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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함께, 세종호텔 노동자들과 함께 ‘고함’ 예배드려세종호텔 노동자들, 연대와 자존심으로 버틴 8년
윤병희 | 승인 2018.11.29 01:25
▲ 고난함께서 사회의 불의와 아픔을 하나님께 고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뜻에서 만든 ‘고함’ 예배를 사측의 노조파괴에 부당해고 맞서 8년째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세종호텔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윤병희

11월26일(월) 저녁7시, 서울 명동 한복판 세종호텔 앞에서 예배공동체 ‘고함’ 회원들이 8년간 투쟁 중인 세종호텔 노동자들을 찾아 함께 예배했다. ‘고함’의 71번째 예배와 세종호텔 민주 노동조합(세종노조)의 8년째 투쟁 현장이 지하철4호선 10번 출구 명동호텔 앞에서 교차하고 있다.

비리 주역의 귀환

세종노조는 8년 전인 2009년에 사학비리 주범 주명건 씨가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당시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노조원들을 부당해고 했으며 친사측 복수노조 설립을 도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임금삭감 및 정규직 퇴출ㆍ비정규직 확대 등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원래 정규직이 3백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정규직이 백 명도 안 된다. 주명건 회장이 회계비리로 밀려난 후 이명박 정권 때 복권되면서 복수노조를 띄웠고 기존의 세종호텔 민주노조를 탄압했다. 그때 조합원들이 많이 탈퇴했다. 당시 위원장이 전환배치를 당하고 이를 거부하자 해고를 당했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서 일방적으로 조합원들의 임금이 삭감되었다.” 

세종노조 박춘자 위원장은 예배 전에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하며 힘겨운 기색을 보였다. “이전 위원장 해고의 부당함을 법정에 소송했는데 대법원까지 갔는데 졌다.”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도 또한 부당노동행위로 소송을 벌였으나 1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항소를 한 상태라고 전했다. “8년 전부터 매주 목요일 집회를 하고 있고 주중에는 호텔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박춘자 위원장은 ‘8년째’라는 말을 감정의 무게를 싣지 않고 말하고 있다.

예배에 참석한 한 노조원은 자신이 징계해고 당한 노조원이라고 밝히며 “현재 조합원은 15명이고 어용노조(연합노조)쪽은 백여명 된다”고 덧붙였다.

소금과 자존심

이날 현장예배는 노조원 및 ‘고난함께’ 회원들 30여 명이 참여했다. 초겨울 살추위가 밀려오는 저녁 시간, 이들은 다수의 노래와 합창으로 애써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예배공동체 고함의 장혁 예배위원은 이날 현장예배 제목을 해설하며 사측을 꼬집기도 했지만 좌중을 밝게 하기도 했다.

“예배 제목을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라고 정했는데 세종호텔의 작태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당시의 안타까운 마음과 너무 멀다. 세종호텔이 세종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심태민 학생의 기도와 고난함께 인권사업위원장 이진경 목사의 ‘하늘 뜻 펴기’가 이어졌다. 이진경 목사는 “이 자리의 의미는 소금과 자존심”이라고 설명했다. “소금의 역할은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붙드는 것과 상처를 쓰라리게 하는 것”이라며 소금으로 사는 것의 의미를 비유로 설명하고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겠다는 바닥의 한계에서 내리는 결심이 자존심이라며 “썩지 않게 하는 것과 더 낮아지지 않게 하는 결심”으로 소금과 자존심을 제시했다.

왜 아직도 여기에 있을까

▲ 세종호텔 노조 박춘자 위원장은 자신들을 버티고 있는 두 가지로 자존심과 연대를 이야기하며 울먹였다. .ⓒ윤병희

이어 세종노조 박춘자 위원장은 자신들의 현장을 증언하며 북바치는 듯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제가 요즘에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나는 왜 여기 있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지금 아침 네 시 반에 일어나서 아직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는 저기 앉아계신 사무장님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우리는 왜 여기 있을까요 하는 질문... 8년 동안 투쟁을 왜 이렇게 하는지... 누구는 해고를 당하고 누구는 임금이 반토막 나고 누구는 전혀 다른 부서로 쫒겨가서 있는데 우리는 왜 여기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 이유 하나는 조금 전에 설교하신 목사님이 자존심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너무 포기하기가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회사에서 너무 악랄하게 탄압하고 괴롭히고... 그 목적이 우리 모두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가는 피해를 생각하면 쉽게 포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하나하나 시작하다 보니 8년이 되었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연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너희들의 싸움이 결코 외롭지 않고... 같이 하면 이길 수 있다는 희망... 희망을 주는 연대 단위들의 힘 때문에 8년을 싸워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집회에서 잘 안 우는데... 오늘은... 어쨌든 그런 것들이 오늘 우리를 오늘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참 자본이란 게 잔인해요. 협력하고 같이 하는 것 보다는 서로 경쟁하고 누군가를 찍어 내리고 밟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 조합원들... 같이 싸우는 사람들은, 우리는 함께 하면 이길 수 있고 지켜낼 수 있다... 저희가 (이전에) 노조가 같이 할 때는 지켜냈고 이겼습니다.
그런데 사측의 어떤 탄압에 깨지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고 상처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종노조는 포기하지 않고 오늘 여기까지 싸우고 있습니다. 오늘 예배하면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요.
오늘 조합원들 많이 나오지 못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런 것들을 같이 하고 우리가 같이 많은 연대 단위들이 우리 집회에 오지 못해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예배드리고 힘을 내겠습니다.”

함께 먹고 마신 그리스도 몸, 거짓과 악과 싸울 수 있는 힘

이어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15년간 지낸 손은정 목사의 성찬 나눔이 이어졌다.

▲ 고난함께 ‘고함’ 예배에서 손은정 목사는 성찬식을 시작하며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며 거짓과 악과 맞서 싸울 힘을 나눈다고 선포했다. ⓒ윤병희

“이 전병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면 우리 마음에 힘이 생기고 우리가 세상의 거짓ㆍ악과 싸울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우리의 상처 입은, 8년 동안 싸우면서 겪은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날 고난함께의 예배에 참석한 진광수 목사는 고난함께가 세종노조와 연대하며 예배하는 이유로 “여기 세종노조의 투쟁이 외지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고난함께가 예배를 통해 참여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고난함께는 몇 년 전부터 세종노조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

“1년 만에 다시 왔다. 앞으로는 더 자주 오려고 한다. 우리가 여기에 자주 찾아오고자 하는 것은 다른 현장보다 주목도 받지 못하고 비켜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현장을 좀 더 알리고 싶은 심정이다. 노동자 중에 여성분이 많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세종공투본(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은 보도자료를 통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을 촉구하며 임종헌과 세종호텔 탄압과의 관련성을 알린 바 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임종헌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핵심 역할을 수행했으며 세종호텔 주명건 회장의 사돈이라는 것이다. 주명건 회장은 2005년에 세종대 재단 회계비리로 밀려난 사학비리 주범이었으나 2009년에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한 바 있다. 세종노조 김상진 위원장의 해고, 그리고 해고의 부당함을 법정에 호소했으나 대법원까지 줄줄이 패소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세종공투본의 입장이다.

고난함께에서 진행하고 있는 예배 모임 ‘고함’은 사회의 불의와 아픔을 하나님께 고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고함은 2013년 4월15일 저녁 7시 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이제홀에서 첫 예배 모임을 가졌다. 그 예배를 시작으로 이날 71번째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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