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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41.6초”세월호참사 4주기 기억예배
윤병희 | 승인 2018.04.16 14:46

4월15일(일) 안산 화랑유원지 분향소 옆 야외공연장, 오후 4시16분에 네 번의 타종으로 세월호참사 4주기 기억예배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최순화 님이 회중들을 예배로 초대하는 말을 했다. 최순화 님은 4년전 당시 2학년5반 이창현 군의 어머니다.

▲ 2018년 4월16일(월) 합동분향소 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4주기 기억예배에는 2천 여 명이 참여해 예배를 드렸다. ⓒ윤병희

최순화 님의 초대사는 짧지 않았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3월이 지나면 4월이 오고 겨울이 지나 봄이 왔는데 4년 전 꽃피는 봄날에 떠났던 수학여행에서 우리 아이는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돌아오기로 했던 금요일이 209번 지났는데도 우리 아이는 돌아오고 있지 않습니다. 왜 돌아오지 못하느냐고 묻고 또 묻지만 그 누구도 대답해 주는 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앨범 사진 속 세상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우리 아이들 죽음은 죽음 그 자체로 엄청난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보호해야 할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고, 대통령은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측근의 꼭두각시에 불과했고, 정치인으로 대표되는 국회의원들은 본질이 아닌 것으로 왜곡 선동하거나 어떻게 하면 자기 정치에 유리하도록 이용할까 싶어 머리를 굴렸고, 국민의 편에서 불법을 감시하고 고발해야 할 언론은 돈과 권력에 길들여져 그들의 대변인 역할에 더 충실하고, 약자들의 기댈 언덕이 되어야할 종교 또한 그 자체로 막강한 권력이 되어서 하늘 뜻을 전하기 보다 자기 권력 지키는 일에 더 몰두해 있고,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총체적 부실 속에 소수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 죽음이 고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십니까? 네, 들리실 겁니다. 304명이 외치고 있는데 안 들릴 리가 없겠지요.

4년이 흘렀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더 뚜렷하고 선명해져 갑니다. 그 목소리에 어떻게 반응하고 계시는지요.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 공무원, 교육계, 학계, 언론인, 방송인, 종교인, 예술인 등등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시작으로 우리 모두는 답을 내놔야 될 것입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못 배웠다는 이유로 죽음으로 내몰리고 더 이상 누락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린도전서 13장에는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다”(고전13장 1절~2절)고 씌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이 저에게는 “전 세계 모든 언어에 능통하고 하늘과도 통할 수 있는 영성을 갖고 있고 자유롭게 우주여행을 다니며 화성에도 목성에도 갈 수 있다 해도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고 소모품으로 여긴다면 이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씀으로 읽혀집니다.

더 늦기 전에,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기 전에 돌이켜야 합니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잊어버리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잊어버리는 순간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우리는 목하 경험하고 있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하나님은 우리 안에 심어 놓으셨고 함께 서로 돌보며 살아가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곳 화랑유원지에 조성될 생명안전공원은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줄 것이고 여러분 가슴에 단 세월호 배지 노란 리본이 잊지 않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개발이나 발전을 선으로 여기며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절과는 이제 이별하고 이제부터는 나의 이익이 좀 줄어들고 내 삶이 좀 불편해지더라도 이웃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시대를 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아이들 외침에 대한 응답이 아니까 싶습니다. 여러분께서 먼저 앞장 서 주시고 또 그렇게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다른 삶을 꿈꾸며 행동하고 계신 여러분과 함께 4주기 기억예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창현 군의 어머니 최순화 님의 초대사에 이어 ‘여기 오소서 내 주여’를 모두 함께 부른 후, 침묵의 기도 시간으로 이어졌다. 기도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타종과 타종 사이 침묵의 시간은 1분에 가까웠다. 마치 시인 황지우가 5.18광주민주화항쟁 당시 계엄군에 의해 전남도청이 유혈 진압된 날을 상징하는 시로서 제목에만 “묵념, 5분 27초”라 써 놓고 본문이 없는 기법을 떠오르게 했다.

이어 416합창단은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와 “그 날이 오면”을 합창했다. 정경일 (새길교회)님은 합창 후 “억울한 죽음을 결코 잊지 않으시는 주님”이라고 기도를 시작하며, 잊지 않겠다는 약속에 대해 “나를 기억하라 당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 당부대로 2천년 동안 그를 기억해온 교회와 함께 기도드립니다.”라고 기도를 마무리했다.

김예슬(새벽교회) 님이 요한복음 21장 9절~13절의 성서말씀을 봉독한 후, 고기교회, 청파교회, 평화산책, 화정교회 성가대가 연합하여 “주의 사랑 안에서”를 합창했다. 성가대의 찬양 후 박인환 목사(화정교회)가 “다시 식탁으로 부르시는 예수” 제목의 말씀을 전했다.

이어진 성찬식의 순서지에는 ‘성찬’이라는 표기 옆에 ‘ReBorn’이라 쓰여 있었다. 참석자들은 세월호 이후를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촉구로 읽었다고 입을 모았다. 

예배 참여자들은 성찬에의 참여에 앞서 분병례의 마무리 기도에서 “세월호 희생자들과 남겨진 자들을 기억한다.”고 기도하며, “스텔라데이지호, 70년 전 제주, 5월 광주, 아직도 여전히 길 위에서 높은 곳에서 투쟁하는 분들, 삶의 자리가 철거당한 채 쫓겨난 이들, 국가폭력 성폭력 혐오와 차별로 고통받는 우리의 벗들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기억한다.고 고백했다. 세월호 이후 한국교회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다짐으로 읽어야 할 부분이었다.

▲ 세월호 참사 4주기 기억예배에서 416합창단이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와 “그 날이 오면”을 합창하고 있다. ⓒ윤병희

이날 기억예배에는 약 2천 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마무리 기도에는 다음 날(16일) 합동분향소 철거를 안타까워움과 아쉬움이 묻어나 있었다. “우리가 오늘 모여서 기도하는 이 곳에 416 생명안전공원이 제대로, 빨리 완성되게 해 주십시오.”

정상시 목사(안민교회)의 축도로 예배를 마치고 참여자들은 합동분향소로 발길을 옮기며 ‘잊지 않을게’를 다함께 불렀다. 

4월16일(월) 합동분향소 철거에 따라 분향소 앞 예배처로 사용되온 컨테이너도 철거될 예정이다. 분양소 철거는 1주기를 비롯하여 주기때 마다 거론되었다고 한다. 2014년 4월29일 정부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이래로 김은호 목사와 김영명 목사는 매주 목요일과 주일에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주일예배ㆍ목요기도회’를 드려왔다. 이날 안산합동분향소에서 드리는 마지막 예배는 이들 외에 고난함께,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생명선교연대, 옥바라지선교센터가 공동주관했으며 교단을 넘어 원근각처에서 참여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에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며 16일 예정인 4주기 추모영결식에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을 바라고 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4년, 별이 된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달라지게 했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을 뿐 16일 합동분향소 마지막행사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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