아꼈다.

교계도 미투운동 응답하기 시작

미투 운동에 대한 교계의 움직임으로는 ▲2월5일, 서지현 검사의 증언 보도 직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을 반대한다!"는 보도자료 발표,  ▲2월19일~20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가 “교회 내 성폭력 예방교육 지도자 세미나” 개최, ▲3월2일, 교회개혁실천연대의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교회 내 성폭력생존자 말하기 대회” 개최(비공개대회), ▲3월8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여선교회전국연합회가 감리회 내 100만 여선교회원 이름으로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성명서 발표, ▲3월9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교회(천주교)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가칭)” 신설 결의, ▲3월12일, NCCK 인권센터가 미투운동에 대한 지지 입장문 발표, ▲3월22일, NCCK 여성위원회가 성폭력피해자를 위한 기도회(“차별과 혐오 피해자를 기억하는 기도회”) 개최,  그리고 ▲(예정)3월27일, 4월3일, 4월10일,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에서 세 차례 워크숍 “하나님 가라사대 #Me Too” 개최 예정 등이 있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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