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날,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였다. 6월1일, 100년 전 문익환 목사가 탄생한 날에 펼쳐지는 기념예배와 문익환 통일의 집 개관식에 앞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신대학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공동주최로 심포지엄을 연 것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부이사장 정진우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은 늦봄의 신학과 사상 및 통일운동을 주제로 발표와 논찬, 그리고 참여자들의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는 인사말에서 늦봄 문익환 목사가 시대의 파탄과 역사의 파탄을 거치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원수 사랑으로 실천하신 순종의 파탄이라고 해석하고 문익환의 순정의 파탄이 다시 한 번 넘쳐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신대학교 연규홍 총장은 “문익환 목사를 스승으로 둔 것이 큰 행운”이라며 문 목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실까 자문한 후 “문 목사가 한신대와 NCCK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며 “거듭나겠습니다. 새로워지겠습니다.”고 자답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은 자신의 종단에서는 감동을 주는 큰 스님을 만나지 못했다며 오히려 귀감 삼았던 사람들은 목사님들이었다고 말했다. 지선 스님은 문익환 목사를 참사람이라고 평가하며 민주화 과정에서 문익환 목사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최루탄 지랄탄 안개 속에서 눈을 뜨고 가만히 서 있는 문 목사를 보면서 거기서 미륵을 보았다”고 말한 후 “그에게 다가가서 문 목사에게 괜찮냐고 물으니 그가 ‘난들 괜찮겠어?’라고 대답하더라”고 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의 발표자들. 사진 왼쪽부터 김창주 교수, 최형묵 목사, 이남주 교수, 정진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부이사장, 이유나 교수, 민영진 총무, 그리고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윤병희

이어진 발표는 한신대학교 구약학 김창주 교수의 “늦봄 문익환 목사의 신학적 텍스트와 콘텍스트”, 그리고 이에 대해 민영진 교수의 논찬이 따랐으며, 최형묵 박사(천안살림교회 목사, 기독교윤리학)는 “꿈을 현실로 산 신앙의 선구 문익환 목사”라는 제목으로 늦봄의 에큐메니칼 운동과 선교에 대해 발표,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이유나 박사의 논찬이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성공회대학교 중국학과 이남주 교수가 “문익환 통일사상의 주요 쟁점과 현재적 의의”를 통해 늦봄 통일운동의 의의를 정리해내고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위원장의 논찬이 뒤따랐다.

먼저 김창주는 문익환 목사의 생애를 관통하는 신학적 개념을 두 가지로 정의했는데, 하나는 일상어 신학, 또 다른 하나는 빈자를 위한 신학에서 자신이 빈자가 된 신학 여정이라고 소개했다. 늦봄 문익환 목사님의 성서번역론에 대한 신학적 평가를 시도했다.

이어 논찬자로 나선 민영진 교수는 김창주 교수가 주제를 전개시킴에 있어서 "유진 나이다의 번역 이론에 나오는 새로운 용어들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언어를 문법적으로 분석할 때 흔히들 쓰는 방법이 품사별(品詞別) 분류다. 그러나 유진 나이다는 번역의 대상이 되는 언어를 분석할 때 행위를 포함하는 것은 사건어(事件語)로, 사물을 지칭하는 것은 객체어(客體語)로, 낱말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관계어(關係語)로, 개념적 의미를 지닌 말은 추상어(抽象語)로 뭉뚱그린다. 김창주 교수가 이 네 용어를 성경 번역자만이 아니었던 늦봄의 폭넓은 삶과 신학을 분석하는 열쇠로 사용하는 것이 흥미롭다. 문익환 목사도 이 사실을 알면 좋아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형묵 박사는 “문익환의 삶의 궤적을 목사와 운동가로서 구분해서 보는 인식이 적절할까? 다시 말해 문익환의 삶에서 신학자이자 목회자로서의 면모와 운동가로서의 면모에 어떤 단절이 있다고 보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이어 최 목사는 “신앙인으로서 민족사의 과제를 충실히 감당하였던 문익환 목사의 삶의 밑바탕이 되는 내적 동기를 형성한 계기들을 살펴봄으로써 앞서 제기한 물음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최 목사는 문익환 목사의 삶과 신학을 “실천적 신앙인”으로 규정하고, “문익환 목사의 내면세계를 형성한 계기로서의 민족주의와 기독교 신앙”을 꼽았다.

이어진 논찬에서 이유나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문익환 목사의 위대성은 민주화운동뿐만이 아니라 통일의 비전을 대중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했던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였으며, 민주화가 우선이냐 통일이 우선이냐의 뜨거운 논쟁이 있었을 때 '민주와 통일은 하나'라며 늘 분열보다는 일치와 화해를 추구하였고,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운동을 에큐메니칼 관점에서 선도한 점도 있지만,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온몸을 다하는 믿음의 실천, 행동하는 양심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문익환 목사의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실천하고 투쟁했던 열정적, 헌신적인 삶을 이번에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계승하고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늦봄 문익환 목사의 통일사상의 주요 쟁점과 현재적 의의를 짚어 보았다. 이 교수는 문익환의 통일사상은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독특한 위치를 설명했다. ▲문익환의 통일사상은 사회개혁을 위한 노력의 연장선 위에서 형성되었다는 것, ▲문익환은 정부 주도의 통일논의로부터 독립된 통일사상을 발전시켰다는 것, ▲문익환 통일사상은 구체적인 성과를 남겨놓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문익환 통일사상을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재평가하고 그 현재적 의미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 교수는 이승환이 언급한 문익환의 통일사상을 인용, “① 민 주도 통일사상, ② 공존과 점진성에 기초한 한반도 통일과정론(과정으로서의 통일론), ③ 한국 민주화운동 성과의 통일운동 접목(즉 전국적 시야로의 발전), ④ 탈냉전과 ‘통일맞이’를 위한 실천적 준비” 등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발제에 이어진 논찬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통일운동의 양상을 소개했다. 즉 통일운동의 저변을 어떻게 확장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어 논찬이라기보다는 제안에 가까운 발표였다.

발표자들은 모두 각각 발표에 앞서 늦봄과의 만남과 기억에 대한 일화 한꼭지씩을 참여자들과 나눴다.

심포지엄을 마치면서 정진우 목사는 늦봄 탄생 100주년 기념 시집과 설교집 등 세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고 소개했다. 설교집 ‘꿈은 가두지 못한다’와 시집 ‘두 손바닥은 따듯하다’, 그리고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 등이다.

늦봄 탄생일인 6월1일, 수유리 한신대 신학대학원 예배실에서 기념예배를 한 후, 참여자들은 통일의 집까지 행진하고 박물관으로 단장한 ‘문익환 통일의 집’ 개관식이 열린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