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죄 가운데 있다'는 말로 에스라가 지적한 문제는 '이방' 여인들과의 혼인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 자체가 문제이기보다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정체성 위기는 출애굽 이후 정착시대에도 그랬던 것처럼 포로기 이후 페르시아 지배 아래 있는 이스라엘에게도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방' 여인들과의  혼인을 문제삼게 만든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그로 인한 자녀들의 모국어 사용 능력 저하였습니다. 이처럼 그것은 단순한 혈통이나 종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랬더라면 하나님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이방인에게 '이스라엘임'을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이사야 56장 같은 본문도 없었을 것입니다.

여하튼 한 사회에 몰아친 대대적인 이혼물결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들을 발생시켰을 것입니다. 특히 '이방'여인들이 이스라엘과 한 공간을 쓰고 있는 다른 종족들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집단적 이혼은 주민들과의 갈등도 일으킬 위험이 큽니다. 여기서 이러한 조처의 적절성 내지 정당성 여부를 따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 성전에서 이스라엘의 죄를 회개하는 에스라 ⓒGetty Image

그렇지만 그렇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했을 텐데도 이를 강행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정체성 위기가 심각했겠구나 하는 점 정도만 지적해두고자 합니다. 정체성이란 무엇인가요? 개인이든 집단이든 독립된 존재로 타자와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존재 기반이자 유지 원천인 야훼와의 관계에서 정체성의 토대를 찾습니다. 그런데 야훼는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이 아니라 이방인의 하나님이기도 합니다.(롬 3,29) 그렇다면 그에 바탕한 정제성은 배타적이거나 적대적일 수 없습니다.

정의를 사랑하는 평화의 하나님이기에 그것은 정의와 평화를 지향합니다. 하나님은 약자를 자기와 동일시하기에 그것은 약자를 편듭니다. 이스라엘과 교회가 이러한 방향의 정체성을 갖고 타자와 관계를 맺는지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약자 혐오와 그에 의거한 선택적 인종차별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그 배후에 물신(맘몬)이 꽈리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들 때문에 교회는 해체 위기에 있습니다. 지금 교회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몰아내야 할 것들이 바로 이것들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세움으로 하나님 앞에서 평화를 누리는 오늘이기를. 고통당하는 약자들에게 손을 내밀므로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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