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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 3주년, 박준경 열사 묘역 참배로 추모예배 드려쫓겨남이 없는 사람과 삶을 꿈꾸는 이들
권이민수 | 승인 2019.05.18 18:46

옥바라지선교센터(이종건 사무국장, 이하 옥선)가 3주년을 맞이했다. 옥바라지선교센터는 “2016년 5월,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과 강제철거에 반대하여 함께 연대했던 기독인들이 모여 결성한 초교파 기독교 사회운동단체”이다. 옥선은 그간 옥바라지 골목뿐만 아니라 강제집행 당한 아현동 포차거리, 작년 건물주의 갑질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궁중족발 등 다양한 젠트리피케이션 및 재개발 현장과 연대해왔다.

박준경 님을 누가 열사로 만들었는가

옥선은 5월17일 3주년을 맞아 ‘마포 아현 철거민 박준경 열사 추모예배(이하 추모예배)’를 경기 마석 모란공원 박준경 열사 묘역에서 드렸다. 박준경 열사는 작년 12월 서울 아현동 철거지역의 철거민이었다. 세 번의 강제집행 끝에 결국 쫓겨나 삼일간 거리를 헤매다 한강에 투신하였다.

▲ 도시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강제집행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 고 박준경 님 묘역 ⓒ윤성중

그의 죽음은 마포구청이 그간 강제 철거 현장의 살인적인 불법 폭력을 묵인해온 것을 공론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철거민들로 하여금 대책 없는 강제 집행 중단과 생존권 보장을 외치게 했다.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서울시 차원의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날 추모예배는 먼저 옥선 회원들이 박준경 열사의 묘역을 살피고 준비한 국화꽃을 헌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헌화에 이어진 예배는 사회를 맡은 황푸하 전도사의 타종으로 시작되었다.

기도를 맡은 구석씨는 “하나님은 우리가 땅 끝까지 쫓겨나 있어도 그곳에서 우리를 모아서 데려오시는 분입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땅 끝까지 쫓겨난 자들이 있는 곳을 환히 밝히시고, 그곳에서 그들을 모아 데려오는 하나님과 우리의 길을 환히 밝히시어 내일이 두려운 삶이 쫓겨나는 이들의 몫이 아닐 때까지 우리의 길을 환히 밝혀” 달라고 기도했다.

특별히 감리교신학대학교 도시빈민선교회의 안상호 전도사가 찾아와 특송을 맡았다. 그는 기타를 치며 ‘부치지 않은 편지’와 ‘청계천8가’를 불렀다.

이익과 개발이 쫓아내는 삶은 여전하다

옥선의 이종건 사무국장은 ‘쫓겨남이 없는 세상을 만듭시다’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이 사무국장은 먼저 옥바라지선교센터의 지난 3년을 돌이켜 볼 때 쫓겨남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옥바라지선교센터의 이름 앞에는 역설적으로 ‘쫓겨남의 경험’만이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옥바라지 골목부터 궁중족발까지 언제나 옥선은 “공권력의 살인적인 강제집행에 맞섰던 주민들의 사투”와의 연대였다.

이 사무국장은 또한 자본의 논리에 따라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나야 했던 도시 빈민과 그 역사를 언급했다. 그리고 “오늘날 여전히 쫓겨나는 사람이 있어 그 희미한 신음이 우리에게 들려오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쫓겨나는 이의 위치성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자명한 사실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도시빈민과 도시빈민의 공간을 이야기할 수 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누군가는 도시 빈곤을 두고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쫓겨나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오직 ‘어쩔 수 없음’은 생존의 문제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투쟁을 해야 하는 철거민들의 불가항력적 저항 앞에만 붙일 수 있는 문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옥선은 ‘쫓겨남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옥바라지선교센터 이종건 사무국장이 센터 3주년 박준경 님 추모예배에서 옥선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풀어내고 있다. ⓒ윤성중

이날 추모예배 마지막으로 옥선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찬송가인 옥선찬송가의 ‘허공’을 불렀다. 인도를 맡은 황푸하 전도사는 “이 곡은 인터내셔널가에 있는 “허공에 매인 십자가”라는 가사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라며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우리가 강제집행으로 처절하게 쫓겨나고, 맨날 지고, 얻어 터지고, 아무 힘도 없을 때도 있지만, 그때 “투쟁”하면서 허공에 허우적대는 우리의 팔과, 의미 없이 내뱉는 노래들로 또 다른 박준경을 만들지 않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다.”

‘쫓겨남이 없는 세상’과 도시개발 사이 어디쯤

덥고 습한 날이었음에도 20명 가량의 추모예배 참석자들은 “지난 3년과 앞으로의 연대를 생각하며 힘차게 ‘허공’”을 제창했다.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사환경정비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삶의 공간과 일터에서 내쫓기는 이들이 점차로 늘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서울 시내 곳곳이 그러한 “아픔의 현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현실 앞에 옥선과 같은 단체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아직은 머리속에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는 없지만 도시개발과 ‘쫓겨남이 없는 세상’ 사이 어디쯤을 꿈꾸는 이들이 만들어 갈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 고난당하고 쫓겨나는 이들과의 연대를 다짐하는 순간이다. ⓒ윤성중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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