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거기를 떠나서 고향에 가시니, 제자들도 따라갔다. 안식일이 되어서, 예수께서 회당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많은 사람이 듣고, 놀라서 말하였다. “이 사람이 어디에서 이런 모든 것을 얻었을까? 이 사람에게 있는 지혜는 어떤 것일까? 그가 어떻게 그 손으로 이런 기적들을 일으킬까? 이 사람은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닌가? 그는 야고보와 요셉과 유다와 시몬의 형이 아닌가? 또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와 같이 여기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그들은 예수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막6:1-3) Jesus went out from there and came into His hometown; and His disciples followed Him. When the Sabbath came, He began to teach in the synagogue; and the many listeners were astonished, saying, “Where did this man get these things, and what is this wisdom given to Him, and such miracles as these performed by His hands? Is not this the carpenter, the son of Mary, and brother of James and Joses and Judas and Simon? Are not His sisters here with us?” And they took offense at Him.(Mark 6:1-3; NASB)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일컬어 크리스천이라고 합니다. 헌데 초기 기독교 세계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는 눈은 하나로 통일되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삼위일체 기독론과 양자(養子)기독론을 들 수 있는데요.

삼위일체 기독론의 역사

삼위일체 기독론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동일한 분으로 믿고 숭배하는 신앙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과 동일한 분으로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신앙교리가 형성된 것은, 기독교 역사에서는 4세기에 이르러서였습니다. 그 이전의 기독교 역사에서는 성자聖子 하나님 신앙은 확고하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로마제국을 하나로 통일한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325년 니케아에 있는 황제 별장에 세계교회 대표자인 감독들과 장로들 318명을 초대했어요. 그리고 이 회의를 거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통일된 신앙고백 문서를 작성하도록 명령했습니다. 통일된 그리스도 신앙을 만들어, 통일 로마제국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지배이데올로기로 사용하기 위한 의도에서였지요. 이 회의의 주제는 그리스도론(Christology)이었어요. 우리가 신앙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어떤 분으로 보아야 하는가를 결정짓는 문제였지요.

이 회의에서 이집트 교회를 대표했던 장로 아리우스는 예수 그리스도를 시대의 예언자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어요. 예수는 하나님을 닮은 분이고, 인간 중에서 하나님과 가장 가까이 계신 분이다. 허나, 하나님과 똑같은 분이거나 하나님 자신은 아니다. 이렇게 주장했어요. 예수그리스도를 하나님과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요, 예수의 신성神性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었지요.

알렉산드리아 주교 알렉산더는 이와 다른 입장을 주장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과 동일한 분으로써 신성을 지닌 하나님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는 회의 도중 죽었어요. 그래서 그의 제자 아타나시우스가 그의 입장을 대변하여 예수는 하나님과 동일본질을 지닌 분이라는 입장을 밀고 나갔습니다. 성부(聖父) 하나님과 성자(聖子) 하나님은 같은 분이라는 것이었어요. 예수 그리스도를 성자(聖子) 하나님으로 보는 예수 신성(神性) 신앙이 공식적으로 제기되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콘스탄티누스는 예수 신(神性) 신앙에 보다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로마황제의 통치를 인간이 아니라 신적인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로 보장받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여튼 이 회의에서 예수 신성(神性) 신앙을 주장한 아타나시우스가 승리를 거두었고, 아리우스파는 추방되었어요. 그 결과로 이른바 예수 신성(神性) 신앙이 근본 뼈대를 이루고 있는  ‘니케아 신조’(Symbolum Nicaenum)가 만들어졌는데요, 이 신조는 오늘날 가톨릭과 개신교가 주일 예배 때마다 공동으로 고백하는 사도신조(Symbolum Apostolicum)의 전신(前身)으로 보면 될 것입니다.

그 후 콘스탄티노플회의(381), 에베소회의(431)를 거쳐 칼케톤회의(451)에서 삼위일체 교리(Trinity doctrine)는 최종적으로 확정되었어요. 성자와 성령도 성부와 동일하게 하나님의 본성을 지닌 분이라는 교리입니다. 삼위일체 기독론이 완성되기까지 무려 150여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지요.

▲ 15세기 경에 그려진 “삼위일체” ⓒwikipedia

그 후로 삼위일체 교리신앙은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를 포함해서 서방기독교 1500년 역사에서 이단과 정통을 구분 짓는 중요한 잣대로 이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바울과 양자기독론

예수를 보는 또 하나의 다른 시각으로 양자기독론(Adoptionism)이 있는데요. 이 기독론에서 보면, 예수는 태초부터 하나님이거나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지요. 어떤 특정한 역사적인 계기를 통해서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로 입양(入養)되고 확정되었다는 주장입니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입양된 하나님의 아들 예수그리스도를 소개하고 있어요. “이 아들은, 육신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셨으며, 성령으로는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부활하심으로 나타내신 권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확정되신 분이십니다. 그는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롬1:3-4)

예수는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그가 하나님의 아들로 입양되고 확정된 것은 어디까지나 죽은 사람들 가운에서 다시 살아나신 부활 이후의 사건이라는 것이지요.

복음서들은 예수께서 요단강에서 세례 받는 장면을 동일하게 보도하고 있어요. 30세쯤 되어서 출가한 예수는 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지요(마3:13-27/눅3:21-22Q; 막1:9-11). 예수께서 물에서 올라올 때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첫째로 하늘이 열렸다고 하고 있어요. 예수의 수세(受洗)는 일종의 개천(開天)사건이라는 말이지요. 둘째로 비둘기 모양을 한 성령이 내렸다고 하고 있어요. 성령 내림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일종의 ‘신 내림’ 사건이라는 말입니다. 셋째로는 하늘로부터 천어(天語)를 들은 사건이었지요.

예수께서 들은 천어(天語)는 무엇인가요?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너는 내 기쁨이다”라는 말씀이었어요. 자기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이해이며, 새로운 자기 각성이지요. 자기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곧 메시아적 공공(公共)의식입니다.

예수의 메시아 의식은 붓다의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의 깨달음에 비견할만해요. 주체적인 자존감(自尊感)이지요. 예수의 메시아 의식은 그로 하여금 공공인(公共人)으로 살게 했어요. 그는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로 말하고 행동하고 살았습니다. 복음서가 증언하고 있는 3년에 걸친 예수의 공공생애(公共生涯)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로서의 그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생애 이전의 예수

그렇다면 공생애(公共生涯) 이전의 예수는 어떤 분이었을까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보통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요한복음은 서두에서 태초에 말씀(Logos)이신 그리스도께서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그것은 제가 보기에는 어디까지나 요한교회 신도들의 ‘신앙고백의 진실’로 받아들여야지요.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최초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복음서에 해당하는 큐(Q)복음과 마가복음에는, 예수의 유년기나 소년기의 이야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요. 최초의 복음서들은 예수께서 세례자 요한과 인연 맺는 이야기로 복음서를 시작하지요. 아기 예수의 출생이이야기나 예수의 유년시절 이야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지요.

허나,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는 예수의 어렸을 때 이야기가 딱 한 번씩 나옵니다. 예수께서 태어나자마자 이집트로 피신했다는 이야기가 마태복음에 나오고요(마2:13-15), 12살 쯤 되어 예루살렘 성전에 갔었다는 이야기가 누가복음에 나오지요(눅2:41-49). 

이러한 유년시절 예수에 대한 보도 배경에는,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 예수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지요.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젖을 빨지 않으면 단 며칠도 살 수 없는 유아기 시절도 있었을 것이고요. 부모의 돌봄을 받고 자랐던 유년시절과 소년시절도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는 나사렛 산촌에서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평범한 시골 청년으로 자랐을 것입니다.

예수가 그리스도이신가

본문은 공공생애(公共生涯) 이전의 지극히 평범한 인간 예수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갈릴리 전역을 돌아다니며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파하실 때 일이었어요. 안식일이 되자, 예수는 가족도 만날 겸 고향마을인 나사렛에 잠깐 들렀던 것 같아요. 예수께서 마을 회당에서 말씀을 전하기 시작했는데요. 동네사람들이 그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가 전한 지혜말씀이 다른 랍비들과 달리 비범하고 권능이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의 말씀을 듣고 동네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어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저자는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닌가? 그의 형제들과 누이들이 지금도 이 동네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 아니한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에서 우리와 함께 농사짓고 목수일 하던 예수가 아닌가? 그런데, 도대체 그에게 어떤 일이 일었기에 저런 뭇사람을 감동시키는 메시아의 지혜 설교와 능력이 생겼을까?

예수가 살던 시대의 유대인 대부분은 메시아 신앙을 가지고 있었어요. 메시아가 와서 로마의 압제 하에서 고통을 당하는 이스라엘백성을 해방시켜 줄 것이라는 희망이 메시아 신앙과 결부되어 있었습니다. 

허나, 예수의 가족들도, 동네사람들도, 심지어 예수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조차도 예수가 바로 구약성서가 예언하고 있던 바로 그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이샤리아 빌립보 지방에 이르렀을 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묻지요.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베드로가 고백합니다. “당신은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 아들입니다.”(마16:16) 베드로가 이러한 고백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예수를 오랫동안 따라다녔던 제자들은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몰랐다는 말이지요.

메시아의 씨알

성탄절에 태어난 아기 예수 안에는 분명 하나님의 아들로 활동하게 될 메시아의 씨알이 배태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 안에 배태되어 있던 메시아의 씨알이, 아기예수가 자라면서 싹이 트고 자라났을 것입니다. 누가복음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어요. “아기는 자라나면서 튼튼해지고, 지혜로 가득 차게 되었고, 또 하나님의 은혜가 그와 함께 하였다.”(눅2:40)

그러면 언제 예수 안에서 메시아 됨이 온전하게 드러났을까요? 요르단강에서 요한에게 물로 세례를 받을 때였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이 내 안에 있음을 자각하게 되고, 천어(天語)를 듣고  “아하, 내가 하나님의 아들이구나”라는 사실을 지각知覺했을 때일 것입니다. 

내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후, 예수는 실제로 메시아의 삶을 살았어요. 그는 가정을 떠났고, 고향을 떠났습니다. 머리 둘 곳 하나 없이 소유에 매이지 않고 생활했습니다. 떠돌이 예언자의 삶으로 일관했어요. 의식(생각)의 변화가 예수로 하여금 메시아적 삶을 살도록 했던 것입니다. 예수의 경우에는 의식(Bewuβtsein)에 의해서 존재(Sein)가 변화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 의식을 가졌던 예수는 자기 한 몸이나 가족에게 한정시켜 자기를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갈릴리 농촌에서 사람다운 삶을 빼앗긴 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씨알민중에게서 또 다른 자기 모습을 보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씨알민중과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동반자로써 살았던 것입니다. 자기의 확장이지요.

예수께서 주신 최상의 계명이 무엇인가요? 경천애인(敬天愛人)입니다(막12:30-31). 하나님 공경과 이웃사랑인데요. 

요한복음은 메시아 사건을 예수 한 분에게만 일어나는 사건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예수와 소통하고 따르는 사람에게는 누구를 막론하고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가 될 수 있는 각별한 권능이 주어졌다고 말하고 있어요(요1:12).

네 안에 메시아의 씨알을 가꾸라

마태복음이 전해주고 있는 예수말씀에는, “하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해야 한다”고 합니다(마5:48). 무슨 말인가요? 우리는 하늘 아버지와 그리스도의 완전하심을 닮은 삶을 살 수 있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내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탄생하도록 하라는 말과 통하지요.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살게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지나간 과거사건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매일매일(every day) 우리 가운데 새롭게 태어나야 할 오늘의 사건입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지금-여기’(hic et nunc)에서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예수 그리스도를 제대로 믿기도 어려운 일인데요, 그리스도처럼 완전하게 산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처럼 보입니다. 허나, 신앙이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impossible possibility)이지요.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만드실 때 당신을 본 따서 창조했다고 되어 있어요(창1:27). 우리 모두는‘하나님의 본’(imago dei)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닮은 구석이 내 안에 있지요.  기독교 복음은 이러한 인간에 대한 대 긍정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은 가능성입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믿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권능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 요한교회 신도들의 믿음이었어요(요1:12). 하나님의 아들이 무엇입니까? 그리스도입니다. 메시아입니다. 메시아 예수와 소통하는 사람들에게는 메시아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씨알이 주어져 있다는 얘기이죠.

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메시아의 씨알에 물을 주고 싹을 틔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싹을 정성들여 잘 가꾸어야 합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하지요. 내 안에 들어있눈 메시아의 잠재성을 현실화시켜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내 안에 있는 그리스도 씨알의 싹을 틔우는 일일 것입니다. 아기예수의 탄생은 그러한 희망과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사건이었어요.

희망을 보는 눈

금년에는 12월 22일이 절기상 동지(冬至)입니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지요.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첫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로마는 동짓날(로마시대의 달력으로는 12월25일)을 태양신의 생일로 잡아 축제 판을 벌였어요. 354년 로마의 황제 리베리우스(Liberius)는 이 날을 택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탄신을 축하하는 교회 절기의 하나로 삼았어요.

역사의 예수께서 실제로 몇 년, 몇 월, 며칠에 태어나셨는지는 모릅니다. 12월 25일은 예수님이 역사적으로 태어난 날이라기보다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입니다. 영어로 크리스마스(Christmas)이지요. 마스(mas)에 해당하는 라틴어는 미사(missa)입니다. ‘기념하는 날’이라는 뜻하지요. 그리스도의 탄신을 기념하는 날이 크리스마스인 것입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은 어둠의 시기가 끝나고, 태양이 밝아오는 희망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로마교회는 이 날을 성탄절로 지켰고요, 크리스마스는 기독교 절기 중 하나로 자리 잡아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변화야말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우주를 지탱하는 근본원리이지요.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가 아닙니다. 단지 내가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힘든 일, 지나갑니다. 궂은일, 지나갑니다. 견디기 어려운 일, 지나갑니다. 박정희 시대도, 이명박 시대도 지나갔습니다. 현 정권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지나갑니다. 우리가 암울한 정치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얼음 조각을 보면서 그 너머에 있는 물을 동시에 보는 것, 추운 겨울 속에 있으면서 동시에 봄의 따스함을 보는 것, 어둠 속에 있으면서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 이렇게 사물 전체를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리켜 통찰력이라고 해요, 가톨릭에서는 관상(觀想)이라고도 하고요, 불교 언어로는 조견(照見)이라고 합니다. 

아기 예수의 태어남은 어둠 속에 잠긴 인류 역사에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로마제국의 식민지 하에서 절망과 좌절 속에 살아가던 갈릴리 씨알민중에게 한 줄기 희망의 등불이었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면서 초기 그리스도교 신도들은 어둠 속에서 빛을 보았고, 좌절 속에서 희망을 보았던 것이지요.

우리 속에 그리스도가 새롭게 태어나길

비록 사회의 외형적인 모습은 달라졌지만, 본질에 있어서는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세계 10위권의 경제선진국이 되었음을 자랑하지만, 그것은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자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체감하고 있는 정치경제적 부패와 비리 온도는 거의 절망적인 수준입니다. OECD 국가 중 청소년과 노인 계층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어요.

이런 암울한 사회현실에서 크리스천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우리 속에 그리스도가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일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의식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내 마음에서 패배주의를 걷어내야 합니다. 나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는 것, 내 속에는 사람고하 정의를 비롯한 메시아의 씨알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 절대 긍정의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의 몸이 되고 마음이 되어 세상을 관(觀)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눈이 되어 세상의 불의를 바르게 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귀가 되어 씨알민중의 울부짖는 소리를 바르게 경청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 씨알민중에게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꿈을 이루어 정의와 평등이 지배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해야 합니다. 반칙과 특권이 없고 모두가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해야 합니다. 그것이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태어나게 하는 일일 것입니다.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내 안에 탄생한 그리스도를 통해서 어둠과 고난 속에 있는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씨알민중에게 희망의 빛을 주는 여러분이 되길 기원합니다.

김명수(경성대 명예교수, 예함의집)  kmsi12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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