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의 자민당이 중의원선거에서 단독과반수 확보에 성공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그런데 그 승리에 대해 고이즈미 및 그와 겨룬 정당들의 정치적 무용담을 전하는 언론은 많아도 꼭 알아야하는 진실을 전하는 언론은 드물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러한 진실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이번 선거는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국법안 통과에 실패하자 중의원을 해산함으로써 치루어졌다. 이번 선거를 고이즈미는 우정국법안 반대를 개혁반대로 몰아붙이는데 성공함으로써 대승으로 이끌 수 있었다. 그러나 비록 고이즈미가 일본대중들을 그렇게 믿게 하는데에는 성공하였지만 그것은 과연 개혁일까 ? 개혁이라면 어느정도까지 개혁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

일단 개혁적 성격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우정국은 엄청난 규모의 우체국예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정국법안은 이 예금을 움직이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국민연금을 움직여 정부가 투자에 나서겠다는 구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우정국법안이 개혁적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예금규모와 조직을 자랑하는 우정국이 자민당 부패의 온상이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정국 민영화법안에는 숨은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
우정국의 토착세력들은 바로 고이즈미 총리의 정적이었던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당권장악 당시 라이벌이던 노나카 히로무(野中廣) 전 간사장은 바로 그러한 우정국의 거물로서 우정족은 거대한 조직을 동원하여 표를 움직이는 힘이 있었으므로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고이즈미는 이런 우정국을 민영화하자고 주장하면서 자민당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다. 

기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정·관(政官) 유착을 타파하자는 이 메시지는 그의 개혁이미지로 이어지면서, 그는 국민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고 결국 총리에 등극했으며, 이번에 중의원해산후 치른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는 논리로서 작용했던 것이다.

이처럼 우정국 민영화법안은 한편으로 자민당개혁의 의미를 담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고이즈미의 정적과의 권력투쟁이라는 성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고이즈미의 대승을 단순히 개혁논리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사태의 일면만을 강조하는 셈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우정국 민영화법안 및 고이즈미의 대승의 의미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거시적인 국제정치경계의 차원이 개입되어 있다.

여러분들은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문제를 제기해 파문이 일었던 연기금문제에 대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국민연금을 투자자본화하자는 논리가 열린우리당내에서 일어 이미 그에 따라 한국투자공사가 설립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 제안은 천정배-홍재형 러닝메이트에 의해 최초로 제안된 것으로 그 내용을 보면 연기금을 다룰 한국투자공사 (KIC)을 세우고 그 운영을 골드만삭스 등 투자전문업체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김근태장관은 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했고, 항명으로 비치면서 큰 문제로 비화된 바 있다.

일본우정국 민영화법안은 형태는 다를 지언정 같은 맥락내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말하자면 일본판 국민연금 투자자본화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 방법이 어떤 형태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점은 미지수이지만 핵심은 이 돈을 움직여 투자자본화 한다는 데 있다.

이쯤되면 왜 한국과 일본의 '공공적 목돈'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 우정국 민영화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을 때 미국언론은 일제히 고이즈미편을 들며 응원에 나섰었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간단히 말해서 우정국의 민영화가 미국의 이해관계와 깊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논리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쌍둥이적자로 허덕이고 있다. 미국정부가 은행에 진 빚은 가히 천문학적이어서 매일 늘어나는 이자만 해도 근 17억달러에 달한다. 부시들어 계속 일으킨 전쟁으로 인하여 재정적자는 더욱 늘어났으며, 무역적자 역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미국정부가 취하는 정책은 수퍼 301조를 동원하여 시장개방을 요구하거나, 환율조정을 통하여 무역수지악화를 개선하거나 군사력을 동원하여 특정국가를 점령통치함으로서 미국경제에 철저히 종속시키는 것이었다. 여기에 하나 추가된 방법이 미국에 대해 대규모 무역수지흑자를 보이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미연방채권을 열심히 강매하는 것이다. 바로 이 강매전략에 동원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열린우리당 소위 주도세력이고 일본의 고이즈미파이며, 국민연금이고 우정국예금인 것이다.

우정국 민영화법안 및 고이즈미의 대승분석에는 온통 무용담과 선거전략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심지어 이를 단순히 개혁으로 값매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개혁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사기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본판 사기행각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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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경  coree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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