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와 백부장이 예수를 시험하는 유혹적 인물로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우선, 시험 이야기에서 마귀는 세례 시에 예수가 부여받은 정체성(Q3:21-22), 즉 하나님 아들됨의 정체성을 왜곡하려고 시도했다. 마귀는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라면,”이라고 말문을 열면서 예수로 하여금 왜곡된 기적을 행하도록 종용한다.

백부장의 기적 요구

마귀처럼 당시의 유대적 맥락에서 부정적인 인물인 백부장도 치유 기적을 행하도록 예수를 종용한다. Q7:22을 보면 Q복음서에서 예수의 기적은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예수의 메시아됨을 증명하는 기적이다. 그런데 백부장은 그러한 예수의 메시아적 정체성을 증명하는 기적 사역을 로마 제국의 군사적 지배 시스템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백부장은 예수에게 “선생님, 나는 당신이 나의 지붕 아래 오시기에 적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말씀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나의 하인이 낫게 됩니다. 나는 권세 밑에 있는 사람이요 내 밑에 군사들이 있는데, 내가 이 사람에게 ‘가라’고 하면 그는 가고, 다른 사람에게 ‘오라’고 하면 그는 오고, 나의 노예에게 ‘이것을 하라’고 하면 그는 합니다”(Q7:6-8). 일견 경건해 보이는 이 대답에는 문제점이 있다. 백부장은 자신이 권세 밑에 있다고 했는데, 이 권세는 직접적으로는 헤롯 안티파스를 염두에 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로마 황제까지 거슬러 가는 권위의 사슬을 염두에 둔 것일 것이다.

ⓒGetty Image

백부장의 고백은 그가 로마-헤롯 안티파스의 군사적 지배 시스템을 긍정하고 그 시스템과의 유비에서 예수의 역할을 이해하고 있음이 나타낸다. 과연 이러한 유비 가운데서 예수를 이해하는 것이 옳을까? 마태복음서에서 백부장의 진술을 연구한 제닝스와 리유(T. W. Jennings, Jr.과 T.-S. B. Liew)는 이런 점에서 백부장은 마태복음서의 예수 정체성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1)

제닝스와 리유의 해석은 본문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Q복음서의 백부장의 진술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백부장의 하나님 나라 왜곡?

또한 백부장은 마귀와 비슷하게 하나님의 나라를 왜곡시키는 인물로 여겨질 수 있다.  시험 이야기에서 마귀는 세 번째 시험을 할 때 예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샬은 “나라와 그 영광”이 로마 제국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2)

타이센(G. Theissen)은 본문에 등장하는 사탄이 실제로는 로마의 황제, 구체적으로는 가이우스 칼리굴라 황제를 암시한다고 주장한다.(3) Q4:7이 경배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더 설득력을 가진다. 마귀의 마지막 시험은 예수가 추구하는 하나님 나라를 왜곡시키려는 시도이다. 로마 제국과 황제의 관점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생각하도록 유혹한다.

예수는 이러한 마귀의 시도를 신명기 말씀에 의지하여 단호하게 거부한다. 마귀의 시험이 예수의 하나님 아들로서의 정체성을 왜곡시키려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왜곡시키려는 것으로 마무리 되듯, 백부장의 진술은 일견 경건해 보이지만 로마 제국과 로마 황제로부터 비롯되는 군사적 권위체계의 맥락에서 예수의 기적과 하나님의 나라를 왜곡시키려는 시도로 생각될 수 있다.

Q복음서의 백부장 평가

Q복음서의 가버나움 백부장은 예수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일에 실패하고 있으며, 로마의 군사적 이념에서 예수의 활동을 해석하는 오해를 저지르고 있다. 사실상 사탄의 나라의 체계의 유비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이해하려하기 때문에 예수와 하나님의 나라를 오해하도록 이끄는 인물일 수 있는 것이다.

김재현  verticalkjh@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