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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주체사상이 세속종교화 되는 과정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54)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 승인 2019.10.03 17:44

Q: 세속종교에는 무엇이 있나요?(10)_북한의 주체사상

A: 이번 연재에서는 우리의 원래 주제로 돌아와서 북한의 세속종교인 주체사상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앞서 살펴 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북한에도 세속종교가 있습니다. 북한의 세속종교가 바로 주체사상이며, 주체사상은 북한에서 세속종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세속종교인 주체사상은 다른 세속종교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세속 이데올로기들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되었습니다.

북한의 세속종교인 주체사상은 먼저, ‘맑스주의’(Marxism)의 강한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되었습니다. 맑스주의는 유물론적 세계관에 입각해서 모든 종류의 관념론을 반대합니다. 맑스주의의 종교 비판도 한 마디로 관념론 비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체사상은 세속종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우선해야 할 전통종교 비판에 있어 철저하게 맑스주의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통종교의 교리는 관념론이기에 허황된 것이고, 전통종교의 실천은 부르죠아지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반동적이라는 것입니다. 맑스주의에 입각하여 전통종교를 철저하게 부정한 다음, 주체사상은 ‘신’을 몰아낸 그 빈자리에 ‘사람’을 등극시킵니다.

▲ 평양의 주체탑 ⓒGetty Image

그리고, 맑스주의가 물질의 선차성을 주장한 것은 역사적 의의가 있으나, ‘사람’의 ‘운명’문제를 해명하는 데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맑스주의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사람의 운명문제는 사람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주체사상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해명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주체사상은 ‘인본주의’(Humanism)의 알짬과 강하게 조우합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물질과 의식의 선차성 문제를 철학의 근본문제로 삼았던 맑스주의와는 달리, 사람과 세계의 문제, 즉, 세계에서 사람의 지위와 역할의 문제를 철학의 근본문제로 제기하였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주체사상의 대답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고,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은 철학의 근본사명을 사람의 운명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으로 파악하였습니다.

이 해답을 찾기 위해 세계에서 사람의 운명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으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사람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라는 원리를 제시하였습니다. 주체사상은 사람의 운명문제를 전면에 제기하였습니다. 그 해답 또한 사람에서 찾았기에 인본주의의 면모를 강하게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체사상은 종래의 전통종교나 인본주의적 인간철학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맑스 이전의 종교와 철학이 모두 관념론이고 형이상학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과학적 유물론을 표방하는 맑스주의에 입각한 주체사상만이 가장 과학적인 입장에서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최상의 경지에서 보장해준다는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북한의 세속종교인 주체사상은 맑스주의와 인본주의의 강한 영향을 받고 있으면서도, 이이제이의 입장에서 각각을 비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체사상은 인본주의적 통찰을 가지고 맑스주의가 ‘사람’의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하였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한편, 맑스주의적 통찰에 입각하여 인본주의가 ‘관념론’에 경도되어 있다는 한계를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결론은 주체사상이야말로 맑스주의와 인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서 사람의 운명문제에 대해 참다운 해답을 주는 유일무이한 진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체사상이 인본주의와 결을 달리하는 하나의 지점은 ‘사람’을 인간 일반으로 보지 않고 ‘근로인민대중’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은 인간을 개별적 존재로 보지 않고, 사회적 존재로 봅니다. 따라서, ‘사람이 세계와 자기운명의 주인’이라고 할 때의 이 ‘사람’은 개별적인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집단의 일원으로서의 인간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사람은 사회적 존재로서, 집단의 일원으로서 자기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자기 운명의 주인이라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사람이 자기의 운명을 개척해나가기 위해 결합한 사회적 집단을 ‘사회정치적 생명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사회정치적 생명체는 단순한 개인의 연합이 아니라, ‘수령과 당과 대중의 통일체’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근로인민대중’은 ‘당’을 통하여 ‘수령’의 영도를 받을 때에만 비로소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이 ‘사회정치적 생명체’는 역사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때에 ‘나라와 민족’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주체사상은 근대의 가장 강력한 세속 이데올로기인 ‘내셔널리즘’(민족/국가주의, Nationalism)의 세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이 ‘사람’을 개인주의가 아닌 집단주의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그 구체적 집단의 형태를 ‘나라와 민족’이라고 규정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주체사상을 일종의 내셔널리즘(국가/민족주의, Nationalism)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세속종교인 주체사상을 통해 ‘공화국’과 ‘조선민족’을 거룩하게 성화하며, 그 지도자인 ‘수령’을 신격화하여 ‘믿고, 따르고, 숭배하는’ 교리와 의례, 신화와 초월경험, 공동체와 윤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하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근대 국가들에 보편적인 현상인 세속종교의 한 형태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하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웃 종교인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해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의 존중감을 가지고 북한의 세속종교인 주체사상과 일종의 ‘종교간 대화’(Inter-religious Dialogue/Inter-faith Dialogue)의 물꼬를 틔워가야 할 것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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