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오후, 식사 후 맞이하는 세미나 시간은 졸음이 쏟아지곤 한다. 또한 쉽지 않은 주제들로 진행되는 세미나는 여간한 열정이 아니면 참기 힘든 시간들이다. 여기에 도시에서 교회 사역에 몸담고 있는 신학대학원생들에게 농촌이라는 주제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매주 화요일 오후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맞이하는 <농촌교회와 목회> 세미나는 이런 악조건들을 극복하고 매시간 열정에 휩싸여 있다. 왜 그럴까? 기회만 된다면 도시 교회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목회 생활을 꿈꿀지도 모르는 예비 목회자들이 말이다.

지속가능한 농촌마을 위한 교회 되기

10월 30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농촌교회와 목회> 세미나의 주제도 이런저런 악조건들과 의문점들을 떠안고 시작되었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농촌교회와 마을 만들기”였다.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된 목회자는 이종덕 목사였다.

▲ <농촌교회와 목회> 세미나에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된 이종덕 목사(사진 왼쪽)와 세미나를 주최한 한신대 신학부 류장현 교수(사진 오른쪽) ⓒ최도영

이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익산노회 삼광교회 담임목사이자 기장 농목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소 마을의 목사, 동네의 목사, 즉 향목(마을 목사)에 대해 관심이 컸었고, 향목을 통해서 예수 마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목회를 하고 있다는 이 목사. 이 목사는 그동안의 목회경험으로부터 배운 내용들을 세미나 시간에 함께 나누었다.

삼광교회는 30년 된 교회이나 이종덕 목사가 9번째 담임목사이다. 그만큼 농촌교회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많은 목사들이 금방 떠나버려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종덕 목사는 그런 뒤숭숭한 분위기의 교회를 탈피하고자 건강한 교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교회설립 40주년이 되는 2020년부터는 선교적 교회를 목표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종덕 목사는 교회가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에는 현재 성공했으나 교인 수가 자연감소하면서 다음 단계로 내딛기 어렵다고도 고백했다. 교인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이 목사는 오히려 교회의 동력을 부여하기 위해 지속할 수 있는 마을 가꾸기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위 위기극복을 다른 방향으로 잡은 것이다.

그러나 마을 가꾸기 또한 작은 농촌교회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이 이 목사의 증언이었다. 이종덕 목사는 마을 가꾸기를 위해서 해결해야 될 문제점들과 적절히 이용해야 될 제도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말은 쉬울 것 같지만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난관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 목사는 첫 번째 문제점으로 출산정책에 대한 문제를 꼬집었다. 육아정책 없이는 현재의 저 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인구감소를 이겨낼 지속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였다. 또한, 농촌의 노령화 현상 앞에서 농촌교회의 현실적인 “다음 세대”는 현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장년, 노년 교우들이고 최소한 그분들이 향후 20-30년 이상 교회의 미래를 담당할 것이기에 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목회활동이 필요하다고 하였다(삼광교회는 노년세대를 위해 수요 오전예배를 별도로 회집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농촌교회의 교인감소와 노령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으로 (1) 지역 교회의 연합사업을 모색하고, (2) 단순한 행정조직으로 되어 있는 시찰회의 기능을 강화하여 시찰단위 사업을 발굴하여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3) 연합당회 운영을 전향적으로 시도하고, (4) 교회 공간 또한 “공유”의 개념으로 마을의 필요에 따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로 그간 관 주도의 마을만들기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많았는데, 이제는 정부의 농정정책이 관 주도의 마을정책 수립진행에서 마을 단위 자생적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특히 중요한 변화는 중앙 정부 중심적인 권한, 재정 등이 지방으로 옮겨가고 있는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실현이 목전에 있기때문에 교회 또한 마을 만들기 운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 목사가 지적한 세 번째 개선 사항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창조적 마을 가꾸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15년도 기준으로 마을만들기에 투여되는 인력과 재정은 6개의 부처에서 14개의 사업을 진행하며 예산규모는 연간 1조 2천억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재정들을 교회가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종덕 목사는 정부정책과 별개로 마을 목회, 예수 마을이란 마을 구성원 모두가 예수를 믿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소위 제국주의적 선교관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했다. 오히려 마을이 그리스도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운영되는 것, 교회가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이 목사가 꿈꾸는 마을 목회이자 예수 마을이었다.

실적을 내야 하는 마을 만들기, 끌려가는 거 아닌가?

이종덕 목사의 이야기가 끝나고 논찬자로 나선 노영재 학생은 국비의 지원을 받는 마을 공동체 만들기는 국가의 입맛에 맞게 협력해야 하는 한계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을 했다. 또한 노영재 학생은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하는 교회에 공무원들이 국가 지원을 받으면서 그런 활동을 하면 안 된다는 연락이 왔었던 A목사의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가지원 사업인 만큼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성과가 미미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하며 마을 만들기의 현실성에 의문을 품었다.

▲ 학점 혹은 지도 교수를 보고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쉽지 않는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는 신학대학원생들이 신기하다. ⓒ최도영

이에 이종덕 목사는 마을 가꾸기 사업이 사업방향의 제한성 혹은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부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국비지원의 마을 가꾸기가 성공적인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고 아주 적은 마을들만이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이후 많은 상황들이 개선되었고, 5년에 한 번 대통령이 바뀌긴 하겠지만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많은 부분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서 아직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어야 하지만 이미 마을 자치 중심의 정책들이 물꼬가 터졌다며 정권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매주 계획 따라 진행되는 세미나이지만 다양한 농촌의 현실들에 관심을 가지고 열의를 다하게 되는 것은 도시가 주는 매력이 다한 까닭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고 선뜻 농촌 목회라는 현장으로 뛰어들기도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농촌목회라는 말 속에 담긴 알 수 없는 매력이 신학대학원생들을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최도영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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