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는 창조주 하나님을 소개한 다음 이스라엘 역사를 아브라함부터 자기 시대에 이르기까지 회고하며 기도합니다. 역사 회고는 과거의 실수와 불행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언제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그 역사를 이끌어 오신 하나님은 어떤 한 신이 아니라 창조주입니다. 창조주 한 분만이 진정한 의미의 신입니다. 역사는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향한 그의 뜻이 드러나고 펼쳐지는 현장입니다.

그런데도 그분이 이끌어오신 역사는 상처 투성이입니다. 그의 뜻에 부합하지 못하는 이스라엘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과의 역사에서 사실상 그 역사의 처음인 아브라함부터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후 이스라엘의 역사는 그의 인생 여정을 반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느헤미야 9장에 나타난 이스라엘 역사를 묘사한 그림 ⓒGetty Image

하나님이 그를 존중하고 참고 그에 대한 계획을 실현시켜 가시지만, 그는 하나님을 존중한 적이 있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개입으로 해방과 구원을 얻고 살 수 있는 삶의 터를 차지했지만, 하나님과의 계약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을 지키겠다는 것은 계약 조건이고 내용이기도 했습니다.(출 19,5-8; 20,6)

그런데 문제는 이스라엘이 계약을 어기고 그에 따라 응징을 받아도 '구원받은' 이후에 여전히 계약을 이행할 의지가 별로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의 말을 지키면 살 수 있는데 왜 이스라엘은 지키지 않고 번번히 벌을 받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우리도 실은 이스라엘과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느헤미야는 여하튼 그와 같은 역사를 돌이키며 이스라엘을 시내산에 다시 세우고 종살이로부터 해방시켜 달라고 기도하고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 스스로 '계약'을 맺습니다. 이스라엘은 과연 과거의 역사에서 자신들이 미래에 가야할 길을 찾았을까요?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며 우리의 길을 찾았을까요? 끊임없는 역사적 반성만이 그 방향을 잃지 않게 할 것입니다.

역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우리이기를. 역사의 퇴행을 막고 우리 앞에서 손짓하는 사랑과 정의의 평화를 향해 발길 옮기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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