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마귀에게 시험을 받습니다. 그때 마귀는 이처럼 놀라운 말을 합니다. 권력의 문제입니다. '마귀'는 당시 로마제국을 포함한 세상 모든 나라들의 지배권력이 그에게 넘겨졌고 그의 관할 아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그러면 그것을 그에게 넘겨준 이는?

이것을 입밖으로 내는 것은 껄끄럽고 당혹스러운 일일지 모릅니다. 그는 하나님 이외의 다른 자일 수 없어서입니다. 어떻게 하나님이 마귀에게 세상의 권력을 줄 수 있느냐는 탄식이 절로 나올 법합니다. 그렇지만 단순하게 바꿔서 이해한다면, 거기에는 권력의 실제를 꿰뚫어 보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권력은 선한 목적과 행사의 악마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 사단에게 시험받으시는 예수 ⓒGetty Image

이것에 비춰보면 바울이 국가권력의 선한 목적에만 초점을 맞추고 복종하라고 했던 권고는 수정 내지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그 분만 섬기라는 성서를 인용한 예수의 답변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권력을 관할하는 자가 아니라 권력을 위임한 자가 사람이 마땅히 경배해야 할 분입니다. 그렇게 할 때에만 권력행사의 악마성이 축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훗날 예수께서 십자가 위로 '이끌어 올려진' 사건에서 권력의 그 악마적 속성이 똑똑하게 드러났습니다. 자유와 해방과 복음과 고침과 각성을 내용하는 그의 은혜의 해 선포는 악마적 세상의 권력에 대한 선전포고입니다. 예수께서는 사랑과 연대로 이 싸움을 하며 하나님의 뜻을 실현시켜 갑니다. 이 과정은 십자가로 이어지고 지금까지도 계속됩니다. 이 싸움은 권력의 악마성 인식을 출발점으로 삼고 귄력의 선한 목적이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를 목표로 합니다.

권력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와진 주님의 은혜의 해 선포를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오늘이기를. 주님의 사랑과 연대에 기대어 '광야의' 고달픔을 이기고 웃음을 나누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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