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회 예배에 사회력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평화교회연구소는 6월14일 서대문 이제홀에서 평화절기예배연구모임의 첫번째 세미나를 위안부를 기억하는 주제로 열었다. 평화교회연구소는 세월호 기억주일, 518광주민중항쟁 주일 등 한국 사회와 역사의 사건들을 사회적 절기로 만들어 예배에 담아내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 사회와의 소통을 꿈꾼다

평화교회연구소 소장 전남병 목사는 “2015년 (평화교회)연구소는 한국교회가 20세기의 부흥과 성장 패러다임이 더이상 작동하기 여럽다고 여기고 ‘평화’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면서 출발했다”고 연구소의 내력을 간략히 설명했다. 또한 “기존 교회력 대신 사회력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세미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남병 목사는 “원래 소수 인원만 모여 공부하는 것으로 기획했는데 일반에 공개하는 방향으로 바꾸었다.”고 이날 세미나의 성격을 덧붙여 설명했다.

평화절기 예배 연구의 첫번째 주제로 이날 세미나는 “위안부,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이름을 달았다. 이날 세미나는 해방 전 일본 위안부를 비롯해 해방 후 기지촌 여성이라고 알려진 미군 위안부까지 이들의 삶과 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 및 제도, 그리고 신학적 성찰을 다루었다.

먼저 미군 위안부의 인권과 현실에 대해 두레방 외국인여성지원시설 김태정 소장이, 이어 일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여성성서신학적 성찰을 한신대학교 이영미 교수가 발표했다.

기지촌, 여성에 대한 폭력의 현장

김태정 소장은 해방 후 한국에 주둔해온 미군들의 기지 주변에 기지촌이 형성되고 이곳에 유입된 여성들이 폭력과 매매로, 심지어는 국가기관의 관리 대상으로 취급된 사례들, 그리고 이들이 최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이라고 판결받은 사례들을 참여자들과 나누었다. 기지촌 여성을 미군 위안부라고 명명한 것은 인권활동가가 아니라 미군과 한국정부의 공문서에 그렇게 명시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 평화연구소가 주최한 평화절기 예배연구모임에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두레방 외국인여성지원시설 김태정 소장이 미군 위안부의 인권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윤병희

김 소장은 기지촌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며 “1990년대 중반부터 기지촌은 외국인 여성들이 유입되어 한국의 미군 위안부를 대체하게 되었다. 그 실상은 한국 여성에서 외국인 여성으로 대체된 것 뿐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성착취와 임금착취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 말미에 김태정 소장은 미군 위안부들의 쉼터 ‘두레방’은 1996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문동환 목사의 부인 문혜린 여사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고 소개하면서 참석자들의 인지를 되살렸다.

구약성서, 여성에 대한 폭력의 역사를 증언하다

이어 이영미 교수는 일본 위안부 문제를 ‘전쟁 성폭력에 맞서는 나비들의 연대’라고 표현하며 여성성서신학적 관점으로 해석해 낸 성찰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전쟁 중 여성이 남성들의 성욕 해소나 집단성폭력의 희생자로 피해를 본 사례는 한국의 역사와 성서의 역사를 포함한 모든 인간 역사의 전쟁이야기 속에 있다.”고 통찰했다.

특히 일본군에 의해 운영된 성노예제인 위안부 제도, 베트남 전쟁 동안 한국군의 성폭행, 성서의 사사기 19장~21장 이야기를 들어 설명했다. 사사기 19장~21장 이야기에는 기브아에서의 한 여성의 윤간, 야베스-길르앗 처녀들과 실로 여성들의 집단 납치와 강간 후 결혼을 강요당한 사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

▲ 평화연구소가 주최한 평화절기 예배연구모임에서 두 번째 발표자인 한신대 구약학 이영미 교수가 구약성서 사사기에 나타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민중신학자 서남동 교수의 “두 이야기의 합류”라는 방법론을 통해 성찰하고 있다. ⓒ윤병희

이 교수는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와 사사기 19장~21장의 이야기를 ‘두 이야기의 합류’라는 서남동의 방법론으로 분석을 통해 “전쟁 속에서 성폭행을 당했던 여성들의 참혹한 경험을 회고하고 이를 기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쟁 성폭력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나비’들의 연대만이 가해자의 회개를 이끌어낼 수 있고 이러한 비극적 역사의 고리를 끊어낼 힘을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이 교수는 “사사기 19장~21장에 나오는 끔찍한 이야기가 왜 성서에 기록되어 있을까”라는 의문이 자신을 성서신학자로 만든 계기였으며 그 의문의 해소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와 사사기의 이야기를 다섯 가지의 공통되는 이야기의 합류로 분석하고 끝으로 “이 오래된 이야기를 기억해 내는 것은 바로 오늘의 현실을 고백하는 것”이라는 신학자 트리블의 말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쳤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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