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 전승에 등장하는 “가버나움의 백부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적인 인물이다. 그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미주 1) 특히 그는 로마 제국의 포괄적 지배 시스템에 포함된 장교이기 때문에 성서에 대한 ‘제국 비평’(empire criticism)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미주 2) 그는 예수를 반제국적으로 해석하는 주장을 반대할 때 논거로 강력하게 제시되기 때문에(미주 3) 또한 제국 비평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최근의 새로운 성서 해석의 조류는 가버나움 백부장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Q복음서에 등장하는 가버나움 백부장

이처럼 여러 가지 논란을 낳고 있는 인물인 가버나움의 백부장을 조사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는 Q복음서(미주 4) 전승이다. 마태복음서와 누가복음서의 백부장 본문이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백부장을 다루는 본문 중 가장 근본적이고 오래된 본문은 Q복음서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버나움 백부장에 대한 해석은 Q복음서의 판본으로부터 연원해야 할 것이다.

가버나움의 백부장은 Q복음서 연구에 있어서도 요주의 대상이다.(미주 5) 일부 학자들은 백부장을 Q공동체가 이방인 선교를 감행했고,(미주 6) 그리하여 Q공동체에 이방인들이 구성원으로 존재했다는 주장의 강력한 증거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백부장은 이방인이었을까? 그리고 그와 같은 이방인이 Q공동체에 있었을까? 언뜻 보기에 명확할 것 같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상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불일치는 Q복음서의 백부장에 대한 연구를 더욱 더 자극한다고 할 수 있겠다.(미주 7)

▲ 칼리아리 파올로 베로네세(Caliari Paolo Véronèse, 이탈리아, 1528~1588), “그리스도와 가버나움의 백부장” ⓒGetty Image

Q복음서의 가버나움 백부장 이야기를 해석할 때, 해석을 결정하는 지점은 어디일까? 플레더만(H. T. Fleddermann)은 백부장 이야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구절은 Q7:9이며, 그 중에서도 “이스라엘 중에서”라는 어구와 “그러한 믿음(πίστις)”이라는 어구가 이야기를 “해석하기 위한 두 가지 열쇠(two hermeneutical Keys)” 라고 본다.(미주 8) 필자 역시 “이스라엘 중에서라도”라는 어구와 “그러한 믿음(πίστις)”이라는 어구가 이야기의 해석의 열쇠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특히 필자는 플레더만이 말한 두 가지 해석학적 열쇠 중 “그러한 믿음”이라고 할 때의 πίστις가 무엇인지 해독하는 것이 Q의 백부장 이해에서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아래의 글에서는 두 가지 해석학적 열쇠를 염두에 두되 백부장의 믿음이 무엇이었는가를 조사하면서 Q복음서의 백부장 이야기를 해석해 보고자 한다.

Q복음서에 나타난 가버나움 백부장

이 글은 마태복음서와 누가복음서의 가버나움 백부장이 아닌 Q복음서의 백부장을 고찰하고자 한다. 마태복음서와 누가복음서는 자신들의 복음서를 기록할 때 Q복음서를 자료로 사용하면서도 각기 자신만의 관점에 기반해 Q를 확대시켰다. 마태와 누가가 부가한 편집적 이미지들은 우리들의 Q 해석에 무의식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마태복음의 마8:11-12의 삽입과 누가복음에서 백부장이 자신의 종을 사랑하고 회당을 지어 주었다는 가필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눅7:2, 5). 필자는 이 글에서 가급적 마태와 누가의 가필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Q복음서 본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할 것이며 Q복음서의 지평에서 Q복음서의 백부장 이야기를 해석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래의 내용은 IQP(International Q Project)에 의해서 재구성된 본문(미주 9)과 그 사역이다.

본문에 대한 사역을 하면서 필자는 두 가지 단어를 통상적인 번역과 다르게 번역했다. 새롭게 번역한 또 다른 단어는 κύριε이다. 보통 “주여”라고 번역하지만 여기에서는 “선생님”으로 번역했다. Q복음서 내부의 κύριος의 용례를 고려할 때 이를 주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허타도(L. W. Hurtado)는 이런 관점으로 Q복음서의 κύριος를 읽는다. 그는 Q6:46(“어찌하여 너희는 나를 ‘주여, 주여’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을 행하지 않느냐?”), Q10:2(“추수할 주인에게”), Q13:35(“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등을 거론하면서 Q복음서가 예수를 단지 선생으로 보았다고 성급하게 결론짓지 말 것을 주장한다.(미주 10)

그러나 Q복음서에서 예수를 주로 고백했다고 생각되는 구절 중 다수의 경우 “주님”은 하나님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Q6:46과 Q7:6은 존경받는 권위 있는 선생으로 불린다는 것이 합당하다.(미주 11) “주”를 선생으로 이해했다는 것이 명확한 본문은 Q9:58이다. 소기천은 로빈슨(J. M. Robinson)을 따라 “Q공동체가 ‘주님’이란 칭호를 바울과 같이 기독론적 직함(titles)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예수에 대한 칭호(designation)로서 전승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미주 12)

또 하나 새롭게 번역한 단어는 πίστις이다. 대부분의 번역에서 백부장의 πίστις를 믿음으로 번역했다. 필자는 이를 백부장의 충성으로 번역하고자 한다. 필자가 πίστις를 충성으로 번역한 이유는 논의의 진행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다.

Q복음서의 백부장 이야기는 마태복음서와 누가복음서에 의해서 이용되고 확대되었다. 세 복음서의 본문을 비교하기 위해서 표를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마태복음서에 나타난 가버나움 백부장

마태복음서는 가버나움 백부장 본문에서 대체로 Q복음서를 따르면서 약간만 변형하고 있다.(미주 13) 마태는 전반적으로 백부장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 마태복음서의 백부장은 예수께서 단지(μόνον) 말씀으로도(λόγῳ) 하인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마8:8). 마태는 Q복음서에 없는 단지(μόνος)라는 단어를 삽입해서 백부장의 신앙을 더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마태는 백부장에 대한 예수의 감탄에서도 Q복음서에 없는 아멘(ἀμὴν)과 “아무에게도”(παρ᾽ οὐδενὶ) 넣어서 백부장의 믿음에 대한 칭찬을 강화시킨다(마8:10). 마태의 작업을 통해서 백부장의 믿음은 더욱 더 극적으로 그려지게 된다.(미주 14)

뿐만 아니라 Q에서는 단지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서 내가 이렇게 큰 πίστις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짧은 칭찬으로 그치는 것에 반해 마태는 Q13:29-28을 가져와 마8:11-12(또 너희에게 이르노니 동 서로부터 많은 사람이 이르러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함께 천국에 앉으려니와 그 나라의 본 자손들은 바깥 어두운데 쫓겨나 거기서 울며 이를 갈게 되리라)에 위치시킴으로서 백부장의 믿음을 예수를 거부하는 이스라엘과 예수에 대한 믿음을 가진 이방인 사이의 극명한 대립적 운명을 예고하는 사례로 설정한다.

누가복음서에 나타난 가버나움 백부장

누가복음서의 백부장 이야기는 누가가 Q의 본문을 상당히 확대하고 개작했음을 보여준다. 백부장은 누가복음에서 “하나님 경외자”로 그려진다.(미주 15) 누가복음은 백부장의 하인(παῖς)을 처음에는 백부장이 사랑하는(ἔντιμος) 노예(δοῦλος)라고 표현한다. 물론 누가는 그 노예가 백부장의 사랑의 대상임을 밝힌다(눅7:2). 이러한 첨언은 노예를 위해서 피식민지인에게 간청하는 백부장의 이례적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눅7:2에서는 노예(δοῦλος)라고 했지만, 눅7:7에는 이 노예가 하인/소년(παῖς)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누가복음서에서 예수는 백부장을 직접 만나지 않고 “지역사회의 유지”이자 “지역사회의 여론을 결정하고 대표하는 집단”(미주 16)인 유대인의 장로들과 벗들이라는 매개자들을 통해서 대화한다. 그 장로들은 백부장을 다음과 같이 변호한다. “이에 그들이 예수께 나아와 간절히 구하여 이르되 이 일을 하시는 것이 이 사람에게는 합당하니이다. 그가 우리 민족을 사랑하고 또한 우리를 위하여 회당을 지었나이다 하니”(눅7:4-5). 이를 통해서 독자들은 예수가 백부장의 청을 들어줄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로마 제국의 군인이지만, 유대인들을 사랑하고 회당을 짓는 일에 도움을 준 이방인이기 때문이다.(미주 17) 로마 백부장이 회당을 지어주는 일은 몹시 드문 일이었다. 예수는 장로들과 동행하면서 그 집 가까이에 간다. 그런데 백부장이 다시 그의 벗들을 보낸다. 누가는 Q에 있었던 “주여”에 “수고하지 마옵소서”(눅7:6)과 “내가 주께 나아가기도 감당하지 못할 줄을 알았나이다”(눅7:7)를 삽입한다.

김재현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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