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한국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는 3월31일 밤 11시 남산공원에서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제목으로 부활예배를 개최했다. 이날 NCCK의 예배가 ‘부활절 예배’가 아니라 ‘부활예배’라고 표현된 것과 예사롭지 않은 시간ㆍ공간의 설정에 의아해 하는 인사도 있었다.

NCCK는 배포된 예배안(순서지자료)을 통해 이날 예배의 장소와 시간의 선정 이유를 밝혔다. 

NCCK는 남산공원을 장소로 선정한 이유로 이곳이 “조선신궁이 있던 곳”이며 “민주화 운동의 아픈 흔적이 새겨진 곳”, “한국교회의 첫 부활절 연합예배”가 있었던 곳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개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적 역사적 아픔과 함께 더불어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확산되는 지금 시기에 고난을 온전히 담고 있는 장소이자 이 시대에 교회가 서야할 자리를 생각하게 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부활절 주일 전날인 토요일 늦은 밤(11시)에 개최한 이유로는 “금요일 오후, 예수님께서 죽으신 시간인 오후 3시 이후부터 다음날인 토요일 저녁까지 (초대)교회는 1년 동안 사용하던 빛을 모두 소등하고 또한 공적 예배를 폐하고 예수님과 같이 무덤에 머무는 침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자정에 즈음하여 처음 예배를 부활예배로 드렸습니다.”고 설명했다.

▲ NCCK가 남산공원에서 2018 부활예배를 드리고 있다. ⓒ윤병희

자료집은 이날 예배의 예식이 “3세기 경부터 드려지기 시작한 오래된 예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장소의 의미와 초대교회의 예전을 택해 이 시간에 예배를 드린 의미를 NCCK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2018년 부활예배는 이렇게 초대교회 공동체를 통하여 완성되고 오늘도 여러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이어지고 있는 예식을 통해서 부활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준비되었습니다.”  

이날의 예배가 기초해 있는 이런 설정에 대한 사전 이해 없이는 예배 순서순서들을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의도’가 사전에 이해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가상을 설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게임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렇게 마련된 부활예배는 ‘빛의 예전’, ‘말씀의 예전’, ‘물의 예전’, ‘성찬의 예전’, ‘위탁과 파송’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각 예전은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에서 출발하여 조선신궁터에 이어 신사를 오르는 계단, 마지막으로 ‘백범 김구 선생 상’ 앞으로 자리를 옮기며 이어졌다. 
 
이날 ‘부활예배’는 이훈삼 목사(기장)의 집례로 채수일 목사(기장)의 설교, 유시경 사제(성공회)의 성찬식, 이홍정 목사(예장)의 ‘코이노니아’, 그리고 임종훈 사제(정교회)와 신복희 목사(기감)의 ‘부활절 남북 공동기도문’ 낭독, 마지막으로 김용복 박사의 축도 등으로 이루어졌다. 

야심한 시간 때문인지 NCCK 회원 교회 대표들을 중심으로 약 50여 명이 참여했으나 기장교단의 대표는 보이지 않았다. 언론사는 대거 참여해 취재에 열을 올렸다.  

이날 예전의 실연은 총 4무대 5막으로 구성된 60분 짜리 예전을 초연하는 것처럼 어색한 연출과 배역을 맡은 출연자들이 말과 의미를 일치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예배의 주제는 ‘평화가 있기를’ 선포하는 것이었으며 채수일 목사의 설교 제목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채 목사의 설교는 당시 예수의 부활에 대한 증언을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는 말로 여긴 상황을 형상화했다.

“죽은 사람이 부활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말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참으로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산 사람들이 테러로, ‘묻지마 살인’으로 죽어가고, 시리아 내전으로 죄 없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고, 로힝야 난민촌에서 인신매매가 횡횡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일제 시대 남산공원의 ‘조선신궁’에는 당시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 모든 기독교인들이 신사참배를 하기 위해 다녀갔다. 그러나 1973년 남산공원에는 6만명의 기독교인들이 모여 부활절 연합예배를 했으며 주동자는 대부분 옥고를 치렀다.

이곳에서 지금 누가 누구에게 평화가 있기를 선포한다는 것인지 맥락이 닿지 않는다. 정의없이 평화가 성립할 수 없다는 말은 둥둥 떠다닐 뿐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NCCK는 “남산, 아픔과 저항의 현장에서 만나는 부활”이라는 표어도 내걸었다. ‘이곳 남산공원이 역사적으로 조선신궁이 세워져 신사참배와 같은 가슴아픈 사건도 일어났고 유신에 용감하게 맞서 저항하는 사건도 있어났는데, 바로 이 곳에서 부활을 만난다.’고 풀이되지만 애매하기 짝이 없다.

남산 공원 인근에는 악명높은 대공분실이 있었다. 작년(2017년) NCCK 부활절 연합예배는 안산 세월호 분양소 옆에서 4.16가족들과 함께 했으며 약 2천 여 명이 참여한 바 있다.  

최근 보수 대형 교회의 예배가 대형 콘서트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쇼를 닮아 있다는 지적이 많다. 쇼를 제공하는 측의 목적은 흥행이며 참여자(관람자)에게는 좋게 보아도, 문학용어를 빌리자면, 카타르시스(정화)의 효과가 있다.

이날 부활예배는 흥행에도 성공하지 못했고 카타르시스 효과도 없었기 때문에 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추상적 용어들이 구체화되지 못한 채 용어의 남발이라고 볼 수 있다. 알맹이를 찾지 못해 둥둥 뜨며 표류하고 있다. 말 그대로 어이 없는 말의 성찬이었을 뿐이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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