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제103회 총회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총회의 주제와 배경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장 총회, 왜 제주인가

이재천 총무는 기자간담회에서 먼저 제주 선교 110년을 기념해서 제주에서 열게 되었다고 입을 열었다. 제주 선교의 첫 교회인 성내교회와 모슬포교회가 기장 소속이라는 것이다. 한편 제주 지역의 역사적 아픔인 제주 4.3 70주년을 언급하며 제주 4.3이 멈춰서 있다고 주장했다.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세월이 흘러가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제주 4.3은 제주만의 아픔이 아니라 민족 전체의 아픔이고 시대의 아픔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무는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제주 4.3을 넘어서는 일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한반도의 틀을 넘어서서 세계와 인류 역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땅끝까지 희망의 역사를 일으키는 모티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평화의 섬 제주에서 시작되는 치유와 화해와 희망의 역사를 함께 꿈꾸자는 것으로 정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총무는 한반도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것은 공감하고 있지만 현상황에서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던 기장 교단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며 후퇴하고 있는 교단 현실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어 이 땅에 외세에 의해 분단된 지 광야 40년의 두 배가 넘도록 여전히 남남 갈등과 남북 갈등이 반복되고 이러한 문제 해결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세계에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끄럽다고 언급했다.

▲ 한국기독교장로회 이재천 총무가 총회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회와 주제와 배경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윤병희

이 총무는 계속해 분단의 아픔이 이토록 오래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할 메세지는 평화의 복음이라며 제주를 넘어 한반도 통일이 이 땅의 통일로만 귀결되지 않고 새로운 연대를 통해 인류의 평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제103회 총회를 제주에서 개최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단지 우리만 잘 살게 되는 한반도의 통일에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자는 뜻을 담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총회 사전대회의 주제를 “Beyond Unification”(통일을 넘어)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Beyond Unification이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넘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평화와 연대의 목소리가 퍼지기를 바라며 세계민들의 고난과 희망을 공유하고 세계 교회가 공감하는 지속적인 평화운동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류 평화라는 거대한 담론을 생각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에 대해 이 총무는 “내년이 3.1운동 100주년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래서 올해 총회 주제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민족과 함께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로 정하면서 3.1운동선언 구현에 충실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 총무는 이번 총회 주제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민족과 함께,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등이라는 것이다.

기장 신앙유산 재조명하는 사업 진행한다

이어 이 총무는 기장의 신앙유산을 재조명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박봉랑, 장준하, 서남동, 문익환 등 네 분의 탄생 100주년을 신앙유산으로 기리고 재조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남동, 장준하, 문익환을 각각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삼위일체와 연결시키고 이어 박봉랑은 신학자로 유형화했다. 이 총무에 따르면, 장준하 선생은 역사적 예수라는 용어로 보자면 그 말 그대로의 예수의 삶을 살았으며, 서남동 교수는 삼위일체적으로 성부적 이미지이자 민중에 관한 예언자적 메세지를 신앙 유산으로 남겨주었다는 설명이다. 문익환 목사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상징이자 성령적인 활동의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기장과 한신 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박봉랑 교수에 대해 조직신학자이자 장준하 선생과 신학 동기로 그 뿌리역할을 다했다고 언급했다.

이 네 분들은 신앙의 일면에 치우지치 않고 균형잡힌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우리의 고백처럼 하나를 이루어가는 지혜를 네 분의 삶과 관계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네 분의 대표작을 총회가 주관해 관련된 서적들을 출간하며 행사를 개최할 것임을 언급했다.

▲기장 총회 이재천 총무는 장준하, 문익환, 서남동, 박봉랑, 이 네 분을 기장 신앙과 신학의 뿌리라고 언급하며 이들의 신앙 유산을 재조명하고 계승하는 사업을 진행할 것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다. ⓒ윤병희

이 총무는 또한 이번 제103회 총회에 한신대학교과 민중신학과 인연을 맺어오며 한국의 민중신학을 서구에 소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독일의 위르겐 몰트만 교수가 화요일 아침 프로그램인 ‘말씀과 세상’ 시간에 평화의 메세지를 전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몰트만 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영어 서적을 모두 한신대 도서관에 기증할 것이며,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도서관 내에 “몰트만 라이브러리”를 마련할 것임을 언급했다.

기장 내 현안 문제에 대한 이재천 총무의 의중

이재천 총무는 이번 총회와 사업 등을 설명한 후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응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참석한 기자들은 이 총무에게 질문한 것들은 ▲성소수자 헌의안, ▲한신대 상황과 이사회 문제, ▲ 제주 난민 문제 등이었다.

첫번째 문제에 대해 이 총무는 성소수자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기장 교단은 어느 한 입장을 표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열려 있는 교회로서 성소수자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본다고 밝혔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기에 한 입장에서 다른 것을 강요 혹은 배제할 수 없으며 더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만나서 대화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논의 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총무는 이 문제는 한국교회 뿐 아니라 세계 교회들과 인류사회 전체가 직면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총무는 교리적 판단을 우선하려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목회적 배려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관심사라고 밝혔다. 예단하지 말고 정죄하지 말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를 마련하는 것이 총회의 관점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로 한신대 문제와 이사회 문제에 관해 언급했다. 특히 현재 한신대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라 있는 한신대 총장 문제에 관해 이번 총회를 전후해 잘 풀릴 것으로 본다며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한신대 이사회에 문제에 대해서도 총회가 한신대를 좀더 발전시키기 위해 이사 인원을 확충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총회 차원에서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총무는 제주 난민에 관련해 이 문제는 NCCK와 함께 대처하고 있다며 로힝야 난민 등 세계 여러 난민 문제를 더불어 함께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총무 자신이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팩트는 사라지고 정치적 관점에서 날을 세워서 사태가 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공방전에 교회가 참여되어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보수적 교회의 행태를 비판했다. 또한 난민에 대한 국가의 대처 방식과 교회의 대처 방식이 각각 있다며 교회는 인도주의적 접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30여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총회 주제 설명과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다소 체계적이지 않게 보였다는 지적이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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