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여러 형태의 안식일 규정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안식일은 말 그대로 평안하게 쉬는 날입니다. 하지만 본래 의미는 휴식일(~쉬는 날)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면 휴식이 누구에게 필요한지 이 날이 누구를 위한 규정인지 곧 알 수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입니다.

십계명에는 좀더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엿새동안 열심히 일하고 일곱째 날은 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명령은 ‘너’에게 향하지만, 그 적용 범위는 ‘너’만이 아니라 ‘너’에게 속해 일하는 사람들과 가축들 일체를 포함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뒤에서 네가 쉬어야 일하는 사람들과 가축들이 숨을 돌릴 수 있다고 설명됩니다(출 23,12).

이렇게 쉬는 날을 지키는 것이 그 날을 거룩하게 합니다. 사람이 무엇을 해서 그 날을 거룩하게 할 수 없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던 일을 멈추고 쉬며 자기에게 속해 일하는 생명들에게 쉴 틈을 주어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게 하는 것, 오직 그것뿐입니다.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죽음을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 마르크 샤갈, <출애굽> ⓒGetty Image

그런데 일하는 자에게 숨돌릴 틈을 주려면 일의 힘듦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나님도 창조활동 끝에 숨돌릴 틈이 필요하셨다면, 사람과 가축은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이 명령의 배후에 하나님의 그같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문에 하나님은 일하는 사람들을 배려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휴식일 명령의 실제 내용은 일하는 자에게 쉼을 제공하라는 것을 넘어서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렇게 하라는 것이 됩니다. 배려가 없기에 일하는 자에게서 쉼을 박탈할 수도 있고 그의 고통과 죽음을 볼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 이해된 안식일법은 일하는 자의 존엄성을 보전할 뿐 아니라 그 명령을 받은 자의 인간됨을 유지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이렇게 그 날을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거룩에 참여하는 길입니다.

만만치 않은 우리의 일들이지만 하나님의 배려로 얻은 새힘에 밝고 활기차게 되는 오늘이기를, 이날이기를. 하나님의 거룩이 우리의 공감, 배려, 연대로 드러나고 기쁨과 평강이 더해지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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