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츠 종교적 사회주의의 도덕적 또는 종교적 세계관

종교적 사회주의와 과학적 사회주의의 본질적 차이는 근본적으로 세계관에 근거한다. 라가츠는 마르크스주의를 일방적으로 부인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라가츠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라가츠는 마르크스가 예언자적 관점으로 역사적 발전을 올바르게 예견했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마르크스주의의 역사 이해, 물질주의, 발전의 필연적 변증법을 통한 즉 계급투쟁을 통한 사회주의의 도래와 성서적 사상, 특별히 예언자적 사상과의 친화성을 인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가츠는 마르크스주의를 결정적으로 거절한다.

왜냐하면 마르크스주의적 세계관은 유기체적 세계관이 아니라 기계론적 세계관이며, 윤리적 세계관이 아니라 물질주의적 세계관이며 그리고 마르크스주의 자체가 예언자적 이상에서 학문적 이론, 체계, 도그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라가츠는 마르크스주의적 세계관에 대항해서 도덕적 세계관을 정열적으로 강조한다.

“우리는 도덕적 의지를 상기시키고, 도덕적 이상을 세우는 필연성을 믿으며, 그것의 힘을 믿는다”.(미주 1)

마르틴 스탤리는 이 점에 있어서 라가츠의 도덕적 세계관을 “형이상학적 정신”에 대한 신앙으로, 종교적 사회주의를 “부르주아적 관념론”으로 비판한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에 근거해서 종교적 사회주의를 일방적으로 해석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것을 근본적으로 오해한다.(미주 2) 왜냐하면 그는 라가츠의 하나님 나라의 신학에서 종교적 사회주의와 관련해서 사용되는 관념론적인 것 또는 관념론을 독일 관념론-특히 헤겔의 관념론-과, 도덕성을 칸트의 철학과 일치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가츠는 이미 서술한 것처럼 헤겔의 관념론을 잘못된 관념론으로 비판하며, 관념론 또는 관념론적인 것을 잘못된 물질주의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사용한다. 라가츠는 그의 관념론을 헤겔의 관념론과 구별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적 관념론”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세상에 들어오신 살아 있는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앙과 그것에 근거한 인간의 절대적 거룩성을 위한 신학적 용어이다.

“나는 사회주의적 관념론을 완전히 결정된 어떤 것으로 이해한다. 나는 사회주의가 그 자신을 올바로 이해하기를 원하고, 그 자신으로부터 타락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영의 권리, 힘, 가치를 긍정하는 신앙에 기초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틀림없이 인간-모든 인간-의 거룩성과 인간적인 인격성의 무조건적 가치의 근본 전제에 근거한다. 이러한 전제와 토대가 없으면 모든 사회주의적 희망과 요구는 그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미주 3)

도덕성은 라가츠에게 있어서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의미한다. 도덕적 진리는 전통 또는 영적이나 세상적으로 결정된 사건이 아니라 빛이 항상 새롭고 자유롭게 태양에서 나오듯이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서 항상 새롭고 자유롭게 하나님에게서 나오는 직접성의 힘이다.(미주 4) 그러므로 도덕적 힘은 인간의 하나님에 대한 직접적 관계에서 유래한다.

도덕적 세계관은 원초적으로 세상과 모든 권세들을 지배하는 살아 있고 거룩한 세계의 하나님과 이 세상을 위한 그의 정의에 대한 신앙에 기초한다. 그는 도덕적 진리, 도덕적 의지, 도덕적 이상 그리고 도덕적 힘을 변호한다. 과학적 유토피아주의자들이 대표하는 물질주의적 세계관이 영을 부인하고 물질적, 더 좋게 표현하면, 경제적 힘들을 역사의 마지막 추진력으로 이해한다면, 도덕적 세계관은 영의 힘을 역사의 마지막 추진력으로 믿는다.

“우리는 영을 믿는다. 우리에게는 경제적 힘들이 역사의 마지막 추진력이 아니다...물질이 아니라 영이 세상의 주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이지 세상이 아니다.”(미주 5)

사회주의는 라가츠에 의하면 도덕적 또는 종교적 이상이지 학문적 이론, 체계와 교의가 아니다. 사회주의는 기구와 외적 삶의 형태로서 정치적·경제적 체제만이 아니다. 사회주의는 도덕적 이상이다.

사회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체제는 단순히 이러한 도덕적 이상의 실현 형태와 복사의 일종이다. 우리가 도덕적 이상이 없이 사회주의적 질서를 세울 수 있고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가 마르크스주의가 되어진 그 자신으로부터 타락의 길이다.

그러나 도덕적 이상은 일반적으로 성향 속에서 산다. 성향은 단순한 발전의 사건이 아니라 의지의 사건이다. 성향은 학문의 일이 아니라 개인적 감정과 양심의 일이다. 성향은 실천을 통해서 증명되어야 하고 삶을 통해서 표현되어야 한다. 종교적 사회주의는 철저히 이 성향에 뿌리를 박고 있다.

“우리의 사회주의는 성향에서 발생한다.”(미주 6)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또는 종교적 세계관에 기초한 종교적 사회주의는 결코 도덕적 설교를 통해서 새로운 사회질서를 창조하기 원했던 유토피아적 사회주의가 아니다. 왜냐하면 종교적 사회주의는 인간이 전우로서 함께 일하는 하나님의 세계 혁명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의 양극성에 속하는 급진적인 종교적-사회적 변혁을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급진적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현 사회의 완전한 변혁, 실제로 새로운 세상이다. 우리의 급진주의는 심지어 급진주의자들의 급진주의를 능가한다.”(미주 7)

종교적-사회적 운동은 이점에 있어서 영국의 기독교 사회주의자들과 독일의 복음적-사회적 운동과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도덕적 세계관의 강조는 기계론의 세계상 즉 인과론과 결정론의 세계상과 이기주의적, 물질주의적 성향이 지배하는 당시의 시대사적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라가츠는 1912년 츄리히의 총파업에서 도덕성의 혁명적 힘을 직접적으로 체험했다.

“우리는 기적을 체험했다. 모든 악마들이 노동 운동이 담지하고 있는 도덕적 사상의 힘 앞에서 소멸되었다. 그것은 참으로 위대한 기적이었다. 도덕적으로 제한된 자유의 영이 대중을 사로잡았다”.(미주 8)

도덕적 세계관 또는 사회주의적 관념론이 사회주의적 삶과 전술을 규정한다. 그것은 또한 사회주의의 진리와 오류를 평가하는 척도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거룩성과 영의 힘에 대한 신앙을 전제한다.

미주

(미주 1) Weltreich Bd. 2, S. 36-37. 라가츠의 관념론이 그의 “마르크스주의와 물질주의에 대한 불안”에 근거한다는 마르틴 요한 스탤리의 주장은(ders., Reich Gottes und Revolution, S. 98) 이 점에서 정당성을 상실한다(Weltreich Bd. 2, S. 35-36).
(미주 2) Martin Stähli, Die Grenzen des idealistisch begründeten religiösen Sozialismus..., S. 126. 마르틴 스탤리는 마르크스주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마르크스주의는 그의 종교적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의 척도이다. 또한 스탤리는 반대운동으로서 종교적 사회주의의 변호적 근본 특징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라가츠의 살아 있는 하나님을 형이상학적 정신으로 잘못 판단한다(S. 121 ff.).
(미주 3) L. Ragaz, 『Von Christus zu Marx, von Marx zu Christus』, Hamburg: Furche, 1972, S. 38. Vgl. Sozialismus und Gewalt, S. 6.
(미주 4) Bibel 5, S. 132. Vgl. Bibel 7, S. 100-101. 라가츠는 하나님의 직접성에서 유래하는 “하나님 나라의 도덕성"을 “종교적 도덕성”, “인도적 도덕성”과 “인습적 도덕”과 구별한다 (Bibel 1, S. 148 ff). 윤리란 개념은 살아 있는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 유래한다. 그러므로 윤리는 폐쇄적인 학문적 체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시민은 직접적으로 주와 아버지이신 살아 있는 하나님으로부터 산다(Bergpredigt, S. 102).
(미주 5) Weltreich Bd. 2, S. 37.
(미주 6) A.a.O., S. 53. Vgl. Von Christus zu Marx, S. 93. 110. 137. 또한 종교적 사회주의는 에밀 푸흐스에 의하면 사회의 사회주의적 새로운 형태의 관점에서 “성향의 형성과 책임성”이다 (E. Fuchs, Mein Eben, Bd. 2, Leaping 1959, S. 140). 자본주의는 성향에서 유래하는 정치적 투쟁을 통해서 극복되어진다(E. Fuchs, Kapitalismus und Mammonismus, Sonntagsblatt des arbeitenden Volks Nr. 25. 1927, S. 153-155).
(미주 7) A.a.O., S. 49.
(미주 8) NW 1912, VIII, S. 293. Vgl. Eberhard Arnold, Weltrevolution und Welterlösung, in: A. Pfeiffer(Hrsg.), Religiöse Sozialisten, Olten 1976, S. 212-216. 그리스도에게서 나오는 신앙적 윤리적 힘은 세계 혁명에서 필요하다. 혁명에서 그것의 체험은 곧 “은혜의 체험”이다 (S. 215). Georg Wünsch, Christliche Sittlichkeit und sozialistische Wirtschaft, in: Wolfgang Deresch (Hrsg.), Der Glaube der religiösen Sozialisten, Hamburg 1972, S. 152-163.

류장현 교수(한신대 신학부/조직신학) jen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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